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의 흥행 공식, 적절한 볼거리와 신파 코드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영화 <신과 함께 - 인과 연>이 예상대로 흥행 순탄대로를 걷고 있다. 개봉 11일 만에 9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무난하게 1편과 함께 ‘쌍천만 관객’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해 1편에 해당하는 ‘죄와 벌’이 방영되었을 때만 해도, 동시에 1,2편 제작을 했던 <신과 함께>가 과연 이만큼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까 의구심이 생겼던 것도 사실이다.

그것도 늘 CJ와 맞붙어 더 많은 투자를 하고도 이렇다 할 대박 영화를 내지 못했던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작품이었다. 제작유통사들 간의 자존심 대결이 걸린 <신과 함께>는 그러나 일찌감치 1편의 대성공을 통해 2편의 성공 또한 기정사실로 만들었다. 그것은 이 영화가 가진 관객을 끌 수밖에 없는 공식들이 이미 1편을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는 <신과 함께>가 가진 이승과 저승이라는 소재다. 우리에게는 <전설의 고향> 같은 콘텐츠들을 통해 이미 익숙한 소재이고, 또 저승사자나 ‘귀인’ 같은 인물도 그리 낯설지 않다. 그만큼 우리에게 친숙하게 통하는 보편적인 소재라는 뜻이다. 하지만 보편적인 소재라고 해서 식상하거나 뻔한 소재라는 뜻은 아니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만큼 우리 식의 서사가 가능한 소재이기도 하다. 동시에 두 편에 해당하는 작품이 기획될 수 있는 건 이런 소재가 가진 특별함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두 번째로 소재보다 더 중요한 건 이 영화가 방영된 여름철 블록버스터 시장의 특성과 거기에 최적화된 블록버스터로서의 볼거리를 이 소재가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일 게다. 저승세계는 사실 막연하게 그려진 면들이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은 강을 건너는 식으로 처리되는 게 다반사였다. 하지만 <신과 함께>는 바로 이 부분을 블록버스터가 갖는 신기한 볼거리로 채워 넣었다. 1편에서 보여지는 여러 차원의 지옥들은 각각 흥미를 끌만큼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되어주었다.



저승사자가 등장하고, 원한을 품은 악귀들이 폭주를 한다는 점은 저승만이 아닌 이승 또한 볼거리가 가능하게 했다. 2편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1편은 확실히 악귀들과 추격을 하거나 대결을 벌이는 장면들이 시선을 끌었다. 또 마지막 부분에는 수홍(김동욱)이 원귀로 변해 폭주하면서 군부대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이 연출되었다.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은 제 아무리 이야기와 소재가 탄탄해도 볼거리가 충분히 채워지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신과 함께>는 바로 이 부분을 제대로 CG를 더해 구현해냄으로써 관객들을 몰입시킬 수 있었다.

세 번째는 볼거리의 긴 여정 끝에 만들어지는 신파 코드다. 우리네 관객들은 볼거리만큼 중요한 요소로 감정적 만족감을 추구한다. 그래서 1편에는 어머니의 죽음을 두고 벌어지는 형제의 신파코드가 들어간 장면이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2편은 강림(하정우)과 혜원맥(주지훈), 덕춘(김향기)이 몇 백 년 전에 얽히고설킨 인연의 고리들이 반전을 만들며 역시 묵직한 감동을 준다. 1편이 죄와 벌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면 2편은 인연과 얽힌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담는다. 충분히 볼거리로 시원함을 즐긴 관객들은 그래서 영화가 끝나기 전 드러나는 진실을 통해 감정적 만족감까지 얻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건 이제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에 관객들이 보려 하는 기대치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점이다. 즉 엄청난 짜임새와 완성도 그리고 메시지를 바라기보다는 뜨거운 여름 피서의 하나로서 극장을 찾아 그 시간동안의 만족감을 얻는 그런 정도의 영화를 원하게 되었다는 것. 이야기의 허점도 많은 영화지만, <신과 함께>가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그 원하는 만큼의 기대치를 채워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성공요소들은 어쩌면 향후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 영화의 공식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신과 함께 - 인과 연>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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