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성 논란 ‘아는 와이프’, ‘고백부부’와는 다르다고 말하지만

[엔터미디어=정덕현] 한 때는 그토록 아끼고 사랑했던 부부가 어느덧 치열한 삶에 치이다보니 설렘도 사라지고 이제는 서로를 원수 보듯 하게 된다. 그러던 남편은 결혼 전 좋아했지만 이뤄지지 못했던 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서 한 때 자신을 좋아했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결혼을 후회하게 된 남편은 어느 날 갑자기 과거로 돌아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는 과연 후회하는 현재의 부부생활을 추구할까 아니면 이루지 못한 첫사랑으로 새로운 삶을 추구할까.

tvN 새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 첫 회는 누가 봐도 KBS에서 방영됐던 <고백부부>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이야기로 채워졌다. 독박육아에 지쳐버린 아내, 지독한 회사생활에 열심히 노력하려 해도 어딘지 엉뚱하게만 흘러가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 남편, 그래서 결혼조차 후회하게 된 부부, 타임리프 등등. <고백부부>의 잔상들이 너무나 많이 떠오른다.

이런 유사성에 대한 지적은 이미 <아는 와이프> 제작발표회에서부터 나온 바 있다. 양희승 작가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아무래도 부부생활에서 시작하고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유사점이 있다고 생각하실 텐데 이 작품은 <역도요정 김복주>를 하기 전에 기획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자신도 <고백부부>를 유의 깊게 봤다면서, “초반 부부의 모습이 비슷할 수 있지만, 이야기가 흘러가는 방향이 다르다. 가장 다른 점은 ‘if’라는 시점이다. <고백부부>는 과거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지만, <아는 와이프>는 현재에 사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확신을 가지고 준비했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양희승 작가의 이야기는 <아는 와이프>가 현재의 시점에서 “그 때 그랬더라면”하는 그 관점을 주로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아예 과거로 돌아가 그 때를 ‘리마인드’하며 새삼 현재의 소중함을 담으려 한 <고백부부>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고백부부>는 그래서 과거 청춘의 시절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복고적 감성이 전면에 내세워지지만, <아는 와이프>는 현재를 살아가는 차주혁(지성)의 현실적인 일터와 부부생활이 그려진다는 것.

하지만 첫 회여서인지 <아는 와이프>는 <고백부부>의 잔상을 떨궈내기에는 너무나 유사한 점들이 보였다. 물론 과거를 다뤘던 <고백부부>와 현재를 다룰 거라는 <아는 와이프>의 시점이 다른 건 사실이지만, 현재 예상되는 이 드라마의 메시지는 결국 지금 옆에 있는 배우자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만일 그런 메시지라면 시점은 다르다 하더라도 사실상 같은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여러 모로 불안 요소가 많지만 그래도 이 드라마 첫 회를 몰입하게 만든 건 지성과 한지민의 호연이다. 조금은 바보스럽지만 착한 심성을 가진 차주혁의 정신없는 회사생활과 그러면서 차츰 설렘이 사라져버린 아내에 대한 심사를 지성은 역시 신뢰가 가는 연기력으로 소화해냈다. 또 지금까지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분노 조절 장애’까지 보여주는 현실 워킹맘의 모습을 제대로 소화해낸 한지민의 연기는 칭찬받을만하다.

하지만 역시 이 드라마의 관건은 <고백부부>의 잔상을 어떻게 지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일 게다. 과연 이 소재적인 유사성을 <아는 와이프>는 뛰어넘어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해낼 수 있을까. 다르다고 말했지만 첫 회는 너무나 유사하다는 인상을 남긴 게 사실이다. 2회는 그래서 이 드라마의 성패를 가르는 회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차별점을 보여줄 수 있을까 아니면 이대로 유사성 논란에 휘말리게 될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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