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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에 맞서는 직접행동 ‘카운터스’
기사입력 :[ 2018-08-25 14:43 ]
[엔터미디어=황진미의 편파평론] △이 영화 찬(贊)△. (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카운터스>는 2013년 일본에서 일어난 ‘카운터스’ 운동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카운터스’ 운동은 ‘재특회’의 혐한시위에 반대하여 일어난 시민운동이다. 트위터에 하나로 시작된 ‘카운터스’ 운동은 혐오와 차별에 반대하는 직접행동을 벌여 3년 후 헤이트스피치 금지법을 만들어내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둔다. <카운터스>는 시민들이 혐오시위에 어떻게 저항했는지를 보여준 진중한 기록이자,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담은 흥미로운 기록이다. 연출을 맡은 이는 오랫동안 일본에서 활동하며 재일한국인 청소년을 담은 다큐멘터리<울보 권투부>(2015)를 찍은 이일하 감독이다. 영화는 재치 있는 편집과 발랄한 음악으로 굉장한 재미와 에너지를 뿜는다.



◆ 코리아타운의 혐한 시위

아베가 집권한 뒤, 일본에서는 ‘재특회’(재일한국인의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가 활성화되고, ‘행동하는 보수’라 불리는 그룹이 급성장했다. 2012년 8월, 도쿄의 신주쿠지역의 한국음식점과 상점이 즐비한 거리에 재특회 회원들이 몰려와 “조선인을 몰살시켜라” 소리치며 행패를 부린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이 인터넷 동영상으로 퍼져나간 후 재특회 회원들은 혐한집회를 벌이고, 집회 후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분탕질을 쳐대는 일명 ‘산보’를 가졌다. “코리아타운을 뭉개버리고 가스실을 만들자” 같은 혐오 발언들이 쏟아지는 혐한 시위는 재일한국인에 대한 공격이자, 2000년대 초부터 크게 유행한 한류문화에 대한 공격이었다.

영화는 일본 전역에서 나타난 혐한 시위와 일명 ‘산보’ 장면들을 짧은 클립화면으로 보여준다. 교토 조선인학교를 공격하고, 오사카 코리아타운의 한국인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도쿄의 조선대학교나 차이나타운의 중국인 관광객을 향해서도 끔찍한 말들을 쏟아낸다. “거리에서 한국여자를 보면 돌을 던져도 강간을 해도 무방합니다.” “남경학살이 아니라, 코리아타운 학살을 일으켜야 합니다.”

이러한 혐한 시위가 벌어질 때, 재일한국인들은 공포에 떨며 눈물을 흘린다. 영화는 일본인 아버지와 조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14살 소년의 목소리를 앞뒤에 담는다. 소년은 혐한 시위에 나가 “친하게 지내요.”라는 팻말을 들었다. 이렇게 말하면 혐오와 차별이 없어질 줄 알았지만, 조롱당하고 제지당했다고 말한다. 그는 위협감과 공포를 느꼈던 그 순간을 “제 삶에서 지울 수 없는 참담한 일”이었다고 토로한다. 혐오시위의 반인륜적인 구호는 재일한국인이나 중국인들에게 실질적인 공포를 안기지만, 이들의 시위는 합법이다. 소수자들에게는 칼로 찌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폭력성을 지니지만, 헌법에 의해 보호받아야 할 ‘표현의 자유’라는 것이다. 시위대들은 데모 허가서를 내밀고, 경찰은 이들 시위대를 보호한다. 이들에게 항의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오히려 경찰의 제지를 받는다. TV에는 혐한 시위 참가자를 폭행한 혐의로 시민단체회원 몇 명이 체포되었다는 뉴스가 흐른다.



◆ 사쿠라이 Vs. 다카하시. 누가 사회를 지키는가.

영화는 두 명의 흥미로운 인물을 절묘하게 대비시킨다. 먼저 ‘재특회’의 창설자인 사쿠라이. 3년간 네이버에서 극우논객으로 활동했으며, ‘넷 우익’을 선동하여 혐한 시위에 나섰다. 그는 ‘일본은 국가와 국민이 동일하다’는 파시즘적인 논리를 펼치며, 자신들이 나라를 수호한다고 떠벌인다. 그는 어린 시절 사생아로 차별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하지만 인간사회에서 차별은 정당하다고 믿는다. 그는 “외국인이 살기 좋으면 내국인이 살기 힘들다”고 말하며, “조선인은 역겹다. 일본에서 떠나라.”고 말한다.

반면, 다카하시는 카운터스들 중 가장 독특한 인물이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결성된 카운터스 운동은 공식적인 조직을 갖지 않는다. 여러 그룹의 다양한 사람들이 차별과 혐오에 반대한다는 단일 의제에 찬성하여 결집한 것이기 때문이다. 카운터스들 중에는 후쿠시마 참사 이후 수도권 반원전연합을 이끈 노마 선생이나 인권변호사인 간바라, 혐한시위대에게 고압적으로 “부끄러운 줄을 알아라”라고 일갈하며 훈계부대를 이끄는 이토 선생 등이 존재한다. 하지만 영화가 가장 집중해서 조명하는 인물은 다카하시이다. 그는 지금껏 사회운동의 주체로 상상해 본적이 없는 캐릭터이다.

다카하시는 전직 야쿠자로, 거친 남성성을 내세우는 오토코구미회를 결성하고, 자기만의 방법으로 투쟁할 것을 선언한다. 그는 혐한 시위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세 번이나 체포됐다. 그는 아버지 없이 자랐고, 청소년기에 선생님 차에 불을 지른 행위로 소년원에 간 후 어두운 세계에서 건달 노릇을 하였지만,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 싫어서 건달 생활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는 ‘넷 우익’들과 생각이 같았지만, 인터넷에서 논쟁을 하다가 이토 선생을 직접 만나 자신이 틀렸음을 알았다고 한다. 그는 야쿠자를 그만두었을 때 일반인들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게 힘들었지만, 카운터스들을 보고 오히려 용기를 얻었다고 말한다. 그는 여전히 자신이 진짜 우익이라고 믿으며, 혐한 시위를 벌이는 자들을 사이비 우익이라고 부른다. 오전에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를 가고, 오후에는 극좌들과 어울리며 아베 관저에 항의하러 가는 그를 모든 카운터스들이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가 가장 열정적인 카운터스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는 ‘재특회’에 신상이 털려 직장을 잃기도 했지만, 여전히 버는 돈의 대부분을 카운터스 활동에 쓴다.



◆ 합법 or 비합법, 폭력 or 비폭력

2013년 2월 17일 오토코구미 회를 비롯한 카운터스들이 혐한 시위대를 에워쌌다. 경찰은 혐한 시위대들을 보호하기 위해 중무장한 기동대를 출동시켰고, 카운터스들은 경찰에게 목이 졸리고 바닥에 패대기쳐졌다. 경찰은 오토코구미회를 폭력집단으로 취급하여 조폭에게나 쓰는 ‘폭처법’을 적용하였다.

경찰의 과잉진압이 카메라를 든 저널리스트들에 의해 미디어에 알려지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이후 경찰을 책임지는 국가공안위원장이 ‘재특회’와 결탁되어 있다는 정치 스캔들이 터져 나왔다. 카운터스들이 직접행동으로 혐한 시위대를 제압한 날 이후 혐한시위는 허가를 받지 못하였다. 이는 일본의 시민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과격하다거나 폭력적이라거나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는 비판을 받을지언정, 실질적으로 폭력을 종식시키는 효과를 낳은 것이다. 올바른 사람들끼리 모여 올바른 방식으로 올바름을 주장해야 한다고 믿었던 기존의 좌파나 리버럴 계열의 사회운동이 지닌 한계를 깬 것이다.



영화는 당시 시민들의 인터뷰를 들려준다. 혐한 시위와 반대 시위가 둘 다 시끄럽고 무서운데, 누가 옳은지 모르겠다는 입장이 팽배해 있었다. 혐한 시위도 합법이니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 중립적으로 받아들여졌으며, 카운터스들의 주장이 옳지만 폭력적인 방법을 쓰는 것은 나쁘다는 검찰 측의 입장이 무난한 상식인양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기계적 중립과 양비론이 주류인 사회에서 어떻게 싸움을 만들어나갈 것인가. 일단 카운터스들은 싸움의 구도를 ‘재일한국인’ 대 ‘재특회’의 대결로 놓지 않았다. ‘재특회’가 어처구니없이 주장하는 ‘재일한국인의 특권’이라는 것에 말려 논의를 협소화시키지도 않았다. 일본이냐 한국이냐, 혹은 한국에 찬성하냐 반대하냐 등의 우익적인 논의 구도를 피하고, 개념적인 본질에 육박해 들어갔다. 즉 ‘재특회’는 인종주의자들이고, 저들의 행위는 혐오발언이며, 우리는 혐오와 차별, 그리고 인종주의에 반대한다며 정확한 논점을 짚었다. 따라서 이 싸움은 재일한국인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이들의 대결이 아니라, 일본사회를 좀먹는 혐오와 차별을 용인하는 세력 대 그에 반대하여 일본사회를 지키려는 세력의 대결로 만든 것이다.



카운터스들은 거리에서 혐한 시위대를 에워싸는 직접행동에 나설 뿐 아니라, 헤이트 스피치를 합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입법 투쟁에 나선다. 아리타 의원은 온작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의회에서 입법 활동을 벌였으며, 카운터스들은 거리에서 선전전을 벌이며 서명을 받아 힘을 보탰다. 그 결과 3년 만에 혐오표현을 금지하는 기본법이 통과되었다. 비록 처벌조항이 없는 기본법에 불과하지만, 이후 각 지방 조례들이 제정되면서 혐한 시위의 허가를 내주지 않게 되었으며, 결국 혐한 시위는 더 이상 열릴 수 없게 되었다.

영화는 카운터스들의 완벽한 승리를 보여주는 듯한 클라이맥스를 경유하여, 씁쓸한 결말을 보여준다. 일단 두 사람의 운명이 절묘하게 교차된다. 혐한 시위가 종식된 후 다카하시는 오토코구미회를 해산하고, 다른 방식으로 투쟁할 것을 선언한다. 그는 오키나와 차별 반대 운동을 하다가 수감된다. 한편 사쿠라이는 도쿄도지사 선거에 출마하여 21명의 후보 중 5위로 득표한다. “트럼프가 아메리카 퍼스트를 주창하였듯이, 내셔널리즘을 주창한다.”는 그는 일본 퍼스트 당을 창당한다. 누가 사회를 지키고, 누가 사익을 챙기는지 분명한 구도이다. 영화는 안보법안이 통과되기 직전 대규모 시위가 열리고, 국회 앞에 운집한 사람들이 “아베는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는 광경을 위로처럼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에 사쿠라이는 “조선인을 몰아내자”는 주장이 뭐가 잘못되었는지 반문한다. “한국이나 중국에서도 일본에 대한 혐오발언을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차별과 혐오의 역사를 완전히 지운 채 떠벌이는 엉터리 논리이다. 사실 ‘재특회’라는 이름 자체도 어불성설이다. 차별받는 재일한국인에게 오히려 특권이 있는 것처럼 말하고, 그런 특권에 반대하는 자신들이 평등을 지향한다는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이 깔려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구도를 지운 채, ‘백인이 당하는 역차별’ ‘남성이 당하는 역차별’ 등을 운운하며 ‘젠더 이퀄리즘’을 주장하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 한국 사회에 던지는 화두

<카운터스>는 지금 한국 사회에 매우 중요한 화두를 던진다. 첫째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반인륜적인 폭거를 바로잡기 위해, 합법·비합법, 폭력·비폭력의 강박에 붙들리지 않는 용기가 필요함을 일깨운다. 기득권자들은 언제나 ‘예쁘고 얌전한 말로 설득시키라’며 정당한 분노를 억압해왔으며, 중립을 가장한 이들은 ‘옳은 주장이지만, 과격한 태도는 적을 만들 뿐’ 이라거나,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다니 똑같은 짓’ 이라며 비난해왔다. 하지만 카운터스들의 운동은 과격한 직접 행동이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는 기존의 운동방식보다 유효할 뿐 아니라, 필요함을 환기 시킨다.

둘째는 기존 시민운동에서는 전혀 주체가 될 수 없었던 사람, 가령 조폭 출신의 의리파 행동대장까지도 새로운 주체로 나설 수 있는 개방적인 운동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현재 ‘불편한 용기’에서 개최하는 시위에 7만 명의 참가자가 모이는 것은 기존의 여성운동단체들이 주체화하지 못했던 여성들까지 주체화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셋째, 모든 것을 그저 하나의 의견일 뿐이라고 치부하는 잘못된 자유주의와 기울어진 운동장의 구조를 무시한 채 양비론이나 기계적 평등을 주장하는 세력들의 허구성을 어떻게 논파해나갈 것인지 등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혐오발언 금지법이 통과되었을 때, ‘재특회’ 등은 “표현의 자유를 금지하다니, 파시즘과 같다.”는 어처구니없는 말들을 쏟아냈다. ‘여혐’에 반대하는 것을 ‘남혐’이라 치부하고, ‘페미-나치’ 등을 입에 올리는 이들에게 발언권을 허용하지 않으려면 어떤 담론의 구도를 펼쳐나가야 할지 고심하게 만든다.



사실 사쿠라이의 주장은 한국의 ‘일베’를 비롯한 혐오세력들의 주장과 한 치도 차이가 없다. 단지 사쿠라이가 공격하는 타자의 자리에 ‘(재일)한국인’이 놓여있을 뿐이다. 같은 논리로 여성, 외국인, 난민 등을 공격해왔던 국내의 혐오세력들의 눈에 (재일)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혐오와 차별을 당하는 영화 속의 광경이 어찌 보일지 궁금하다. 영혼의 동반자 혹은 거울에 비친 도플갱어 같은 사쿠라이를 보고 그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일본도 저렇게 하니 우리도 더욱 혐오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 안의 혐오와 차별을 돌아보게 될 것인가.

<카운터스>는 광복절에 개봉했다. 억압받았던 민족의 울분을 느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 안에 깃들어 있는 ‘재특회’를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카운터스>는 젠더와 인종을 둘러싼 혐오와 차별의 문제가 날로 심화되는 한국 사회에 가장 흥미로운 방식으로 가장 시의적인 화두를 던지는 의미 있는 텍스트가 아닐 수 없다.

* 이 글은 8월 18일 ‘영화공간 주안’에서 열린 <황진미의 시네마게이트>에서 나누었던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칼럼니스트 황진미 chingmee@naver.com

[사진=영화 <카운터스>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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