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조승우는 결국 병원 쪽에 설까, 회사 편을 들까
‘라이프’가 꼬집은 의료민영화의 민낯, 이래도 될까

[엔터미디어=정덕현] “구승효가 나한테서 얼마를 가져가는데. 내 말 들으라구. 내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거지. 모든 자리에 내가 다 있을 수 없으니까 대신 움직이라고 사장들 쓰는 거지. 지들이 대단해서 한 줄 알아? 지들이 의사면 의사지 내 병원에서 일하는 주제에. 구사장 새끼도 그래 아버지 돌아가시자마자 내가 등짝을 쳐서 내쫓았어도 내게 감사합니다 절을 해야 될 새끼가 어딜 감히. 왜 의사 것들이랑 놀아나니까 지가 뭐 사람 고치는 의사라도 되는 줄 알어? 나 아니면 지가 어디서 사장이네 고개를 쳐들고 다녀!”

JTBC 월화드라마 <라이프>에서 화정그룹 조회장(정문성)은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것은 자본의 본색이기도 했다. 사람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주고 사람을 부리는 것이며, 돈을 받은 이들은 자기 말대로 수족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그가 가진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생명을 다루는 병원조차 영리법인으로 만들어 ‘돈벌이 수단’을 삼겠다는 생각과 맞닿아 있는 것이었다. 초대형 병원인 상국대병원이 영리법인이 될 수 없다는 구승효(조승우)의 말에 병원을 진료 과목별로 잘게 쪼개서라도 영리법인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상국대병원의 종합의료쇼핑몰 계획’을 발표하라는 조회장의 명령에 구승효는 언론에 공표할 수밖에 없었고 대중들의 집중 포화를 혼자 맞아야 했다. 그것이 조회장이 말하는 자본의 논리니 말이다. 결국 구사장이 앞에서 욕받이가 된 후, 조회장은 보건복지부를 찾아 대국민 사죄를 하는 척하며 민심을 가라앉혔다. “일체의 병원 제반 사업을 철회한다”고 했지만 정작 ‘영리법인 설립’ 이야기는 쏙 빠졌던 것. 은근슬쩍 영리법인화를 추진하려 했다.



구승효 사장은 심리적 갈등에 빠졌다. 지금까지는 조회장의 명령대로 살아왔지만 병원이라는 공간의 특수성과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이노을(원진아)이 데려갔던 소아병동에서 인큐베이터 안 아기를 보면서, 또 의사들과 갈등하지만 또 어울리기도 하면서 그의 본색이 조금씩 드러났다. 그 본색은 조회장과는 다른 것이었다. “제가 전에 사장님 뵀을 때요. 그 때 제 앞에서 자리에서 일어나시려다 도로 앉았어요. 그런 분이세요. 구사장님. 스스로를 어떻게 여기시든.” 예선우(이규형)가 그렇게 말한 것처럼.

새로이 원장 자리에 앉은 오세화(문소리)는 구승효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이렇게 했다. “없는 얘기나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 우리들에게 안 좋은 얘기라서 그렇지.” 그건 사실이었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이라고 해서 항상 옳았던 것만은 아니었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잘못된 일들이 있었고, 구승효 사장은 그것들을 꺼내놓았다. 그러면서도 조회장의 지시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 하지만 자신을 희생양으로 내놓고 그 비난을 혼자 다 받게 만들어놓고는 뒤에서 제 실속을 챙기는 조회장의 행보를 그는 이번에도 그냥 감수할 것인가.



의료민영화의 문제는 MB시절에 ‘공공부문 민영화’ 이야기와 함께 의료나 수도 같은 분야에도 완전한 시장경제시스템을 도입하겠다며 거론된 바 있다. <라이프>는 이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상국대학병원이라는 가상의 대형병원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그건 한 마디로 말해 저 조회장이 가진 ‘인간’과 ‘생명’에 대한 생각을 그대로 수용하는 병원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최고의 의료서비스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돈에 의해 누군가는 살고 누군가는 죽는 그런 의료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

“이제 의사가 환자만 보는 시절은 얼마 안 남았어.” 사망한 이보훈(천호진) 원장은 이미 이런 사실을 예견하고 있었다는 듯 그렇게 주경문(유재명)에게 말한 바 있다. 병원을 찾는 환자 하나하나의 생명이 자신의 생명처럼 고귀했던 시절. 그 시절은 이미 끝났다고 주경문은 말한다. 그러자 이보훈이 하는 말은 사실상 <라이프>가 그 긴 시간을 돌아 하려는 이야기일 게다. “그러니까 네가 싸워. 네가 지켜 여기. 잘 지켜서 후배한테 넘겨줘. 이 병원 시작하는 사람은 있어도 끝내는 사람은 없게 하라구.” 그 키를 쥐고 있는 구승효 사장의 마지막 행보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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