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 좋은 영화는 관객이 먼저 알아본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변혁 감독의 영화 <상류사회>는 시작 전부터 시끌시끌했다. 19금이니, 일본 AV배우까지 등장한 역대급 노출이니 하는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여기에 변혁 감독 스스로 영화가 가진 의미를 이야기하는 인터뷰까지 더해졌다. 논란에 대한 해명의 뉘앙스를 가진 인터뷰였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것 역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종의 홍보 마케팅처럼 여겨졌다. 논란과 19금이 버무려진 형태의 홍보 마케팅.

물론 홍보 마케팅이 잘못된 건 아니다. 영화가 그만한 완성도를 갖고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상류사회>는 감독까지 나서서 그 작품이 가진 의미들을 세세히 설명했어도 관객들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 완성도도 떨어졌고, 새로움은 찾기 어려웠다. 결국 남은 건 노출뿐이었다. 관객들은 외면했고 주말 이틀 간 20만 관객을 동원해 누적 50만 관객을 기록했지만 주말 박스오피스 3위로 밀려났다.



대신 별다른 홍보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던 <서치>의 상승세가 흥미롭다. <상류사회>와 <서치>의 스크린수를 비교해보면 <상류사회>가 100개 이상이었고, 상영횟수 또한 1천 회 이상이 많았다. 하지만 <서치>는 관객들의 입소문이 이어지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결국 <상류사회>를 앞질렀다. 현재 57만 관객을 동원하며 <너의 결혼식>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제 탄력을 받은 <서치>는 더 많은 관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치>가 미국 선댄스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던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우리가 하루 종일 들여다보며 살아가는 SNS 세계만으로 구성된 영화라는 게 일단 관객에게 참신하게 다가온다. 그게 한 편의 영화가 될까 싶지만, 충분히 가능하고도 남는다는 걸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네 삶이 얼마나 이 새로운 세계에 포획되어 있는가를 깨닫게 만든다.



<서치>는 갑자기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노트북에 담긴 기록들을 검색해가는 아빠의 모습을 치밀한 대본과 연출로 그려낸 수작이다. 딸을 찾는 과정에서 아빠들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먹먹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스릴러를 방불케 하는 반전과 반전이 이어진다. 워낙 SNS 속 세계 만으로 구성된 작품이라 10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답답하게 느껴질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된다. 마치 우리가 무언가를 인터넷으로 검색할 때 보이는 그 몰입감처럼.

이 작품에서 아빠 역할을 연기한 존 조는 시종일관 얼굴 표정을 통해 그 깊은 감정과 아픔들을 연기해냄으로써 한국 관객들에게도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다. 우리에게는 <아메리칸 파이2>와 <스타트랙>의 술루 역할로 기억에 남겨진 배우다. 한국에서 태어나 6살 미국으로 이민해 성장한 한국계 배우다.



<상류사회>와 <서치>의 흥행 변곡점을 보면 지금의 대중들이 과거와는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잘 말해준다. 한때 19금과 논란 마케팅은 시끄러울수록 잘 먹히는 코드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워낙 관객들이 SNS로 소통하며 입소문을 내는 지금, 이런 마케팅은 구시대적인 유물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고 보면 <서치>가 보여주고 있는 것도 SNS가 현실을 거의 비추는 세상이 아닌가. 완성도 높은 영화는 이제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알아서 성공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이는 정반대로 말하면 완성도 떨어지는 영화는 제아무리 갖가지 마케팅을 해도 흥행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서치><상류사회>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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