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와 방탄소년단 통해 본 K팝 뮤비의 매력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 인기를 끈 데는 코믹한 뮤직비디오도 한몫했다. ‘강남스타일’ 뮤비는 서울 곳곳을 보여주며 유행하는 클럽음악에 한국 특유의 유쾌한 흥을 실어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 싸이는 후속곡 ‘젠틀맨’에서 한국적인 유머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던 듯하다. 그 결과물은 가래떡으로 기괴한 쇼를 펼치는 이상한 뮤비였다. 유쾌하지도 세련되지도 않은 방법이었다.

‘강남스타일’의 세계적인 히트 이후 한국의 케이팝은 세계 곳곳에서 두터운 팬덤을 형성했다. 1980년대 MTV를 통해 팝음악의 영상이 전세계에 퍼졌다면 이제 유튜브를 통해 케이팝 스타들의 화려한 영상들이 세계 곳곳으로 퍼지는 중이다. 당연히 아이돌 스타의 뮤직비디오 역시 감각적인 영상으로 진화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허나 빅뱅의 멤버 승리가 보여주는 ‘Where R U from’이나 방탄소년단의 ‘IDOL’ 뮤비는 감각적인 영상 이상의 재미가 있다. 두 뮤직비디오 모두 한국적인 것을 유니크한 영상으로 입혀낸 작품이기 때문이다.

승리의 ‘Where R U From’은 한국의 영어 교과서에 흔히 등장하는 문장을 제목으로 사용한 노래다. 하지만 이 노래에서 이 질문은 잘나가는 클럽의 주인공이 상대의 마음을 슬쩍 떠보기 위해 던지는 질문에 가깝다. 너 어디에서 왔어? 그런데 클럽스타일의 경쾌한 EDM 곡의 노랫말은 뮤직비디오를 통해 또 한 번 변신을 거듭한다.

뮤직디비오에서 승리는 클럽인지 국제회의장인지 애매한 곳에 나타난다. 그곳에는 미국의 트럼프나 북한의 김정은을 패러디한 인물들이 언성을 높이며 떠들어댄다. 한창 서로에 대한 비방이 이어질 무렵 대나무를 든 승리의 등장으로 뮤비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여기서 잠깐, 승리는 시진핑 캐릭터로 변신하기 위해 대나무를 든 것은 아니다. 다크써클이 짙은 것으로 유명한 이 스타의 별명이 팬더일 따름이다. 하여튼 이 쿵푸팬더가 아닌 클럽팬더 승리의 등장으로 국제회의장은 한바탕 ‘놀아보소’ 춤판으로 변신한다.



그리고 반복되는 ‘Where R U from’은 낯선 세계에 살던 이질적인 인물들이 서로의 마음을 떠보는 노래로 바뀐다. 그리고 중간에는 공산당 옷을 입은 위너의 송민호가 등장하기도 한다. 뭐, 공산당 옷을 입어서 뭐, 어때. 이런 느낌. 그리고 세종대왕을 패러디한 듯한 모자를 쓰고 빨간 생머리를 늘어뜨린 유병재의 등장이후 이 노래의 절정부와 극한의 패러디가 함께 몰아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어법을 빌리자면 갈 때까지 가보는 것이다.

클럽 EDM과 정치풍자라는 부조화는 이 노래가 케이팝이기 때문에 설득되는 면이 있다. 알다시피 한반도는 케이팝의 나라이자 이데올로기로 나뉜 분단국가이다. 하지만 분단국가의 국민들인 우리는 하루하루 전쟁의 공포에 벌벌 떠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한민국에서 폐쇄적인 북한사회는 종종 패러디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정상회담을 배경으로 한편의 유쾌한 코믹극 뮤비가 가능한 것이다. 어쨌든 남북은 오랫동안 서로 놀지 못했으니까.



방탄소년단의 ‘IDOL’은 코믹한 패러디물은 아니다. 이들의 신곡 뮤비는 한국적인 것을 얼마나 감각적인 영상미로 녹여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프리칸 리듬으로 시작하는 방탄소년단의 ‘IDOL’은 국악적 요소를 대놓고 드러내지 않지만 지화자, 얼쑤 등의 추임새를 클럽 리듬 안에 자연스레 녹이면서 한국적인 EDM 곡을 만들어냈다. Yeah나 boom boom이 아닌 지화자, 얼쑤 좋다가 클럽 비트에 철썩 들러붙는 노래인 것이다.

‘IDOl’의 한국적인 매력은 뮤비를 통해서 세련된 비주얼로 살아난다. 아프리카의 장면을 배경으로 시작한 ‘IDOL’은 컬러풀한 화면을 자랑하는 뮤직비디오다. 이 작품에서 방탄소년단은 굳이 한국적인 오브제를 코미디의 요소나 억지스러운 ‘국뽕’스타일로 사용하지 않는다. 화면 전환이 빠른 작품 속에 한국적 오브제를 엣지 있는 포인트로 적절하게 사용한다.



칼라풀 장식 술을 단 모습으로 변신한 전통의 북청사자는 전반적으로 뮤비의 화려함을 돋보이게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한편 지금의 한국에서 흥을 돋우는 최고의 캐릭터인 바람인형 역시 제이홉과 함께 흥을 돋운다. 이처럼 흥이 넘치는 한국적 오브제가 있는 반면 정적인 오브제도 있다. 방아 찧는 토끼가 있는 달처럼 귀여운 오브제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 뮤비의 백미는 부채를 들고 노래하는 지민에 이어 곧바로 진의 얼굴 클로즈업이 지나간 후다. 아주 짧은 정적인 여백의 순간 한 폭의 동양화로 바뀐 공간을 백호 한 마리가 화면을 채우며 재빨리 지나간다. 동시에 노래는 “난 이 순간 행복해”로 이어지며 최고의 클라이막스로 치고 올라간다. 이 짧은 몇 초의 장면을 통해 ‘IDOL’ 뮤비는 정과 동의 매력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리고 이것은 ‘Fake Love’의 정적인 감성과 ‘IDOL’의 활기찬 감각을 모두 소화하는 방탄소년단의 매력 포인트를 보여주는 단 10초 만에 보여주는 상징적인 순간이기도하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뮤직비디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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