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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2’ 권율이 그려낸 혐오범죄, 독특하게 다가오는 건
기사입력 :[ 2018-09-10 11:19 ]


‘보이스2’, 권율이 만들어내는 혐오, 이하나가 듣는 진실

[엔터미디어=정덕현] ‘우리가 누군가를 미워하는 건 그의 모습에 비친 우리 안의 무엇인가를 미워하는 것이다. 우리 안에 없는 것은 절대로 우리를 흥분시키지 않는다.’ 헤르만 헤세의 문구를 달아 OCN 주말드라마 <보이스2>가 내건 소제목은 ‘혐오의 탄생’이다. 어째서 <보이스2>는 ‘혐오’를 드라마 전체를 꿰뚫는 중심 소재로 가져왔을까. 또 그건 어떤 방식으로 다뤄지고 있을까.

일찌감치 정체를 드러낸 범인 방제수(권율)가 살인을 저지르는 방식은 독특하다. 그것은 그저 누군가를 죽이는 게 아니라 살인을 통해 누군가를 의심하게 만들거나, 혹은 서로를 의심하게 해서 누군가를 죽음과 파멸에 이르게 하는 방식이다. 그는 처음부터 도강우(이진욱)와 골든타임팀을 타깃으로 삼았다. 그래서 파트너 형준(홍경인)이 팔목이 잘린 채 무참히 살해당한 사건에서 도강우가 마치 그 일을 저지르고 덮어버린 것처럼 일을 꾸민다. 형준의 형 나홍수(유승목)는 이 일로 도강우에 대한 ‘혐오’와 분노의 감정을 갖게 되고 이성을 잃어버린다.



하지만 그렇게 이성을 잃었던 나홍수는 끝내 방제수의 집에서 살해당하고 그의 죽음은 풍산청 강력계 팀원들을 분노하게 만든다. 그 팀원인 양춘병(김기남)은 마침 올라오는 갖가지 정황증거들로 나홍수를 죽인 것이 도강우라고 확신한다. 이성을 잃은 풍산청 강력계 팀원들은 그렇게 도강우에게 일제히 총을 겨눈다. 그리고 그런 ‘혐오’가 탄생하는 과정을 멀리서 바라보며 방제수는 미소 짓는다.

도강우가 훨씬 더 쉽게 ‘혐오의 대상’이 된 건 희대의 살인마였던 그의 아버지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는 어린 아이를 죽이고 신체 일부를 잘라내 수집하는 살인마였다. 그 광경을 어린 시절 목격했던 도강우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 ‘혐오’의 그림자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환영으로 나타나 자신을 괴롭히는 여자아이는 바로 그 희생자였을 게다. 도강우가 보는 환영은 자신의 혐오와 죄책감, 분노 같은 것들이 뒤섞여 생겨난 것이다. 그는 강권주(이하나)가 간파한 것처럼 자신 속에 존재하는 그 ‘혐오’의 감정들과 싸우고 있었다.



이 정도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보이스2>의 악역이 왜 그렇게 그려졌는가를 가늠할 수 있다. 방제수는 ‘혐오 범죄’를 만들어내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가 그 범죄를 만드는 장소는 다름 아닌 인터넷 비밀카페를 통해서다. ‘닥터 파브르’라는 다크웹을 통해 그는 사회에 불만과 분노가 가득한 인물들을 끌어 모으고 움직인다. 도강우를 순식간에 범인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건 방제수가 혼자 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웹을 통해 여럿이 공모하기 때문이다.

방제수가 저지르고 있는 범죄는 최근 인터넷을 통해 점점 늘고 있는 ‘혐오’의 문화가 가진 특징과 그 심각함을 극화해서 드러내는 면이 있다. 웹이 가진 놀이의 성격과 현실 세계가 주는 분노와 혐오가 결합하면서 여럿이 공조해 한 사람을 파괴하는 범죄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 그 혐오의 거미줄에 걸리게 되면 세상의 지탄을 받으며 스스로를 혐오하게 되고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이 방제수가 웹을 통해 만들어내는 범죄가 에둘러 말해준다.



그렇다면 이 ‘혐오의 문화’와 맞서 싸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골든타임팀이라는 가상의 조직이 그려내는 ‘듣고 공감해주는’ 방식이 아닐까. 한 사람이 아닌 여럿이 공모하는 범죄에 맞서기 위해서는 역시 여럿이 함께 공조해야 가능한 일이다. 물론 골든타임팀의 강권주 역시 잠시 도강우를 범인으로 의심하지만, 결국 누군가 뒤에서 사건을 조작했다는 걸 알아차린 후 자신의 오해를 사죄한다. 도강우가 사실은 그 어린 시절의 악몽으로부터 생겨난 혐오와 지금껏 싸우고 있었다는 걸 공감한다.

사실 어쩌면 눈에 드러나는 끔찍한 사건보다 더 끔찍한 건 그 사건을 일으키는 밑바닥에 깔려 있는 분노와 혐오가 아닐까. 누군가에 의해 부추겨지기도 하는 우리 시대의 비극적인 ‘혐오의 탄생’은 그래서 이와 맞서는 대응을 필요로 한다. 강권주라는 캐릭터가 타인의 진실을 들어주는 귀를 갖고 있다는 건 그것이 어떤 대응이어야 하는가를 잘 말해준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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