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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노출 ‘상류사회’, 어째서 파격적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기사입력 :[ 2018-08-29 17:03 ]


‘상류사회’, 차라리 더 도발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이제 <상류사회> 같은 영화는 너무 뻔하게 다가온다. 19금, 파격 노출 같은 표현들이 영화 개봉 이전부터 쏟아져 나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현실 고발을 한다는 명분하에 적나라한 ‘저들’의 세계가 폭로된다. 19금, 노출에 현실 고발이 더해지니 관객들은 한번쯤 궁금하게 여겨질 법하다.

주연으로 수애가 들어가 있어 이런 표현들은 더더욱 호기심을 자아낸다. 늘 도도하고 우아한 이미지를 보였던 배우가 아닌가. 그런데 19금에 ‘파격 노출’이라니. 하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안다. 노출은 주연 배우의 몫이 아니라는 걸. 대신 그 파격적인 노출들은 조연들이 맡기 마련이다. <상류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성인들이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잘못된 일은 아니다. 그래서 19금이든 파격 노출이든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 보긴 어렵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자극적인 문구가 아닌 영화가 가진 완성도에서 생겨난다. <상류사회>는 우리가 이미 여러 상류층을 고발하는 영화들을 통해 봐왔던 것 그 이상을 담아내지 못한다.



상류사회에 진입하려는 욕망 부부 태준(박해일)과 수연(수애)가 마치 손에 잡힐 것만 같던 그 순간, 그들은 영원히 저들의 세계로 들어갈 수 없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 피로 연결된 저들의 세계는 서로 물어뜯으면서도 결코 와해되지 않는다. 그것은 돈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남보다 못한 사이로 유지되는 상류사회의 부부는 자신들의 돈이 바깥으로 나가는 걸 원치 않는다는 암묵적인 합의를 갖고 있다.

반면 가진 게 없어 몸뚱어리를 내던져서까지 그 상류사회에 진입하려는 이들은 바로 그 점 때문에 치명적인 약점을 남기고, 부부관계도 위기를 맞는다. 돈이 아닌 사랑으로 이어지는 이들의 관계는 욕망에 의해 그 사랑이 깨져버리는 걸 확인하게 되는 순간,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류사회>가 담으려 하는 건 저들의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이 우리와는 다르고, 그래서 거기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결국 저마다의 오점들을 갖게 된 욕망 부부 태준과 수연은 과연 계속 이렇게 살아갈 것인가를 놓고 격한 언쟁을 벌인다. 수연이 “우리 그냥 개같이 살자”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저들의 세계가 주는 두려움과 자신 속에서 꿈틀대는 욕망이 동시에 느껴진다. 아마도 그 두려움과 욕망은 우리네 자본화된 세상이 돌아가는 작동 기제일 것이다.



이처럼 <상류사회>는 그저 19금이나 파격 노출만을 담아내는 선정적인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 이 풍경이 익숙하다는 점이다. <내부자들>에서 우리가 봤던 저들의 커넥션이 등장하고, <돈의 맛>이 가진 풍자적 코드가 적당히 재현된다. 그나마 이 영화에서 새롭다 여겨지는 건 섹스를 예술로 생각하며 그 행위를 작품으로 담아내는 한용석 회장(윤제문)을 통해 보여주는 풍자코드다. 예술인 양 하지만 그건 하나의 포르노에 불과하다는 걸 이 영화는 풍자적인 시각으로 그려낸다. 또 도촬되어 협박의 무기가 되는 성행위 영상이 예술을 통해 오히려 저들을 폭로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는 점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하지만 그것을 빼고 나면 <상류사회>는 그다지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여겨지진 않는다. 이미 많이 봐왔던 상황과 설정들의 연속은 그래서 몇몇 주목할 만한 장면들을 희석시킨다. 차라리 더 도발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면 어땠을까. 파격적이라지만 생각만큼 파격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상류사회>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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