‘강남미인’, 성형한 임수향이 여우같은 조우리보다 예뻐 보이는 건
‘강남미인’, 청춘멜로 외피 썼지만 씁쓸한 현실 담은 사회극

[엔터미디어=정덕현] 도대체 우리네 외모지상주의는 얼마나 우리의 삶을 파괴하고 있는 것일까. JTBC 금토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은 제목에 담겨져 있듯 성형을 통해 미인이 된 강미래(임수향)의 대학생활을 담고 있다. 외모 때문에 오크라 불리며 일상적으로 왕따를 당해왔던 강미래. 착하고 예쁜 심성을 가졌지만 그 누구도 그걸 들여다봐 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향기를 좋아하게 된다. 보이는 것만이 아닌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이 바로 향기기 때문이다. 아마도 화학과를 선택한 것도 그것 때문이었을 게다. 하지만 막상 들어온 한국대 화학과는 ‘외모지상주의’가 공기처럼 퍼져 있는 곳이다. 대학부터는 다른 삶을 살기 위해 성형수술로 완전한 ‘강남미인’이 된 미래는 그래서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대접을 받지만, 어딘지 그것 또한 마냥 기분 좋은 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화학과 신입생에서 단연 주목을 끄는 인물은 강미래와 조각미남 도경석(차은우) 그리고 자연 미인 현수아(조우리)다. 이들은 외모 때문에 선배들의 대시를 받는다. 복학생 김찬우(오희준)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부터 노골적으로 강미래에게 접근한다. 하지만 진심이라고는 1도 없는 이 복학생은 외모지상주의의 첨단을 걷는 인물이다. 선배라는 지위를 이용해 강미래를 어떻게 해보려는 성범죄에 가까운 짓을 저지르지만, 그 때마다 도경석(차은우)이 나타나 강미래를 도와준다.



도경석은 여자 선배들의 대시를 관심도 없다는 듯 밀어낸다. 그는 외모 또한 관심이 없다. 그것은 엄청난 미모를 가졌지만 이혼 후 떠나버린 엄마의 영향 때문이다. 예쁜 여자를 보면 인간성을 먼저 의심한다. 반면 모두에게 예쁨 받지만 마치 자신은 예쁘다는 걸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는 현수아는 도경석이나 복학생 김찬우가 강미래에게 다가가는 것처럼 보이자 은근히 미래에게 접근해 친구처럼 행동하면서 그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강미래와 도경석 그리고 현수아는 외모지상주의의 현실을 각각 드러내는 인물들이다. 강미래는 성형으로 달라진 주변사람들이 처음에는 낯설고 신기하게 다가오지만, 그것 역시 사람의 실체를 보지 않는 ‘외모지상주의’의 또 다른 면이라는 걸 알아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외모 하나로 이토록 바뀌는 현실이 그의 눈앞에서 적나라하게 보일 때 갖게 될 씁쓸함이 예감된다.



현수아는 이 드라마의 악역을 자처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그 역시 잘 들여다보면 외모지상주의가 만들어낸 피해자라고 여겨진다. 그가 강미래에게 접근하는 복학생 김찬우에게 마치 마음이 있는 것처럼 얘기해 그 관계를 끊어놓고 다가오는 김찬우 역시 밀어내는 모습은 아닌 척 하지만 세상의 중심이 자신이 아니라면 못견뎌하는 속내를 드러낸다. 그는 친구인 척 강미래에게 접근하지만, 사실은 성형을 한 ‘강남미인’인 그가 자연미인인 자신과 같은 급으로 여겨지는 걸 받아들이지 못한다.

도경석은 외모만 보며 접근하는 이들을 경멸한다. 또 화학과에서 외모지상주의를 드러내는 모든 행태들을 보면서 거기에 당하는 강미래에게 “너 바보냐”고 묻는다. 그는 그래서 강미래가 같은 동창이었다는 게 드러나자 “(성형을 한 사실을) 비밀로 해달라”는 말도 엉뚱하게 들린다. 과거 버스정류장에서 음악에 맞춰 발로 춤을 추던 그 모습을 좋게 바라봤던 도경석은 강미래가 왜 그렇게 성형한 사실을 숨기려 하려하는 지 의아해 한다.



강남미인 강미래와 자연미인 현수아의 비교점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외모로만 따지만 현수아가 “더 예쁘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드라마는 여우짓 하는 그보다 착하고 심성 고운 강미래가 더 예쁘게 다가온다. 화학과 학생들은 모르지만,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현수아의 뒤통수를 치는 행동들을 통해 그 실체를 들여다보게 되기 때문이다. 외모가 전부가 아님을 드라마는 이 비교점을 통해 드러낸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은 한국대 화학과라는 한 지점을 통해 외모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우리네 현실을 아프게도 꼬집는다. 착하디착한 강미래는 그래서 이 현실 속에서 계속 당하는 고구마 캐릭터이고, 이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도경석은 거기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사이다 캐릭터다. 물론 도경석 역시 그 내면에는 아픈 상처가 들어 있지만.

외모에 의해 사랑받고 미움 받거나, 외모로 늘 사랑받아와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 아닌 것을 견디지 못하거나, 외모에만 빠져 진짜를 보지 못하는 이들이 한심하게만 여겨지는 이 세 사람은 그래서 외모 지상주의에 빠진 우리네 사회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사랑하게 되는가 하는 청춘 멜로의 외피를 썼지만 이 드라마는 결코 멜로드라마에 머물지 않는다. 그 안에 우리 사회를 해부하는 날카로운 비판의식이 느껴져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