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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지만’ 아쉽다, 신혜선·양세종의 2% 부족한 로맨스 연기
기사입력 :[ 2018-08-07 11:26 ]


‘서른이지만’, 양세종·신혜선 잘생기고 예쁜 건 틀림없는데...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SBS 월화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는 열일곱 살에 교통사고를 당한 우서리(신혜선)가 서른이 된 후 식물인간에서 깨어나 벌어지는 일이다. 그리고 그 시절 우서리를 짝사랑한 공우진(양세종)과 다시 재회하고 이후 두 사람은 사랑에 빠져든다. 설정부터가 흔하면서도 만화 같은 이 드라마는 종종 작위성을 드러내는 에피소드들이 있다.

인물들의 성격이나 행동은 뜬금없고, 가끔은 유머를 위해 너무 무리한 상황을 연출할 때도 있다. 우서리가 먹으려던 초코파이를 공우진이 깔고 앉아, 그 바람에 공우진의 엉덩이에 묻은 초코를 사람들이 인분으로 오해하는 장면 같은 것들이 그러하다. 공우진의 조카인 조정부 에이스 유찬(안효섭)과 그 친구들의 보여주는 세 얼간이 같은 모습도 마찬가지다. 혹시 AI 가사도우미가 아닐까 의심스러운 제니퍼(예지원) 역시 말도 안 되는 캐릭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른이지만>은 로맨스물의 적절한 리듬감을 보여줄 줄 안다. 그렇기 때문에 작위적인 캐릭터나 상황들은 어느 정도 상쇄되는 감이 있다. 또한 작가가 가벼운 캐릭터에 살짝 덧입힌 트라우마 덕에 <서른이지만>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측면도 있다. 열일곱에서 갑자기 서른으로 깨어나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서른이지만 열일곱의 우서리가 세상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이 그런 부분들이다. 하지만 우서리가 그 잃어버린 시간에 갇히는 인물이 아니라 어떻게든 그 잃어버린 시간을 뛰어넘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하는 모습 역시 인상적이다.

또한 짝사랑하던 여자의 죽음을 직접 목격했다고 착각한 공우진의 삶 역시 작가가 공들인 부분들이 엿보인다. 성인이 된 후 무대디자이너가 된 공우진은 모든 것을 줄자로 재고 다닌다. 그리고 실물 크기의 40분의 1로 축소시킨다. 마음에 입은 상처를 축소시켜 겨우겨우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 같은 공우진의 캐릭터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서른이지만>의 장점은 여기에 있다. 그냥 잘생기고 예쁜 두 남녀의 로맨스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정작 인생의 황금기인 20대를 날려버린 여주인공 우서리는 잃어버린 시간과 상관없이 현재의 행복한 삶을 위해 달린다. 반면 짝사랑했던 여자가 죽었다고 착각한 공우진은 스스로의 삶을 유폐시켜 놓은 채 밖을 내다보려 하지 않는다. 이 다른 세계를 가진 인물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다시 가까워지는 것이 <서른이지만>의 줄거리인 셈이다.



다만 아쉽게도 두 주인공 신혜선과 양세종은 이 캐릭터의 매력들까지 연기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두 배우는 본인들이 해왔던 대로 최대한 열심히 대본 속의 인물을 소화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장점은 딱 거기까지다.

신혜선은 기본적으로 무게감 있는 정극에서 힘을 발휘하는 배우다. 신혜선은 가볍고 발랄하고 트렌디한 로맨스물의 감각에 자신의 연기에 피치를 제대로 맞추지 못할 때가 있어 보인다. 귀여움을 연기하는 배우가 귀여움이 벅차 보일 때 그 귀여움은 브라운관에서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음 이탈하는 가수를 볼 때 같은 느낌이다.

키 크고 잘생긴 외모의 로맨스에 어울리는 배우 양세종은 언제나 기본은 하는 배우다. 하지만 문제는 이 배우의 기본은 늘 기본이라는 데 있다. SBS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양세종은 신인치고는 꽤 인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본격적인 멜로물이나 로맨스물에서 그의 연기는 답보상태에 있는 인상이다. 양세종의 연기는 액체괴물이 아니라 정육면체 같다는 인상을 준다. 기본은 하고 각도 져 있는데 그 기본 이상의 설렘 포인트를 부드럽게 터치하지는 못한다. 실제 연애에서도 늘 기본만 보여주는 남자가 얼마나 매력 없는지를 떠올려보면, 왜 이 드라마에서 양세종의 연기가 심심한가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서른이지만>에서도 명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이 존재한다. AI 가사도우미 제니퍼를 연기하는 예지원은 극 중반에 이른 지금 작위적인 캐릭터를 현실감 있고 친밀한 존재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배우의 몰입이 말도 안 되는 대사톤의 가사도우미를 친근한 존재로 만들어낸 것이다. 또한 장모치와와 덕구 혹은 팽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다. 이 강아지는 사람들을 설레고, 두근거리고, 안타깝게 만들 줄 안다. 더구나 두 주연배우 역시 서로의 연기합보다 이 반려견과의 연기합이 훨씬 좋을 정도.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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