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마음 속으로는 인기도 원했고, 명예도 원했고, 돈도 원했고, 그래미상도 원했고 모든 걸 원하면서 아닌 ‘척’하고 산거예요. 명예요? 아니, 아니에요. 저 그런 거 원치 않아요. 인기요? 됐어요, 무슨 인기에요. 그러면서 가요 순위 프로그램은 왜 봐요. 그건 욕심이 있었다는 거거든요. 그러면서도 거부하는 거거든요. 왜? 뭐 땜에? 록을 했다는 자존심 때문이죠.”

- KBS2 <김승우의 승승장구>에서 임재범의 한 마디

[엔터미디어=정석희의 그 장면 그 대사] <김승우의 승승장구>(이하 <승승장구>)의 몰래온 손님에겐 공식 질문이 있다. ‘나에게 ㅇㅇ이란?’ 임재범의 몰래온 손님은 아니지만 내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아마도 예전 같으면 ‘왠지 모를 불편한 존재’라고 답했을 게다. 음악 하나만 놓고 봐도 토를 달기 어렵도록 엄청난 몰입을 불러오는 노래지만 뭔가 알 수 없는, 막연한 불편함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특히나 MBC <우리들의 일밤>'바람에 실려‘를 통해 언뜻언뜻 드러나는 그의 마초스럽거나 혹은 반대로 치기어린 면면들은 고개를 돌리기에 충분했다. 이해를 하고 싶은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할까? 흔히들 말하는 코드가 어긋난다는 표현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승승장구>에서 털어 놓는 속내를 듣고 있자니 비로소 조금씩 납득이 가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남과 다른 파행적인 삶을 살아왔는지, 왜 정상에 우뚝 선 아직까지도 불안한 눈빛으로 방황할 수밖에 없는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됐다는 얘기다. 그는 솔직함을 늘 앞세우고 살았지만 실은 록커로서의 자존심을 지켰다며 안위해온 세월이었을 뿐이라고, 따라서 거짓된 삶이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 마디가 내 가슴을 후려쳤다. “어차피 누구나 똑 같은 사람인데 유독 특이하게 보이려고 했던 모양이에요. 왜냐하면, 지기 싫어서.” 나 또한 특별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 뭔가 근사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 얼마나 자주 허황된 말로 나를 포장했을까.







그가 불편하고 불안하기 짝이 없게 느껴졌던 건 그에게서 나의 얄팍한 포장지가 보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되짚어 보면 나 또한 간절히 원하면서도 애써 아닌 척했던 일들이 부지기수가 아니던가. 너무 많은 생각에 몰두 하다 보니 진짜가 무엇이고, 가짜가 무엇이고, 어느 것이 정상인지, 어느 것이 비정상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혼란스러워서, 그래서 여러 종교를 넘나들며 오랜 시간 해답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썼다는 그.

급기야 결혼 3일 전에 마음을 바로 잡고자 사미계를 받고 머리를 깎기까지 했던 그였지만 사람들은 그걸 겉멋이 든 기행으로만 여겼던 것이다. 그처럼 끊임없이 노력해온 그와 달리 나는 별 생각도 않고 포장에만 급급해오지 않았나. 부끄럽고 또 부끄러운 일이다. 그리고 나처럼 낯이 뜨거워졌던 이들이 그 시간, 꽤 많았지 싶다.

하지만 그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건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일 것 같다. 다만 노래를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품어왔다는 그래미상을 꼭 타고 죽고 싶다는 그의 염원이 반드시 이뤄지길 바란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영어에 목숨을 걸었는가 하면 음악을 위한 정진 역시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으니까. 지금 나에게 ‘너에게 임재범이란?’이라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게다. ‘힘을 보태고 싶은 존재’라고.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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