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포착’이 1000회 동안 올 수 있었던 힘은

[엔터미디어=정덕현] 지난 2016년 9월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가 900회를 맞았을 때 과연 이 프로그램이 1000회를 넘길 수 있을까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이 프로그램에서 느껴지는 건 ‘성실성’이기 때문이다.

1998년 시작해 1000회를 맞은 지금껏 20년 넘게 방송이 되었다. 흔히들 장수 프로그램을 이야기하면 ‘오래된 옛 프로그램’을 떠올리지만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그렇지 않다. 지금의 달라진 방송 환경을 일찌감치 예견이라도 했던 듯, 보통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카메라는 여전히 트렌디 하게 다가온다.

6미리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현장으로 뛰어드는 VJ 시스템은 당시로서는 ‘조악한 방송환경’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긴박감 넘치는 현장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리얼리티 카메라의 특성으로 다가온다. 뉴스라고 하면 정치인이나 경제인 같은 유명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시대, 보통 사람들에 밀착해 담아내는 미담들은 뉴스보다 더 가치 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그러고 보면 지금의 방송은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로 조금씩 채워져 가고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이 20년 간이나 한 회도 거르지 않고 방영될 수 있었던 건, 끊임없이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열고 이야기가 있는 곳이면 달려갔던 제작진들이 있어서다. 그들이 담아낸 1000회 분량 4600건에 달하는 사연은 그래서 지금 들여다보면 당대의 풍경을 가늠할 수 있는 영상자료로서도 충분한 가치를 갖는다.

이 프로그램을 지금껏 진행해온 임성훈과 박소현은 그 성실성을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1000회를 기념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들은 지난 20년 간 가장 힘들었던 순간들을 꺼내놓았다. 임성훈은 캐나다에 사시는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했던 녹화에서 어머니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박소현은 사고로 갈비뼈 두 개가 부러진 상황에서 정신력으로 버티며 방송을 하기도 했다고 했다.



두 명의 MC와 함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이윤아 아나운서는 임성훈과 박소현의 이야기에 더해 “스태프 중에서도 병을 이겨내신 분이 있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에게는 임성훈과 박소현이 하는 MC 역할이 하나의 살아있는 롤모델이 되고 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임성훈은 이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6개월 정도를 생각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런 것이 20년이 흘렀다. 그리고 500회를 기념했고 900회를 기념하더니 결국 1000회에 도달했다. 임성훈의 말을 곱씹어보면 한 회 한 회 성실하게 해나간 것이 그렇게 쌓여 1000회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고 했던가. 어떤 일이든 꾸준히 열심히 하다보면 산을 옮길 수 있다는 뜻이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세상에 벌어지는 작지만 놀라운 이야기들을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프로그램이 걸어온 1000회의 길이, 이제는 이 프로그램에서 다뤄도 될 만한 아이템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리고 거기에는 한결같은 MC들이 있었다. 900회 때도 그런 제목의 글을 썼지만 1000회에도 한결같은 제목의 글을 쓸 수 있어 고마운 마음이 앞선다. ‘MC라면 임성훈, 박소현처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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