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 정려원, 어째서 별 감흥이 없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도대체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는 정려원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려 했던 걸까. <나 혼자 산다>의 광팬이라며 첫 출연한 정려원은 인테리어 공사가 다 끝나지 않은 집에서 보내는 하루를 공개했다. 절친과 함께 자가로 구입한 집의 인테리어를 직접 꾸미는 모습은 정려원의 남다른 미적 감각을 드러내주는 모습이었다. 평창동에 자신의 작업실이 있다는 정려원은 그림을 그린다고도 했다.

정려원의 하루는 그리 특별할 것이 없었다. 자신이 돌보는 고양이 네 마리를 소개하고, 그 고양이들과 지내다가,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고 돌아와서는 이웃에 사는 친한 동생인 손담비와 함께 동묘에 나가 구제 옷을 구입하는 일상이 방송에 담겨졌다. 하지만 이 방송 분량은 <나 혼자 산다> 특유의 재미와 웃음을 담보해내지는 못했다. 굳이 찾자면 귀여운 고양이와, 손담비, 정려원이 함께 <나 혼자 산다>를 보며 박장대소를 하는 그 특이한(?) 장면 정도랄까.

정려원에 집중하게 만들지 못하자, 시선은 그 주변을 자꾸 보게 만든다. 그가 사는 집의 으리으리함이나 거의 편집샵을 집으로 옮겨놓은 듯한 드레스룸, 그리고 그 드레스룸을 가득 메운 옷과 신발, 모자, 장신구들 같은 것들이다. 아직 인테리어가 다 되지 않아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그 공간은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너무나 호화롭게 느껴졌다.



바자회를 위해 꺼내놓는 옷들은 그대로 샵을 차려도 될 법한 양이었고, 그 스타일들은 패션모델인 한혜진이 보고도 놀랄 정도였다. 중간 중간 들어간 정려원의 패션이 돋보이는 화보 사진들은 그의 ‘유니크한 패션 감각과 개성 있는 스타일링’이라는 자막과 더해져 패셔니스타로서의 정려원을 부각시켰다.

그러고 보면 낮에 정려원이 손담비와 함께 동묘에 가서 구제물품들 속에서 득템하는 장면들도 어찌 보면 그의 패션 감각을 드러내주는 장면이었다. 친한 친구들과 생일 때마다 특별한 콘셉트를 드레스코드로 정해 그런 옷들을 입고 만난다는 정려원의 이야기에 함께 같은 드레스코드를 하고 모인 연예인들의 사진이 더해지기도 했다. 동묘에 가게 된 것도 다음 모임의 드레스코드가 ‘혁오의 오버사이즈’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그런 옷을 찾기 위해서였다.



어찌 보면 정려원의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은 독특한 개성을 드러내는 일일 수 있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재미가 약했던 방송 분량은 시청자들과 정려원의 라이프스타일 사이의 공감대를 잇는 데는 실패했다. 그 삶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마치 자신이 사는 스타일리시한 삶을 자랑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아슬아슬한 지점이다. 언제부턴가 ‘혼자 사는 삶’의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내기보다는 ‘연예인의 삶’을 들여다보는데 집중하는 <나 혼자 산다>는 그만한 재미가 담보되었을 때는 별 문제가 보이지 않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왜 이걸 봐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시청자들이 공감하며 웃을 수 있는 방송이, 저들만의 세상을 보여주는 ‘연예인 홍보’로 비춰지는 건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걸 이번 방송은 드러내주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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