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첨시’, 이 소소한 콘텐츠에 담은 놀라운 시대정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그토록 대중의 지탄을 받고도 기어코 돌아온 보람이 있다. 무너지고 있는 MBC 주말 예능 벨트에서 거의 유일하게 선전 중인 <전지적 참견 시점>은 지난 논란을 무색하게 한다. 예능 프로그램임에도 전사적인 차원에서 대국민 사죄를 하면서 재개하기로 한 선택은 방송사 입장에서 올바른 판단이었다. 회복세를 보이는 시청률이 그 증표다. 최소 7%대 이상의 꾸준한 시청률 자체도 나쁘지 않은데, 신현준과 박성광의 가세하면서 새로이 짠 판에서 서서히 점진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논란 이전 <전지적 참견 시점>의 흥행은 이영자의 부활과 궤를 같이 했다. <안녕하세요>, <현장토크쇼 택시> 등 꾸준히 활약했지만 이영자는 과거 전성기 시절과 달리 주류 예능과 한 발짝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관찰형 예능에 들어온 이영자는 그녀만의 맛깔 나는 표현과 경험으로 통달한 서울 시내 맛집 정보라는 먹방 미식 콘셉트로 재발견이 되었다. 그간 멈추지 않고 쌓아온 세월은 호감을 높이는데 일조했으며, 비로소 다시 조명 받은 한결 같음은 캐릭터에 진정성을 두둑하게 두르게 했다. 그래서 <전참시>가 한창 화제몰이 중에 당대 가장 뜨거웠던 예능 블루칩이자 송은이의 대박 콘텐츠가 좌초되는 큰일을 겪었지만 이영자가 돛 역할을 하며 <전참시>의 항해는 계속 됐다.



그리고 돌아온 <전참시>는 어느새 논란을 가뿐히 넘어섰다. 이는 이영자에 대한 호감과 더불어 ‘일상 위로 콘셉트’ 로 잡은 영향이 크다. 단순히 연예인의 일상을 보여주거나 웃기기보다는 일상의 행복을, 젊은 날 고군분투하는 사회초년생 청춘에 대한 응원을, 대표적인 사회적 갑을 관계인 연예인과 수행 매니저의 우정과 연대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살아갈만한 세상을 보여준다.

신현준과 유병재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던 연예인과 매니저의 수직적인 인간관계가 아니라 가족 혹은 가장 가까운 친구 사이로 서로 의지하며 지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단순히 아랫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직업이자 내게 도움을 주는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이야기를 통해 각박한 사회생활 속에서 피어날 수 있는 따뜻한 관계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사회생활의 가장 큰 스트레스가 대인관계라는 점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이야기다.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박성광의 매니저의 성장 스토리는 보다 직관적이다. 매니저의 가장 기본 업무라 할 수 있는 운전 실력을 기르기 위해 애 쓰고, 자신의 부족함에 자책하고 폐가 될까 염려하는 사회 초년생의 긴장감이 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보다 편하게 담당 연예인을 서포트 하기 위해 박성광의 집 근처로 사는 곳도 옮기고 퇴근길엔 부족한 주차 실력을 기르기 위해 늘 공원 주차장에 들러 주차 연습을 한다. 일정 시간 동안 스스로 버텨내야 하는 낯선 환경과 사람들에 적응해야 하는 사회초년생의 고충에 스튜디오에 모인 어른들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며 울컥하기도 하고, 응원한다. ‘해피스마일’ 박성광은 아직 어색하지만 서툰 매니저를 이해하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따뜻하게 대한다.

그런가하면 이영자는 소확행에 관한 이야기다. 이영자의 먹방은 엄청난 양의 음식을 흡입하는 데 포인트가 있는 게 아니라 그 대식이 미식과 연관되며 하루의 피로를 풀고, 행복을 불러들인다는 데 있다. 먹방이 평범한 콘텐츠로 자리 잡은 시대에 이영자의 먹성과 그가 선별한 맛집에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들여다보는 건 바로 이 지점이다. 차돌박이 삼합, 콩물, 핫도그, 통닭 등 그녀가 먹는 음식이 매우 색다른 건 아니지만 그렇게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게 즐거움의 포인트다.



최근 예스24 등과 같은 출판·서점업계가 정리한 트렌드를 살펴보면 나답게 살기, 적당히 살기와 같은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는 책들이 독자들의 큰 공감을 얻고 있다. 너무 애쓰며 아등바등 살기보다는 삶의 중심에 자신을 놓고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벨을 실천하고, 소확행을 누리자는 삶의 태도를 담은 이야기들이 인기라고 한다. 2010년쯤 자신을 단련하면 무한한 가능성을 만날 수 있다던 자기계발의 논조와는 확실히 다르다.

그리고 이런 일상적인 소소한 콘텐츠에 젊은 독자들은 공감하고 있다. <전참시>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좋은 사람’을 부각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관계를 제시하고, 효용성을 드높인다. 이영자의 먹방은 일상의 행복이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오늘 하루도 살아갈만하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너무 애쓰지 말자. 나답게 살자 등과 같은 말이 위로가 되는 시대다. <전참시>는 이런 시대정신과 어울리는 잘 살아가는 모습과 행복함을 전파하는 소확행 시대의 정서를 품고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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