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가상극, 시청자들은 “저게 도대체 뭘까” 했다

[엔터미디어=정덕현] 안타깝지만 MBC <두니아>는 그 참신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실패작으로 남을 운명이다. 3%대를 유지하던 시청률이 2%대(닐슨 코리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더 나쁜 건 반응 또한 점점 시들시들해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 ‘듀랑고’의 세계관을 가져와 공룡이 출몰하는 두니아라는 가상의 섬에 워프되어 들어간 일단의 인물들이 그 곳에서 생존해간다는 독특한 설정을 시도했지만, 시청자들로서는 “저게 도대체 뭐하는 건가”하는 반응에 머무르고 있다.

그렇게 된 건 가상과 현실이 뒤섞인 이 프로그램의 모호한 세계관 때문이다. 물론 게임에 익숙한 세대라면 가상의 게임에 빠져들었을 때 느끼는 그 현실감을 통해 이 프로그램이 가진 독특한 지점이 이해될 것이다. 하지만 지상파 주말예능 시간대의 주 시청층이라고 할 수 있는 중장년 세대들에게 그런 세계관은 낯설기 이를 데 없다. 어느 부분에서는 연기를 하고, 어느 부분에서는 실제 리액션을 보이는 그 현실과 가상 사이의 혼재는 게임적인 마인드로 바라보면 재밌을 수 있지만, 리얼리티의 관점에서 보면 어설픈 가짜 연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사정은 tvN이 야심차게 준비한 주말예능 <갈릴레오:깨어난 우주>도 마찬가지다. 예고편을 보면 마치 진짜 화성을 갔다 온 것처럼 이색적인 풍광에 우주복을 입은 김병만과 하지원 등의 모습이 등장하지만, 실상은 화성과 똑같은 환경으로 만들어진 미국 유타 지역 화성탐사연구기지에서 이른바 화성 모의훈련을 하는 과정을 담았다.

물론 그 모의훈련은 실제 화성탐사를 떠날 우주인들이 거치는 과정이긴 하다. 그래서 실제 상황을 그대로 재연한 과정이 실감을 주기도 하지만, 그것을 방송의 소재로 잡았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것이 모의훈련이기 때문에 거기서 등장하는 긴박감 같은 것들이 그만한 실감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완전한 가상으로서 드라마나 영화로 그려진다면 모를까,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담기에는 어색한 부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두니아>나 <갈릴레오>를 보면 떠오르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건 시즌 종영을 선언한 MBC <무한도전>이다. <무한도전>은 <두니아>처럼 완전한 가상의 게임 공간을 상정하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상황 속으로 들어가는 특집을 여러 차례 보여준 바 있다. 그 유명한 ‘좀비 특집’이나 ‘무인도 특집’ 나아가 그 많은 추격전들이나 ‘무한상사’ 같은 상황극들이 그렇다.

<갈릴레오> 역시 <무한도전>이 시도하려했던 ‘화성특집’, ‘우주특집’을 떠올리게 한다. 화성에는 가지 못하고 대신 경기도 화성에서 찍은 상황극은 예능의 측면에서 봤을 때 <갈릴레오>보다 훨씬 재밌는 상황들이 연출되었다. ‘우주특집’을 위해 러시아로 날아가 무중력 훈련을 받는 과정 역시 <갈릴레오>의 훈련보다 훨씬 더 우주를 실감나게 해준 게 사실이다.



어째서 <무한도전>이 하면 더 흥미진진하고 실감도 주었는데, <두니아>나 <갈릴레오>는 그렇지 못한 걸까. 그건 그 프로그램이 갖는 독특한 세계관에 대한 설득이 <무한도전>만큼 충분히 이해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10여년을 계속해온 <무한도전>은 그 속에 상황극과 캐릭터들에 대한 이해가 이미 전제로 깔려 있어 어떤 미션이나 상황 속에 들어가도 이물감이 별로 없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두니아>나 <갈릴레오>는 그 세계관이 여전히 낯설다. 캐릭터 또한 손에 잡히지 않고.

결국 가상이지만 현실처럼 느끼게 만드는 그 힘은 세계관과 캐릭터의 친숙함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게임을 하며 실제처럼 몰입하게 되는 건 그 세계관을 이해하고 있어서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은 어설픈 가상극은 이도저도 아닌 어색함으로 남게 됐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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