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더 게스트’ 정은채, 매력적인 새 형사 캐릭터의 탄생

[엔터미디어=정덕현] 배우 정은채가 이런 연기 스펙트럼이 있었던가. OCN 수목드라마 <손 더 게스트>에 처음 정은채가 형사로 출연하는 모습을 보고는 어딘지 미스캐스팅이 아닐까 생각됐다. 워낙 도회적이고 우아한 이미지가 강해 이런 거친 형사 역할이 어울릴 수 있을까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를 넘어서면 새로운 가능성이 보인다고 하던가. 정은채는 보기 좋게 우려를 날려버리고 여성 형사의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정은채가 연기하는 인물은 강력계 형사 강길영. 도통 귀신이나 악령 같은 존재 따위는 믿지 않는 강직한 형사다. 잘 웃지도 않고 무표정한데다 대사도 무뚝뚝하기 그지없다. 아무렇게나 입고 다니며 수사를 하는 모습은 돌아갈 집이 없는 사람처럼 사건에만 매달리는 열혈 형사 그대로다.

흔히 형사물에서 등장하는 사건에서 손을 떼게 하려는 상사와 이를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사건에 뛰어드는 그런 역할 또한 너무나 자연스럽다. 보통의 형사물에서 성 역할로 구분되어 자주 그려지곤 하던 여성 형사의 틀을 보기 좋게 깨버렸다. 그의 파트너인 고형사(박호산)와의 관계도 보기 좋게 역전되어 있다. “밥은 먹고 다니냐”며 강길영에게 아내가 싸줬다고 반찬을 건네는 고형사가 어떤 여성성을 오히려 드러낸다면, 강길영은 그걸 겸연쩍게 받는 정도의 캐릭터다.



정은채의 연기가 돋보이는 장면은 역시 형사물이 그려내는 액션 신들에서다. 도망치는 용의자를 추적하기 위해 뒤쫓아 달려가는 장면이나, 귀신에 빙의되어 엄청난 괴력으로 윤화평(김동욱)과 최윤(김재욱)을 해하려는 위급한 상황에 등장해 온몸으로 부딪치는 액션 장면들은 실감이 날 정도로 잘 표현되어 있다. 우아한 이미지에만 갇혀 몸을 쓰는 연기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선입견을 보기 좋게 깨버리는 그런 연기다.

강길영이라는 캐릭터가 왜 그렇게 무뚝뚝하고 사건에만 몰두하는가가 과거 역시 형사였던 자신의 어머니의 죽음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최근의 에피소드들은 보여줬다. 인간의 약한 곳을 파고 들어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게 하는 박일도 귀신. 그 귀신에 빙의되어 어머니까지 살해한 최신부로부터 어린 최윤을 구해주고 죽은 인물이 바로 강길영의 어머니였다. 그 일이 마치 자기 때문인 것처럼 자책하며 살아온 그는 그 범인인 최신부를 잡기 위해 형사가 됐던 것. 하지만 결국 사체로 최신부가 발견되자 그는 그 때 짜장면 먹으러 가자며 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한 어머니를 떠올리며 눈물을 짜장면을 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귀신의 존재 같은 건 잘 믿지 않던 강길영이 점점 윤화평과 최윤이 연결된 사건들을 접하며 자신 역시 박일도 귀신을 추적하게 되는 과정 역시 자연스럽다. 최신부의 사체가 발견되면서 그가 범인이라는 일념으로 달려왔던 강길영은 어떤 허탈함을 느끼게 되지만, 진짜 범인인 최신부가 아니라 박일도라는 걸 알게 되면서 그 사건에 더 깊이 뛰어들게 되는 것.

무엇보다 이 드라마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건 매력적인 세 명의 캐릭터들이다. 서글서글하면서도 인간적인 따뜻함이 느껴지는 화평과, 내적 상처를 가진 채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적으로 내던질 것 같은 최윤 신부 그리고 무엇보다 드라마에 중심적인 힘을 만들어내는 강력한 액션을 보여주는 형사 역할의 강길영은 어린 시절 겪은 한 사건을 통해 저마다의 동기가 만들어진 캐릭터들이다.



좋은 캐릭터가 좋은 배우들을 만나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사건들 속에서 움직이니 시청자들로서는 이들에 빙의되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지금까지의 형사물에서 좀체 보기 힘들었던 여성 캐릭터를 그려내고 있는 강길영 역할의 정은채는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윤화평과 최윤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파트너인 고형사(박호산)와의 케미도 지금껏 상투적으로 그려왔던 남녀형사의 공식을 완전히 뒤집어 놓고 있으니. 재발견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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