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7’, 다시 펼쳐진 힙합의 세계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쇼미더머니>가 7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시즌3부터 이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에서 우승은 그렇게까지 중요한 모든 것은 아니게 됐다. <쇼미더머니>는 단순히 방송 프로그램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씬’이며 지난 세월동안 쌓인 역사는 한국 힙합의 최전성기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승을 위한 경주만큼이나 이 랩게임에 참여해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캐릭터와 펀치라인을 선보이는 게 보다 중요하다. 이제 이센스, 빈지노 정도만 제외하면 어느 정도 활동 경력이 있는 성공한 힙합 뮤지션들은 거의 대부분 이 쇼의 세계와 연을 맺고 있고, 지난 세월동안 쌓인 역사는 한국 힙합의 최전성기와 일치한다.

유튜브의 시대가 열리기 전까지 힙합 뮤지션은 초등학생들과 10대들이 첫 손에 꼽는 희망 직업인 시기가 있었다. 지금도 어느 정도는 마찬가지지만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이 <쇼미더머니> 시리즈다. 그렇게 성장해 성별, 세대별 마이너리그라 할 수 있는 <언프리티랩스타>와 <고등랩퍼> 시리즈까지 거느린 한국힙합 씬의 가장 매력적인 무대이자 사실상 거의 전부가 되었다. 이 쇼를 통해 도끼로 대표되는 일리네어 레코즈의 ‘랩머니 라이프스타일’이 방송가로 퍼졌고, 번역이 불가능한 힙합 스웩을 몇몇 과장된 허세 캐릭터들을 통해 대중에게 소개됐다. 스윙스나 넉살, 기리보이처럼 참가자는 이 쇼를 통해 성공한 다음 또 다른 시즌의 프로듀서가 되어 돌아오는 것이 의미하는 것처럼 <쇼미더머니>의 역사가 곧 한국 힙합 흥행사가 됐다.



<쇼미더머니 777>라 명한 7번째 시즌은 이런 자신들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우선 상금 금액부터 2억으로 두 배 높이고, 흙속의 진주 찾기, 언더와 기획사 소속 아이돌 연습생의 대결 등등의 기획된 스토리라인 만들기보다는 소위 네임드라 불리는 현재 나름의 음악활동을 하고 있는 MC들의 경연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수천여 명의 참가자들이 ‘사세’를 과시하듯 길게 늘어선 줄을 서서 받던 1차 예선은 사라지고, 무대를 보고 돈을 걸고 대결을 해서 돈을 뺏고 빼앗기는 ‘베팅’ 개념을 도입해, 직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도록 수치화했다.

프로듀서진의 대중적 인지도는 다소 낮아졌지만, 참가자의 면면을 보면 대한민국 힙합판은 곧 <쇼미더머니>라 할 수 있는 공식에는 더욱 충실해졌다. 매니악, 스내키 챈, 슈퍼비를 비롯한 장수생부터 LA에서 온 나플라와 루피를 비롯해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키드 밀리는 물론 오디, pH-1 등 지난 2~3년간 가장 핫한 힙합계의 신예들과 힙합 커뮤니티에서 주목받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또한, 우승 공식을 바꾼 NBA의 르브론처럼 출전 자격에 대한 개념을 바꾼 스윙스부터 ‘이 판’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뮤지션들까지 참가자나 심사위원들로 이제는 한 무대 위에 서 있다.



여기에 자기들만의 세상을 만든 <고등랩퍼> 출신인 이수린, 김효동, 최하민, 조원우, 오담률, 윤병호 등이 대거 출연해 23세 이하 아시아게임 대표팀 출신들이 A대표팀 레벨에서 어떤 활약을 펼치는지를 보는 듯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를 하나 더 제시한다. 색다른 이정표도 있다. 포항의 찰린호미나 얼굴에 화장을 한 쇼미더머니 랩퍼들 말고 자신을 봐달라고 했던 안산의 차붐 등 지역주의를 정체성의 기반으로 삼는 독특한 뮤지션들을 비롯해, 15세 중학생 영재들의 놀라운 재능까지 엿볼 수 있다.

현재 한국 힙합씬을 저인망식으로 싹 끌어다가 보여주는 이번 시즌은 벌써 7번째지만 여전히 유효한 흥미롭고 새로운 세계로의 초대장이다. 프로듀서로 참여한 더 콰이엇은 나플라의 공연을 본 후 “나플라에게 고마워해야 할 것 같다. 처음으로 전 국민이 TV를 통해 진짜 높은 수준의 랩을 듣게 된 순간인 것 같다”고 말했는데, 이번 <쇼미더머니 777>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한마디가 아닐까 싶다.



힙합이 유행하는 게 아니라 <쇼미더머니>가 유행하는 거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 쇼를 통해 하위문화로 머물고 있던 힙합이 산업적인 측면에서 매우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불타는 청춘>에서 이하늘이 토로했듯이 축제나 행사 등 기존 가수들의 무대를 <쇼미더머니>출신 친구들이 많이 가져갔다. 그만큼 이들이 생산하는 이미지와 스토리가 대중들에게 매력이 있는 현재진행형의 문화란 이야기다. 부산의 제이통은 이 유행은 한때라고 했지만 그때가 굉장히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시청률은 2%대지만 그 영향력은 20대 이하에서 절대적인 <쇼미더머니> 시리즈는 2배 오른 상금만큼이나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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