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시대의 교양 예능, ‘알쓸신잡3’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가히 유튜브 시대의 교양이라 할 수 있겠다. 요즘은 영상을 통해 정보를 접하고 소통을 하고, 정서적 위안을 느끼며, 재미까지 찾는다. 강연이나 책, 수업을 통해 접하던 인문교양 지식 또한 예능이나 영상을 통해서 배우는 시대다. 물론, TV예능에서 교양을 다루는 일이 새롭다는 것은 아니다. 2010년대 초반 김미경 등등의 스타강사를 배출한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스타특강쇼>을 비롯해 <어쩌다 어른>, <차이나는 클라스> 같은 강연 프로그램이 흥행하며 예능을 뒤흔든 바 있다. 그러나 <알쓸신잡> 시리즈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단순히 강연을 버라이어티하게 다듬는 수준을 넘어선 토크쇼, 여행 예능과 같은 기존 예능 문법으로 인문학을 풀어놓았다. 이건 게임의 룰을 완전히 새롭게 바꾼 것이다.

이제 세 번째 시즌쯤 되니, 공중파 채널들도 열심히 따라오고 있다. 얼마 전 종영한 MBC의 <선을 넘는 녀석들>(설민석 강사가 출연했다)과 비슷한 시간대에 펼쳐지는 <토크노마드>(카피라이터 정철,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출연한다), KBS2 <대화의 희열>(유희열, 강원국, 김중혁 작가, 다니엘 린데만이 출연한다) 등이 이런 범주로 나눌만한 교양 예능이다.



<알쓸신잡3>에서는 유시민이란 대체불가의 에이스를 중심으로 시즌1의 신선한 충격의 큰 지분을 차지했던 소설가 김영하가 반가운 복귀를 했다. 그리고 새로운 잡학 박사로 4대강 저격수이자 국회의원 출신의 김진애 MIT 도시계획학 박사와 물리학자 김상욱 박사가 새로이 합류했다. 또한 통영을 첫 출발지로 삼아 국내 여행을 다녔던 이전 시즌들과는 달리 해외로 나가, 고대 서양 문명의 중심인 그리스 아테네부터 르네상스의 이탈리아 피렌체, 생태도시인 독일 프라이부르크까지 활동 반경을 넓혔다.

첫 회를 보니 멀리 떠난 만큼 보다 본격적이다. 좋은 사람들과 새로운 곳을 가서 맛난 것을 즐기고, 수다를 떨고 여행지에서 보고 느낀 감흥을 함께 나누는 여행 예능의 틀 안에 여전히 있긴 하나, 시즌1처럼 친구들과 같이 떠나는 여행 같은 정겨운 분위기나, 시즌2의 먹방 속에서 나누는 정보다는 조금 더 정면으로 해당 주제에 대해 정색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아크로폴리스가 한 눈에 보이는 루프탑 레스토랑에서 이들은 마치 홍상수 영화 속 인물들처럼 무려 1시간이 넘게 같은 자리에 앉아서 고대 아테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반면, 공항에서부터 아테네 유적지를 돌아보는 여행 스케치는 고작 30분도 채 안 됐다. 그 짧은 시간 중에는 양자역학에 대한 짧은 소개, 사랑과 결혼으로 비유한 유시민의 무한대 개념 설명 등등의 또 다른 알거리가 틈틈이 껴 있었다. 그 긴 시간 같은 장소에서 진행되는 이야기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유희열을 이해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말처럼 출연진들이 매력적인 살아 있는 교과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외로 멀리 나갔지만 볼거리를 전시하지 않고 잡학 박사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은 늘어났다. “뭔가를 보고 같이 느끼고 그걸 나누면서 변화하는 게 <알쓸신잡>의 묘미인 것 같다”는 김진애 박사의 말대로 고학력 출연자들이 나누는 토크의 향연 속에서 시청자들은 아테네의 흥망성쇠와 소크라테스의 죽음, 파르테논 신전과 건축 양식과 규범, 그리스 신화에서 현대 사회의 혐오 문제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과 제국주의 시대 문화재 수탈, 과학의 정의와 불멸의 희곡 작품들까지 문명사와 세계사에서 인류 보편의 정서까지 이르는 잡학을 넘어선 다방면의 지식과 통찰을 또 다시 한 자리에서 배우고 깨달을 수 있었다. <알쓸신잡3>를 재밌게 봤다면 그중 일부는 분명, 그리스 신화를 검색해보거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이나 시학을 찾아볼 것이다. 호기심을 발화하고, 관심을 증폭시켜 물음에 답을 찾게 하는 것, 이것이 다름 아닌 공부다.



세 번째 시즌에 접어들면서 변화를 주긴 했지만 사실, 해외로 나가는 것은 요즘 예능에서는 너무나 흔한 설정이다. 오히려 우리나라 역사나 도시, 먹거리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던 이전 시즌들에 비해 아무래도 멀고 어렵고 딱딱하게 다가올 것이란 우려도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나영석 PD는 제작발표회에서 “프로그램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멀게 느껴지더라도 이야기를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는 사명감을 느꼈다”며 “더 재밌게 만들기 위해 노력은 하겠지만 우리 프로그램은 그냥 이런 프로그램이다. 그 안에서 재미를 느끼셨으면 한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재미를 다른 차원에서 찾는 게 아니나, 지식의 공유에서 찾는다. 이는 모든 것을 영상으로 해결하는 요즘 시대에 맞는 정공법이다. 특히 어떤 사안이든 쉬운 언어로 간결하고 일목요연하게 요약해서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전달해주는 김영하와 유시민의 존재는 이런 형식의 콘텐츠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였다. 새로운 관심과 지식이 강연이나 책이 아니라 즐거운 분위기의 여행 예능 속에서 피어났다는 점에서 <알쓸신잡>은 오늘날 최신 버전의 교양 교재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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