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의 tvN 입성 기대높인 ‘유퀴즈온더블럭’

[엔터미디어=정덕현] 예능의 트렌드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지만, 유재석의 변화 속도는 그리 빠른 편은 아니다. 이미 리얼리티쇼의 시대로 접어들어, 여기 저기 관찰카메라가 예능의 트렌드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유재석은 여전히 꽤 오래된 형식이라고 할 수 있는 리얼 버라이어티 캐릭터쇼인 SBS <런닝맨>과 연예인 토크쇼인 KBS <해피투게더>를 진행한다. 최근엔 JTBC <슈가맨2>를 진행했지만 그것도 리얼리티쇼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나마 지금의 트렌드를 따라잡았다 볼 수 있는 건 <런닝맨>의 글로벌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범인은 바로 너>를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였다는 점 정도다. 물론 그 프로그램 역시 형식이 다른 건 아니지만, 글로벌 플랫폼에 올라갔다는 점이 새롭다고 볼 수 있다. <무한도전>의 종영은 캐릭터쇼의 시대가 끝났다는 걸 알리는 사건(?)이지만, 유재석은 여전히 그 시대의 캐릭터쇼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유재석의 변화 속도가 늦는 건 아마도 그가 한 시대를 이미 풍미했고 지금도 최고의 위치에 있는 예능인이기 때문일 게다. 갑작스런 변화보다는 서서히 변화하는 연착륙을 그는 시도하고 있다. 지상파만 고집해오던 그가 JTBC와 <슈가맨> 같은 프로젝트를 시도했던 건 그가 천천히 움직이지만 스스로도 변화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 때문일까. 이제 tvN과 준비하고 있는 <유퀴즈온더블럭>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것은 그 아이템이 유재석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리얼리티쇼’의 형태를 띠고 있어서다. 제목에 담겨 있는 것처럼 이 프로그램은 유재석이 길거리로 나가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한바탕 어우러지며 깜짝 퀴즈를 내는 길거리 토크쇼이자, 퀴즈쇼다.

물론 완전히 같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이미 이런 형태의 형식을 유재석이 시도했던 걸 본 적이 있다. <무한도전> ‘무도의 밤’ 특집에 유재석이 시도했던 ‘길거리 토크쇼 잠깐만’이 그것이다. 당시 유재석은 마이크와 테이블 그리고 간이의자를 직접 들고 길거리에 나가 만나는 사람들과 무작위로 토크쇼를 벌인 바 있다. 아주 작은 시도였지만 당시 이 시도는 정규화해도 좋을 만큼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것은 현장에서 만나는 서민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주는 묘미가 남다르다는 점 때문이었다. 즉석에서 벌이는 소통에 능숙한 유재석이기 때문에 가능한 형식이었고, 무엇보다 그 서민에 맞춰진 눈높이가 정서적인 공감대를 만들어주었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직장인이나 수험생들은 저마다 일상의 무게를 갖고 있기 마련이었다. 그러니 유재석과 벌이는 유쾌한 대화와 심도있는 이야기가 주목을 끌밖에.

<유퀴즈온더블럭>은 여기에 퀴즈쇼라는 형태를 하나 더 얹었다. 그리고 유재석 혼자가 아니라 <무한도전>의 끝자락에 투입되어 가능성을 보여줬던 조세호와 함께한다. 최근 <거기가 어딘데>로 도전하는 모습에서도 또 웃음에서도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던 조세호인지라 유재석과의 합에 대한 기대감은 더더욱 높다.

유재석은 향후에도 관찰카메라 형태의 리얼리티쇼는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그러니 그에게 리얼리티쇼 시대에 최적화된 방식은 두 가지 정도가 될 수밖에 없다. 그 하나는 <무한도전>에서 했던 ‘도전 형식’이고 다른 하나는 <유퀴즈온더블럭> 같은 현실로 뛰어들어 대중들과 즉석에서 어우러지는 형태의 리얼리티쇼다. 과연 유재석은 <유퀴즈온더블럭>을 통해 이 달라진 시대에도 그 진가를 보여줄 수 있을까. 오는 29일 그 첫걸음이 시작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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