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가 가진 부부예능의 꿈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가족 예능은 여전히 여행 예능, 미식 예능이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숨겨진 강자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FashionN <마마랜드>를 비롯해 전통적인 육아 예능이 여전히 한 자리를 하고 있는 와중에 <살림하는 남자들2><동상이몽2>와 같이 부부와 가족의 사는 모습 보여주는 예능도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며 관심을 받고 있다. 그래서일까, 채널A의 <아빠본색>과 같은 경우 육아에서 점차 부부의 이야기로 포커스가 옮겨지는 중이다.

이런 가족 예능의 인기 포인트는 장모와 사위의 관계를 다루는 SBS <백년손님>처럼 방송을 위한 특별한 기획 포인트를 두는 게 아니라 그냥 연예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공개한다는 데 있다. 김수현의 가족처럼 우리네와 비슷한 사는 풍경에 공감을 하고 최수종, 하희라 부부나 소이현과 인교진의 화목한 일상처럼 나름 윤택하게 살면서 행복을 뚝뚝 떨어뜨리는 모습에 로망을 느끼기도 한다. 노사현·이무송 커플에서 보듯 당연히 웃음도 놓치지 않는다.

<동상이몽2>는 이런 흐름을 견인한 프로그램이다. 종편에서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매일매일 부부의 생활에 관해 아웅다웅, 티격태격하는 토크쇼가 활발히 펼쳐지고 있듯이 가족 관계, 부부 이야기는 마르지 않는 샘물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가족 예능은 토크쇼의 수다를 실제 라이브 방송으로 확장했다. 사람 사는 이야기와 일상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으니 마치 쉽게 몰입하고 빠져들 수 있는 일일 연속극처럼 다가온다. 질리지도 않는다. 부부의 개성과 상황이 모두 제각각이다보니 등장인물도 풍부하고, 이무송이 <라디오스타>에서 밝혔듯이 촬영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원래 사는 모습대로 하니 오히려 반응이 좋다는 말처럼 드라마와 달리 실제 사람 사는 리얼함은 훨씬 강렬하다.



게다가, <동상이몽>은 다양한 형태의 부부 관계를 제시하고 빠른 투입과 교체로 볼거리를 다변화했다. 이번 주를 끝으로 떠나는 장신영과 강경준 커플의 경우 결혼 전 프러포즈를 할 때부터 신혼생활까지 함께한 스토리가 있다. 이 방송을 통해 아픔을 뒤로 하고 어렵게 사랑을 이어가는 모습을 공개했던 장신영, 강경준 부부는 마지막 방송에서 아들 정안과 함께 경주로 가족 여행을 떠나 서로의 소중함과 진심을 더욱 확실히 표현했다. 시청자들은 이들이 실제 결혼에 골인하고 집을 마련하고 사는 모습을 함께 봐왔던 만큼 앞으로 행복하게 잘 살겠다는 소감을 밝히며 보인 강경준의 진심어린 눈물에 더욱 더 큰 감동을 받았을 터다.

지금은 평창동의 너른 잔디밭이 딸린 집에서 막둥이 딸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손병호·최지연 부부는 오래 묵은 옷 정리를 하다가 신혼여행은커녕 결혼식장 대금을 못 치룰까 걱정하고 살던 젊은 날을 돌아봤다.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없이 시작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서로 믿고 의지하며 함께 이룬 가족의 역사는 대부분의 부모 세대가 갖고 있는 가족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방송이 제시할 수 있는 로망의 끈도 놓지 않는다. 행복하고 단란한 가족의 모습, 많은 여성 시청자들이 부러워할만한 사랑꾼 캐릭터를 늘 한두 명씩은 등장한다. 인교진은 연일 계속 되는 무더위로 입맛이 없어진 아내 소이현을 위해 집에서 짬뽕 요리를 하는 것을 넘어서 ‘뽕신’이란 별명을 가질 만큼 짬뽕을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다음날 강원도의 유명 짬뽕 맛집을 찾아 떠나는 일반적인 남편의 입장에서 쉽지 않은 여정을 아무렇지 않게 떠났다.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의 마음과 추진력은 행복한 부부의 달달함을 일부 시청자들의 마음에 부러움과 로맨틱한 따스한 공기를 심어주기 충분했다. 이처럼 각기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펼쳐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삶의 보편성 위에서 극화한 드라마와 다를 바 없다.

그런 까닭에 <동상이몽>을 비롯한 연예인 부부가 살아가는 가족 예능을 보고 있노라면 리얼하게 접하는 새로운 양식의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가족이란 울타리는 같지만 육아 예능과 달리 산다는 것이 가진 보편성과 로망, 그리고 잘 살길 바라는 응원의 마음 등등 여러 미묘한 맛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스토리 위에 부러움, 웃음과 감동과 눈물 등등 여러 감정이 실린다. 행복하고 귀여운 이미지만을 집중적으로 발췌 전시하는 육아 예능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볼거리다. 그리고 타깃이 조금 다를 뿐 일상과 라이프스타일이 예능의 화두인 딱 오늘날의 예능이기도 하다. 바로 이점이 충성도 높은 TV 시청자를 붙잡을 수 있는, 요즘 시대에도 가족 예능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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