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포레스트’를 보면서 오히려 ‘SNL 코리아’가 그리워지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사실 시작 전부터 tvN 드라마 <빅 포레스트>는 기대감이 상당히 높았다. 신동엽이 본격적으로 출연하는 드라마 도전이라는 점이 그랬다. 여기에 정상훈까지 가세하니 [SNL 코리아]의 찰떡 케미가 떠오르는 건 당연한 결과. 실제로 <빅 포레스트>는 지금은 종영한 [SNL 코리아]의 제작진들이 참여한 작품이다.

제작발표회에서 신동엽이 말했듯 <빅 포레스트>는 안상휘 국장과 그가 [SNL 코리아]를 함께 하면서 나눴던 아이디어들이 실현된 드라마였다. 사실 드라마라는 외형을 가진 건 맞지만 그 탄생과정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시트콤과 예능적인 코미디 그리고 드라마의 내러티브가 섞인 실험적인 시도다.

하지만 그래서였을까. <빅 포레스트>의 첫 회만을 놓고 보면 컸던 기대만큼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다. 드라마적인 형식을 따라가다 보니 코미디적인 함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면이 있었고, 또 코미디와 시트콤적인 상황들이 너무 파편적으로 그려짐으로써 드라마가 갖는 일관된 스토리의 연결이 아쉬웠다.



첫 회의 이야기는 사실 이 드라마의 두 주인공인 신동엽과 정상훈이라는 인물에 대한 소개로 채워졌다. 잘 나가던 연예인이었으나 음주운전에 사업실패로 추락해 대림동으로 들어와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는 신동엽과, 평범한 가장이길 원했으나 현실은 사채업체의 직원으로 살아가야 하는 정상훈. 이 돈을 갚아야하는 사람과 돈을 받아내야 하는 사람이 서로 얽혀 들어가는 이야기가 첫 회의 줄거리다.

역시 [SNL 코리아]를 통해 짧은 상황이 주는 코미디 대본을 썼던 작가들의 구력은 작품 속에도 묻어났다. 첫 회에 신동엽과 사채업자에게 똑같이 시달리다 사기결혼을 시도하게 되는 조선족 채옥(장소연)의 이야기가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한 부분은 이런 코미디 대본의 느낌이 묻어난다. “조선족의 축의금 문화가 통이 크다”며 사기결혼을 하고 축의금만 받아 나누자는 그 계획을 실현하는 과정은 마치 [SNL 코리아]의 한 코너를 보는 것만 같은 느낌을 주었다.



여기서 채옥은 꽤 비중 있는 연기를 보여줬는데, 막상 결혼식 당일 나타나지 않고 사라지는 대목은 <빅 포레스트>의 인물 활용이 드라마라기보다는 시트콤에 가깝다는 걸 말해준다. 보통의 드라마라면 한 번 등장시킨 인물을 그렇게 일회적으로 활용하지는 않는다. 물론 특별출연으로 잠깐 등장하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첫 회에 이렇게 비중 있게 다뤄진 인물이 바로 빠지는 건 어딘지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만든다. 마치 사건과 사건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게 아니라, 병렬적으로 구성된 느낌. [SNL 코리아]의 여러 코너들이 그저 순차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다.

그러다보니 드라마로서의 연속되면서 깊어지는 몰입감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그렇다면 아예 애초에 실험하려 했던 것처럼 드라마의 형식을 과감히 깨치고 나와 코미디의 강도를 높였다면 어땠을까 싶다. 코미디도 약하고 드라마의 몰입도 약하게 된 건 이 이질적인 두 장르의 결합이 시너지가 아니라 양측 장르의 묘미를 중화시켜버린 탓이다. <빅 포레스트>를 보면서 [SNL 코리아]가 그리워지는 건 그래서다.



차라리 드라마의 틀을 애써 따라가려 하기보다는 [SNL 코리아]가 가진 시트콤적인 웃음의 강도를 높이는 쪽이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 물론 첫 회를 보고 모든 걸 판단하긴 어려울 것이다. 다만 첫 회처럼 계속 이어진다는 건 기대감을 가졌던 시청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길 것이라는 점이다. 지나치게 드라마라는 장르에 힘을 주기보다는 보다 확실한 웃음의 포인트를 갖고 돌아올 <빅 포레스트>를 기대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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