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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통신’, 잘 훈련된 기자들과 제작진 시너지의 좋은 예
기사입력 :[ 2018-08-11 16:13 ]


‘외계통신’, 보도프로그램 제작할 수 없는 tvN 한계를 훌쩍 뛰어넘다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tvN <외계통신>은 ‘한국사회의 다양한 이슈를 제 3자인 다국적 외신들의 시점으로 풀어보는 외신 버라이어티’를 표방한다. 다소 거창한 듯 하지만 KBS <미녀들의 수다>에서부터 시작된, 외부인 관점으로 한국을 돌아보는 시사 토크쇼의 유구한 전통을 따라가는 프로그램이다. 올봄 4부작 파일럿 방영을 거쳐 지난달부터 정규 편성됐다. 정규 프로그램에서는 박경림, 박재민, 장강명 등 기존 MC에 신화의 김동완이 합류하며 4인 진행 체제를 선보이고 있다. 아직 시청률은 낮지만, JTBC <비정상회담>을 연상시킨다는 초반의 지적을 극복하고 서서히 입소문을 타는 중이다. [TV삼분지계]에서 정규 방영 한 달째를 맞이한 <외계통신>에 접속해봤다.



◆ <비정상회담>과는 또 다른 매력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외국인의 시선으로 풀어보는 <외계통신>. 이번 주에는 광복절 기획으로 한일 과거사 문제를 짚어봤다. 과거사를 부정하면 바로 엄중 처벌하는 독일과 달리 어두운 역사 감추기에 급급한 일본의 민낯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독일인 안톤 숄츠 기자가 일본 현지 취재에 나섰는데 오히려 원폭 피해자라고 배웠다는 학생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우익 평론가, 그러한 우경화에 적극 동조하는 시민들, 극히 일부라지만 한국과 단교까지 원하는 뻔뻔한 모습에 울분을 금할 수 없었다. 서로 이해하고 대화하기에는 갈 길이 너무 멀다는 생각조차 들었다.



그러나 나눔의 집 배지를 달고 나온 일본의 아야 통신원처럼 과거사 직시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도 많다니 거기에 희망을 걸어볼 밖에. 인상적이었던 건 이어서 베트남에서 벌어졌던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사건 역시 우리도 배우지 않았다는 사실을 짚어줬다는 점이다. 우리 또한 어두운 과거를 덮고자 애써온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외계통신>이 첫 선을 보인 후 <비정상회담> 유사 프로그램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물론 틀이 비슷하기는 하다. 그러나 <비정상회담>이 각국을 대표하는 외국인 출연자 개인의 매력에 집중했다면 <외계통신>은 국가와 사람을 나누기보다는 서로 다른 의견에 집중한다. 외국과 너와 나라는 선을 그을 이유가 없고, 어떤 사안이든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몫이고, 따라서 판단에 앞서 양쪽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보자는 방식인 것. 거기에 박경림, 김동완, 장강명, 박재민 등 네 진행자들의 균형감 있고 진지한 토론 동참이 무엇보다 반갑다. 예능보다는 교양의 색이 훨씬 짙은, 그래서 어렵고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꼭 봐야할 프로그램으로 추천하고 싶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 비로소 <외계통신> 만의 시선을 드러낸 4회

광복 73주년 특집을 방영한 <외계통신> 4회는 단언컨대 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사실 그전까지의 감상은 이 프로그램만의 특별한 시각이 보이지 않는다는 부정적 평가 쪽에 가까웠다. 세계 최초 외신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며 각국의 저널리스트들을 한 자리에 불러낸 스케일에 비해 너무 포괄적이고 복잡한 문제들을 단편적으로 다룬다는 인상이 강했다. 파일럿 1회의 ‘미투 운동’ 주제에 이어 정규 프로그램 첫 회에서도 ‘페미니즘’을 아젠다로 설정해 여성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인 것까진 좋았지만 심도 있는 토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각자의 주관을 드러내는 데서 끝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세계의 다양한 외신과 사례들을 소개하며 새로운 정보를 접하게 해준다는 의미가 있다 해도, 거기에 그친다면 굳이 저널리스트들을 부를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4회 방송은 달랐다. 일본으로 날아가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인들의 속내를 전송해온 안톤 슐츠 기자의 인터뷰에서부터 베트남에서의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룬 현장르포까지, <외계통신>이 애초에 의도한 다층적인 시선이 가득한 방송이었다. 특히 일본의 우익단체와 베트남의 학살 증언자들을 차례로 만나며 한국 사회가 순식간에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입장이 전환되는 구성이 인상적이었다. 이렇듯 한국 사회의 안과 밖을 뒤집으며 새로운 눈을 열어주는 역할이야말로 <외계통신>이 지향해야 할 지점이다. 그 가능성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을 더 지켜보고 기대할 마음이 생겼다.

칼럼니스트 김선영 herland@naver.com



◆ 오래된 기획이 한층 더 깊어지다

<미녀들의 수다>에서 <비정상회담>까지, 외국인의 눈으로 한국사회의 문제를 들여다본다는 기획은 그 역사가 제법 오래됐다. 타인의 인정을 바라는 것이냐는 사대주의 논란도 있지만, 자국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제를 새로운 각도로 바라본다는 기획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파일럿을 거쳐 본격적으로 선보인 <외계통신>은 이 오래된 기획을 한층 더 깊은 층위로 끌고 들어갔다. 단순히 한국 생활을 오래 한 외국인들이 아니라, 전문적인 저널리즘 훈련을 받은 저널리스트들을 모아 보다 균형 있고 심도 있는 대화를 추구한 것이다.



덕분에 <외계통신>은 보도프로그램을 제작 편성할 수 없는 tvN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다. 특히 광복절 특집으로 편성된 9일 방영분은 압도적인데, 독일 ARD 안톤 숄츠 기자를 직접 일본으로 보내 우익 저널리스트와 혐한단체 회원들, 역사학자 와다 하루키 교수를 인터뷰하는가 하면,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의 상처가 남아있는 베트남 다낭을 찾아가 과연 우리는 우리의 과오에 대해 얼마나 교육하고 반성하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았다. 과거사 문제를 보다 입체적인 각도로 바라보고 고민하게 해준 것이다. 이런 성과는 잘 훈련된 저널리스트들과 제작진의 시너지가 없었다면 나오기 어려운 결과다. 아울러 무거울 수도 있는 분위기를 간결하고 경쾌하게 정리해 녹화를 주도하는 MC 박경림의 능력도 주목할 만하다. 서민적이면서도 단정하게 정제된 그의 태도는 예능과 시사보도의 중간적 성격을 지닌 <외계통신>이 추구하는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한다.

물론 <외계통신>에도 한계는 있다. 참여하는 저널리스트들의 국적이 주로 영미권이나 이웃국가 일본과 중국에 치우쳐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데, 세계정세를 보는 시선을 주로 영미권 외신에만 의존하고 있는 한국 언론의 관성이 예능의 포맷을 통해 더욱 강화된 형태로 전파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한계들을 극복한다면, <외계통신>은 한국과 세계의 문제를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시야를 더 폭넓게 확장해 주는 좋은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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