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의 낭군님’, 도경수·남지현 연기 좋은데 멜로와 코미디만으로는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월화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은 현재까지 순항중이다. 시청률이 6%대(닐슨 코리아)를 넘어섰고 반응도 그리 나쁘지 않다. 특히 여기 출연하는 도경수와 남지현에 대한 호감이 드라마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실제로 툭하면 ‘불편함’을 호소하는 왕세자 이율과 기억을 잃고 어쩌다 홍심(남지현)의 낭군이 된 원득이를 1인2역하는 도경수는 차곡차곡 쌓아온 연기가 빛을 발하는 느낌이다. 차분한 어조로 위엄을 드러냈던 그 얼굴이 원득이가 되자 웃음으로 바뀌는 묘한 매력을 그는 능숙해진 연기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원득과 합방을 치루며 부부의 연을 맺게 된 홍심 역할의 남지현도 이 드라마가 주는 호감의 또 다른 축이다. 아역 시절부터 워낙 탄탄한 연기를 선보여왔던 그지만 이번 작품에서 그 역시 윤이서라는 양반집 딸과 몰락해 이제 서민의 삶을 살아가는 홍심을 오가는 1인2역을 해내고 있다. 서민의 목소리가 묻어나는 찰진 대사 톤은, 이런 삶이 익숙하지 않은 원득을 압도하는 모습에서 묘한 카타르시스까지 전해준다.



<백일의 낭군님>은 이처럼 시작이 좋다. 인물들이 일단 살아있고 그를 연기하는 연기자들에 대한 호감이 더해져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여기에 왕(조한철)과 김차언(조성하)의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팽팽한 대결구도가 들어있고, 중전박씨(오연아)와 세자빈 김소혜(한소희)의 욕망과 애증이 더해져 일단 구도는 전반적으로 잘 잡혀 있다고 여겨진다.

그런데 이 좋은 시작에도 어딘가 불안하게 느껴지는 구석이 적지 않다. 그건 너무 드라마의 이야기가 굵직한 한 방이 없이 단순하게만 그려진다는 점이다. 물론 2회에는 왕세자 이율이 김차언의 사주를 받은 자객단에 의해 죽을 위기에 처하고, 간신히 홍심의 아버지인 연씨(정해균)에게 구해져 홍심의 낭군이 되는 과정이 극적으로 전개되었다. 하지만 3회는 그런 극적인 전개 없이 밋밋한 원득과 홍심의 혼사 과정과 밀당이 담겨졌을 뿐, 이렇다할 이야기의 전개가 보이지 않았다.



물론 이러한 밋밋한 이야기를 살려낸 건 도경수와 남지현이라는 배우가 주는 매력이었다. 두 사람이 혼사를 앞두고 벌이는 밀당과 결국 합방까지 치르게 되며 조금씩 만들어지는 케미는 도경수와 남지현이기 때문에 주목되는 바가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사극에서 갑자기 시트콤으로 바뀐 것 같은 시추에이션 코미디 정도에 머물렀다. 그것도 홍심의 친구인 끝녀(이민지)와 그의 남편인 구돌(김기두)의 역할이 두드러진.

<백일의 낭군님>의 불안감은 바로 이런 부분 때문에 생겨난다. 이미 잘 포진된 배우들과 배역들이 있지만, 이야기가 앞으로 쭉쭉 뻗어나가지 못하고 곁가지로 돌며 회차를 채우는 듯한 느낌은 만일 앞으로도 계속 반복된다면 드라마의 힘을 뺄 위험성이 있다.

사극이라고 해도 코미디 설정이 들어가지 말란 법은 없고, 또 잘 쓰인 코미디 설정은 사극을 살려내는 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사극은 역시 사극으로서의 그 무게감을 어느 정도는 전반적으로 끌고 가야 한다는 점이다. 보다 다채로운 이야기 전개가 무게감 있게 전개되지 못하면 자칫 자잘한 코미디와 멜로만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코미디도 잘 살아나지 않을 수 있다. 도경수와 남지현이라는 좋은 포진을 갖고 기분 좋게 시작한 드라마가 향후에도 순항할 수 있으려면 사극 본래의 이야기 전개를 본격화해내야 하지 않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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