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이 이완익을 죽이고 이완용을 등장시킨 건
친일파 청산의 문제를 공식적으로 꺼낸 ‘미스터 션샤인’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주말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친일파 이완익(김의성)이 처음 등장했을 때 시청자들은 그 인물의 모델이 당연히 을사오적 이완용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직접적으로 이완용이란 이름을 쓰게 되면 드라마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이 쉽지 않아진다. 자칫 이야기가 실제 친일파 이완용의 모습을 왜곡할 위험성도 있다. 그래서 <미스터 션샤인>은 그 인물을 모델로 하되 이야기적 변용이 가능한 이완익이라는 가상인물로 썼을 게다.

“빼앗길지언정 내주진 말라”는 대사에서 드러나듯이 <미스터 션샤인>이 건드리고 있는 ‘친일파’의 문제는 중요한 이 드라마의 중심 주제 중 하나다. 그러니 이완익이라는 인물은 드라마의 이야기 구조상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가 최후를 맞는 것이 정석이다. 그런데 <미스터 션샤인>은 20회에 이르러 이완익의 최후를 그린다. 그의 앞에 나타난 고애신(김태리)이 쏜 총에 맞아서.

그리고 실제 역사적 인물인 이완용(정승길)을 등장시킨다. 이완용만이 아니다. 이완용을 포함해 정미칠적으로 불리는 송병준, 이병무, 고영희, 조중응, 이재곤, 임선준 등이 등장한다. 드라마 속에서 이완용은 헤이그 밀사 사건을 들어 고종(이승준)을 향해 총구를 들기도 한다. 일국의 왕에게 사직하거나 자결하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뱉어낸다.



그 자리에는 일진회 또한 함께 한다. 1904년 송병준의 주도로 설립된 친일 단체다. <미스터 션샤인> 초반부에 ‘일진회’라는 이름은 애초 구동매(유연석)의 상부조직 이름으로 설정되어 있어 ‘친일 미화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래서 제작진은 그 위험의 소지를 인정하고 사과하며 단체 이름을 무신회라는 가상의 이름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후반부에 진짜 친일 단체인 일진회를 넣었다는 건 이러한 역사적 혼돈을 없애겠다는 공식적인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촬영분 전부를 수정해서” 바로잡겠다는 제작진의 의지가 드러난 부분이다.

그리고 미국으로 돌아가 국가반역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3년 실형에 불명예 전역을 하고 나온 유진 초이(이병헌)는 길을 걷다 한 조선인 청년(박정민)을 만나게 된다. 그에게 조선의 소식을 듣던 중 이 청년의 정체가 드러난다. 그는 바로 안창호다. 그에게 유진 초이는 말한다. “조선은 쉽게 굴복하지 않을 거요. 조선을 지키는 자들이 있소. 의병들이오.” 그러자 안창호 역시 “저도 그들 중 하납니다.”라고 답한다.



이처럼 <미스터 션샤인>은 드라마 후반부로 가면서 초반의 가상의 인물들의 이야기에서 점점 역사 속 실존인물들을 등장시킨다. 이완용과 정미칠적, 일진회를 등장시키고, 안창호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건 무슨 의미일까. 가상의 인물과 스토리로 시작했던 이야기가 실제 역사의 이야기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닐까.

실로 친일파 청산의 문제는 지금까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현재의 중대한 과제’로도 남겨져 있다. 일본의 역사왜곡에 공분하는 우리지만, 우리 스스로도 친일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저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가상의 인물이 뒤로 물러나고 실제 역사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는 건 어쩌면 가상의 이야기가 실제 역사를 가리지 않게 하려는 <미스터 션샤인>의 선택으로 보인다. 친일파 청산의 문제를 이야기가 아닌 실제 역사에서 공식적으로 끄집어내고 있는 것.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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