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백종원의 분노만큼 화나게 만드는 전시행정

[엔터미디어=정덕현]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찾은 대전시 중앙시장에 위치한 청년몰. 그 곳의 음식을 맛본 백종원은 또 분노했다. 유명 햄버거집보다 낫다고 자처하는 햄버거는 패티에서 소고기 냄새가 확 났다. 이유는 냉동된 간 소고기를 받아 패티로 만들어 내놓기 때문이었다. 언제 나온 건지도 모르는 그 소고기로 만든 패티가 신선할 리 없고 그러니 냄새가 안날 턱이 없었다. 게다가 빵도 유통기한이 지난 것이었다. 냉동실에 넣어뒀던 걸 꺼내 쓴다고 햄버거집 사장은 말했지만 그건 변명에 불과했다.

같은 집에서 나온 프라이드치킨은 조금 큰 닭을 쓴데다 튀기는 시간을 잘 못 맞춰 살이 덜 익어 있었다. 닭다리의 힘줄을 꺼내 눌러 보여주는 백종원은 그 색깔이 붉은 색이 나오면 덜 익은 것이라고 했다. 닭다리가 그 정도니 더 두꺼운 가슴살이 제대로 익었을 리 없었다. 안을 열어보니 역시나 덜 익어 있었다.



초밥대통령을 자처하는 경력 17년 초밥집은 그 문제가 더 심각했다. 17년 장사를 해서인지 잘못된 습관이 배어있었다. 알탕을 끓이기 위해 냉동된 알을 녹이는데 자신도 모르게 그 물에 손을 닦고, 알탕 양념장을 그 때 그 때 맞춰 한다고 했지만 간을 본 숟가락을 다시 넣어 간을 봄으로써 자신의 타액이 그 속에 들어가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알탕은 국물을 우려낸 것이 아니라 수돗물을 받아서 끓였고, 초밥을 만들 때 살짝 찍어 쓰는 물은 손가락을 닦는 물로 변질되어 있었으며 심지어 고춧가루를 뜨는 숟가락은 닦은 지 한 달이나 되어 정체모를 검은 때가 빡빡 닦아도 떨어지지 않을 만큼 붙어 있었다. 백종원이 ‘초밥대통령’이라는 말 쓰지 말라며 지적한 건 당연해 보이는 처사였다.

막걸리를 제대로 연구했다는 막걸리집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젊은 입맛에 맞춘다며 맑게 나온 막걸리는, 막걸리 특유의 걸쭉한 맛이 없었고 곁들여진 안주들은 전혀 특색이 없었다. 그냥 수돗물로 막걸리를 직접 담근다는 점주에게 백종원은 물을 바꿔보면 어떻겠냐고 물었지만 그렇게 하면 수질 관리가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같은 막걸리에 백종원이 정수기물을 타자 그제야 술 같은 맛이 난다는 반응들이 나왔다. 물 하나를 바꿔도 맛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그 막걸리집도 막걸리를 보존하는 상태가 정상적이지 못했다. 그 보존 냉장고에 얼음이 붙어 있었던 것. 그걸 ‘얼음막걸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놔두면 얼음이 녹아 막걸리가 점점 밍밍해진다고 백종원은 지적했다. 당연한 지적이고 당연한 분노지만 이번 대전 청년몰의 상황을 보니 거기에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어 보였다. 그건 애초부터 손님들이 찾기 힘든 곳에 세워진 청년몰이라 기획부터 뒤틀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거꾸로 음식을 더 철저히 준비해서 손님을 끌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애초 손님들이 찾지 않아서 관리 자체도 어렵게 된 부분이 분명 존재했다. 이 청년들이 그렇게 하고 싶어서 냉동 소고기를 받아 패티로 만들어 썼을까. 손님들을 속이기 위해 유통기한이 지난 빵을 버리지 않고 놔뒀을까. 초밥집 사장님도 혼자가 아니라 도와주는 사람 한 명만 있어도 조금은 더 신경 써서 주방관리며 음식의 질에 대한 부분을 챙길 수 있지 않았을까. 만일 손님이 많지는 않아도 그럭저럭 순환이 되는 정도였다면 굳이 막걸리 보관을 하는데 있어 얼음이 얼 정도로 보관할 필요가 있었을까.

물론 이 모든 것들이 장사가 잘 안 되는 집들의 ‘변명’에 해당하는 일이지만, 거기에는 또한 잘 되는 집만 잘 되고 안 되는 집은 계속 안 되는 이유도 들어있다. 결국은 여유가 있어 그만큼 더 오래 버틸 수 있고 더 오래 품질 관리를 할 수 있는 집들만이 성공할 수 있고, 무엇보다 손님들이 많이 찾는 비싼 입지를 가진 음식점이 더 잘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청년몰을 활성화한다는 정책은 청년실업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요즘 같은 시기에 충분히 공감할만한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적지 않은 규모의 예산들이 쓰이지만 그것이 좀 더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는가는 의문이다. 이 사업에서 최우선으로 지정되는 장소는 ‘고용 산업 위기 지역 내에 소재한 전통시장 및 상점가’다. 그러니 청년실업과 지역 활성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다는 취지를 앞세우고 있지만, 어떤 면으로 보면 애초에 잘 안 되는 곳에 미숙한 청년들이 들어가 어려움을 겪게 되는 또 다른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도 보인다.

대전 청년몰을 보면 그 위치 자체가 손님들이 찾아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한적한 중고책 타운을 지나서 한복-원단 시장 옆에 붙어 있으니 청년몰 특유의 젊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을 리가 만무했다. 그래서 백종원은 애초에 이 장소를 보고는 “전국에 청년몰이 있지만 최악의 입지”라며, “정말 생뚱맞은 자리에 있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에 딱 한 테이블 손님이 찾는 청년몰에서 음식과 주방관리를 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일까. 물론 그만한 노력과 열정을 쏟아 붓지 못한 청년들의 문제도 문제지만, 전시행정의 문제도 적지 않아 보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