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우의 ‘이타카’, 그저 그런 음악예능 이상일 수 있었던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tvN 예능 프로그램 <이타카로 가는 길>이 종영했다. 하지만 그 여운은 이들이 여정을 통해 남긴 추억들과 음악과 더불어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하현우가 그토록 가고파했던 이타카. 그래서 그 여정에 함께 하게 된 윤도현. 록브로스가 터키에서부터 그리스 이타카까지 가며 중간 중간 함께 해주었던 이홍기, 김준현 그리고 소유. 그들의 웃음소리와 수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모니를 이뤄 부르던 노래들이 귓가에 잔상으로 남아 지금도 들여오는 것만 같다.

도착한 이타카는 애초에 예상했던 것처럼 굉장히 특별한 곳은 아니었다. 사실 그들이 지나왔던 터키의 파묵칼레나 카파도키아, 그리스의 메테오라 같은 곳을 생각해보면 이타카는 조용하고 자그마한 섬마을이었다. 오디세우스의 고향이라는 점이 남다른 느낌을 주지만, 그렇다고 20일 간이나 비행기와 배와 차를 타고 찾아가야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그런 곳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건 이 여행의 촉발점이 된 하현우가 생각했던 바 그대로였다. 그는 마지막 이타카로 들어가기 직전 “평범한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것이 그들이 여기까지 온 여정을 더욱 아름답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목표인 결과가 아니라, 그 결과를 향해 가는 과정과 그 일상들의 소중함을 보여주겠다는 것. 그것이 하현우가 굳이 이타카로 가는 그 여정을 통해 온몸으로 하려던 이야기이기도 했다.



하현우가 자신의 가슴 한 켠에 문신으로 새겨놓은 ‘가슴에 이타카를 품어라’는 문구는 그가 이 여행을 얼마나 꿈꾸었는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 진정성이 녹아 있어 이 프로그램은 그저 여행하며 음악을 들려주는 음악 예능의 차원을 넘어설 수 있었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아이들과 즉석으로 함께 노래하고 여행 중간 중간에 맞닥뜨리는 절경 속에서 노래하는 모습은 음악적으로도 또 영상적으로도 우리의 귀와 눈을 즐겁게 해주었지만, 여행의 마무리에서 뒤돌아보면 그 이상의 추억들로 남았다.

그것이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아니냐고 <이타카로 가는 길>은 말해주고 있었고, 또한 결과가 비록 별 것 아니라고 해도 그 과정은 실로 찬란했으며 그러니 우리의 꿈은 우리를 속인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나의 음악과 여행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적지 않았지만 지금껏 그것을 통해 이토록 묵직한 진정성이 담긴 이야기를 전하는 프로그램은 많지 않았다.



<이타카로 가는 길>은 다소 투박한 면은 있었지만, 음악과 여행 예능에서 분명 한 걸음을 더 나간 프로그램이다. 리얼리티를 기반으로 한 관찰카메라 형식의 프로그램이지만, 한 사람의 진정성이 담겨있어 그 발걸음 하나하나, 노래 하나하나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해준 그런 프로그램. 관찰카메라에서 거기 출연하는 사람의 진정성이 왜 중요한가를 이 프로그램만큼 잘 보여준 사례가 있을까.

이타카라는 특정한 곳을 향해 가는 여정을 담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우리 모두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는 건 실로 소중한 경험이다. 저들의 유쾌한 여행을 통해 우리도 누구나 자신만의 이타카가 있고, 그 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으며, 그 여정에서 만나는 이들과 함께 노래하고 있다는 걸 새삼 확인하게 됐으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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