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와이프’가 짚어내는 결혼이라는 현실

[엔터미디어=정덕현] 혹여 KBS <고백부부>가 그려냈던 청춘을 회고하며 부부생활을 리마인드하는 이야기일 줄 알았지만, tvN 수목드라마 <아는 와이프>는 그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과거에 했던 어떤 선택이 현재를 변화시킨다는 설정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왜 결혼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고 현실에 지쳐가던 차주혁(지성)과 서우진(한지민). 그런데 어느 날 어느 행인에게서 받은 동전으로 과거로 돌아가는 톨게이트 문을 열게 된 차주혁은 시간을 대학시절로 되돌려 그 때 이뤄지지 못한 첫사랑을 성사시킨다. 당시 음대 여신으로 불리던 이혜원(강한나)이 자신과 같은 침대에 누워 자는 아내가 되어 있었던 것.

차주혁은 서우진과의 그 힘겨웠던 지지고 볶는 결혼생활을 떠올리며 쾌재를 불렀다. 으리으리한 집과 아침을 챙겨주는 예쁜 아내, 그리고 떡 하니 차고에 들어가 있는 차를 몰고 신나게 출근한 회사에서도 그를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재벌그룹의 딸인 이혜원을 처로 얻은 사실은 상사들조차 그를 달리 대하게 만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은행에서 사고가 터졌을 때 차주혁은 든든한 보험이 되기도 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한 기업의 대출서류 누락으로 50억 규모의 자산이 빠져나갈 위기에 처했을 때 차주혁은 장인어른을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함으로써 그 기업 오너의 마음을 돌리는 힘을 발휘했다. 씁쓸한 이야기지만 배경과 연줄이 힘이 되는 우리네 사회에서 차주혁은 한 마디로 결혼 잘해 자신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직장인이 되었던 것.

그런데 과연 그렇게 ‘팔자를 고친’ 삶이 좋기만 할까. <아는 와이프>의 질문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결혼은 역시 현실이라, 재벌가의 딸과 결혼했다고 해도 감수해야 하는 문제들은 또 존재했다. 가장 큰 건 친가와 점점 소원해지고 대신 처가에 거의 종속되다시피 살아가야 하는 문제였다. 차주혁의 어머니는 결혼으로 “아들을 빼앗긴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시댁이 불편하다며 가지 않으려 하는 이혜원 때문에 생겨난 문제였다.

또 스트레스가 쌓인다며 몇 십만 원, 몇 백만 원짜리 물건들을 쇼핑하고 다니는 이혜원의 삶의 방식 또한 차주혁에게는 어색한 부분이었다. 물론 그의 부유한 삶이 처가의 집안 덕을 보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낯선 삶이지만 그는 여전히 친구가 하는 우동집을 찾아가 소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 마음 편한 인물이다.



게다가 이혜원은 결혼을 한 유부녀임에도 젊은 남자에게 호감을 보이는 ‘불륜’에 특별한 죄의식을 갖지 않는 인물이기도 했다. 대학에서 강사를 하는 그는 비오는 날 우산 속으로 훅 들어온 한 젊은 남자 앞에서 은근히 손가락에 낀 결혼반지를 빼는 모습을 보였다. 향후 차주혁의 화창하기만 해 보였던 결혼생활에 어떤 먹구름이 드리워질지 예고하는 복선이었다.

운명은 빙빙 돌아 이제 같은 은행에서 부하직원으로 들어오게 된 서우진과 차주혁의 관계 변화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현실에 치여 서로를 지지고 볶으며 살아왔던 그들이 완전한 타인으로 다시 만나 이뤄가는 관계는,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그저 막연히 포기하며 저 아내가 과연 과거 그 사랑스럽던 아내가 맞는가를 의심하며 ‘본래 저런 인물이었다’고 생각했던 그 부분을 깰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부부란 서로가 서로를 만들어가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즉 배우자가 어떤 다른 모습으로 변해간다면 그건 자신 또한 그런 변화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아는 와이프>는 다시금 우리의 옆에 존재하는 이들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드라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를 통해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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