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판 ‘괴물’을 꿈꾼 ‘물괴’, 실망캄 더 큰 까닭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평점테러라고 하지만 그래도 <물괴> 같은 영화가 고작 60만 관객에 머물러 있다는 건 영화 자체로도 문제가 있다는 걸 말해준다. 어찌 보면 60만 관객 정도가 든 것도 ‘물괴’라는 소재 덕이 크다고 보인다. ‘조선시대에 출몰하는 괴물’이니 기대감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영화를 본 이들이 낸 반응은 <물괴>에 대한 실망감이 대부분이었다. 총제작비 125억 원이 투입된 액션사극이지만 일찌감치 이 영화가 무너지게 된 건 전혀 기대감을 채워주지 못한 빈약하고 안이한 스토리전개와, 긴장감을 해치는 코미디 설정, 게다가 역시 뻔해 보이는 연기가 부정적인 삼박자를 이루면서다.

그나마 <물괴>가 흥미로웠던 건 초반부다. 중종대의 조선왕조실록에 짧게 남겨져 있는 ‘물괴’의 존재를 영화는 힘없는 왕과 그 왕을 쥐고 흔들려는 실세 권력의 구도 아래서 풀어내려 한다. 실세 권력을 쥐고 있는 심운(이경영)이 민심을 동요해 왕좌를 흔들려는 음모로서 물괴라는 공포를 끌어들이는 것.



그러나 진짜 물괴가 등장하면서 도성은 아비규환으로 빠져든다. 그 진짜 물괴가 무고한 백성들이 학살당하는 현장에서 출몰한다는 설정은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물괴를 심운 같은 권력 실세는 백성들을 공포에 빠뜨려 미혹시키려는 의도로 탄생시키지만, 실제 물괴는 백성의 피와 살이 응축되어 탄생하는 민심의 분노 같은 상징처럼 다가오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물괴>는 이런 이중적인 의미에 깊이 천착하지 않는다. 대신 뻔한 괴수 액션에 등장할 법한 이야기들을 반복한다. 한 때 절정의 무공을 가진 내금위장이었으나 실세 권력을 가진 관료들에 의해 낙향해 조용히 산 속에 살아가던 윤겸(김명민)과 그의 충직한 부하 성한(김인권) 그리고 윤겸이 도륙된 백성들 속에서 구해내 딸처럼 키운 명이(이혜리)가 왕의 요청으로 물괴 수색을 벌이고, 이를 방해하려는 심운과 대결한다.

하지만 이러한 대결구도가 대부분 예측 가능한 이야기 속에서만 전개된다는 점이 <물괴>를 본 관객들이 실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다. 이야기가 뻔해지면서 남는 건 궁과 도성을 풍비박산 내며 날뛰는 물괴의 스펙터클이다. 조선을 배경으로 한 이 스펙터클은 특이하긴 하지만 그만한 깊이 있는 해석과 이야기가 동반되지 않음으로써 특별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게다가 김명민과 김인권 그리고 이혜리와 최우식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이미 우리가 어디선가 많이 봤던 인물구성이다. 김명민과 김인권은 저 <조선명탐정>의 김명민과 오달수가 만들어가는 코미디적 인물 설정을 그대로 반복하는 느낌이고, 이혜리와 최우식의 첫 눈에 반하게 되는 멜로적 관계도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쩌면 <물괴>는 조선시대판 <괴물>을 꿈꾸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단지 그 괴이한 존재의 스펙터클에 머물지 않고 안전을 담보해내지 못하는 정부 시스템이 진정한 괴물이라는 이야기로 확장해나갔던 것과 달리, <물괴>는 시작점에 갖고 있었던 그 이중적인 상징성을 대부분 스펙터클로 지워버린다.

그저 무난한 전개였다고 치부할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조선시대판 괴물’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담긴 기대감을 생각해보면 너무 안이한 접근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물괴>는 <괴물>이 될 수 없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물괴>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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