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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에 푹 빠져든 KBS 예능, 퇴행 증세 의심될 지경이다
기사입력 :[ 2018-09-28 13:29 ]


오늘날 과연 퀴즈 예능이 다시 인기를 끌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길었던 연휴만큼이나 추석 파일럿은 풍성했다. 파업 여파와 올림픽 편성 등으로 정체였던 지난해와 올해 설 명절과 달리 이번 추석에는 꽤 힘을 쓴 파일럿 예능들이 경쟁을 펼쳤다. 25일, 26일 6시대 공중파 채널은 파일럿으로만 대격돌을 펼치기도 했다. 안정환과 서장훈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는 듯한 ‘투머치토커’ 박찬호의 등판처럼 새로운 인물이 본격적으로 등장했으며 저마다 고심 끝에 내놓은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어내려 노력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경향이 매우 기울어진, 조금 심심한 파일럿 시즌이기도 했다. SBS <빅피쳐 패밀리>, <가로채널>, KBS2 <어머니와 고등어>, tvN <엄마 나 왔어>, MBC <독수공방> 등 따뜻함과 가족이란 오늘날 예능이 소구되고 있는 틀을 확인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런 조류 속에서 단연 눈에 띄는 지점은 퀴즈의 귀환이다. 유재석의 새 예능 <유퀴즈온더블럭>부터 시작해 <뜻밖의 Q>, <놀라운 토요일> 등의 퀴즈쇼가 최근에 연거푸 시작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고 못하고 있고, KBS <1 대 100>이나 장수 프로그램 <도전! 골든벨>이 꾸준히 방송 중이지만 전성기에서 내려온 지 꽤 오래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물론 KBS의 말처럼 <잼라이브>, <페이큐> 등의 모바일 퀴즈앱들이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맞지만 TV 예능 콘텐츠로는 최근 큰 사랑을 받은 적도 없고, 앞서 언급한 오늘날 예능이 사랑받는 요소인 진정성, 일상성, 정서적 교감이란 측면에서 부정적인 평가나 무관심이 더 많은 상황이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추석에도 퀴즈를 기반으로 하는 파일럿이 꽤 여러 편 선보였다. tvN <어쩌다 행동과학연구소>는 인문학과 퀴즈쇼를 결합한 <어쩌다 어른>의 스핀오프다. 다수의 출연자들이 다양한 인문학 서적에서 소개된 인간행동과 선택에 대한 실험에 직접 임하고, 설계자인 관련 전문가와 교수들이 관련된 설명을 하는 과거 심리 심험실류와 같은 구성이다. 퀴즈에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건 KBS다. 연례적으로 하는 <2018 퀴즈온 코리아>를 제외하더라도 유튜버들이 대거 참여해 성대모사를 중심으로 퀴즈를 푸는 <보이스 어벤져스>, 잼라이브를 TV 콘텐츠로 확장한 생방송 <꿀잼 퀴즈방>을 비롯해 송은이, 김숙의 새 콘텐츠 <옥탑방의 문제아들>까지 내놓았다.

허나 관찰 예능이 기본인 오늘날 예능을 시청하는 입장에서 비교적 올드한 소재인 퀴즈가 다시 각광받는 이유를 찾기란 역시나 힘들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뜻밖의 Q>가 자체 진단한 퀴즈쇼의 어려움인 스토리텔링의 부재, 지루함, 정서적 교감 부족을 대부분 그대로 안고 있었다. <보이스 어벤져스>는 성대모사에서부터 어떤 새로운 가치를 찾기 힘든 예능이고, <꿀잼 퀴즈방>은 생방송 시간에 맞춰서 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접근이 쉽고 퀴즈 풀이라는 면에서도 모바일앱 서비스가 훨씬 최적화된 접근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시청자들이 다 같이 문제를 풀려고 TV를 켜는 것이 아닌 만큼 TV로 확장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와 시너지가 무엇인지 정답을 찾지 못했다.



다만, 퀴즈를 하나의 미끼처럼 이용한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약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2회 방송으로 편성한 <옥탑방의 문제아들>은 김용만, 송은이, 김숙, 정형돈, 민경훈이 상수동의 어느 아기자기한 옥탑방에 모여서 10문제를 힘을 합쳐 풀어야 퇴근할 수 있는 일종의 방탈출 퀴즈쇼다. 역시나 시청률은 동시간대에서 가장 적은 3%를 기록했지만, 퀴즈를 빙자한 정감 가는 상수동 옥탑방에 모인 토크쇼, 캐릭터 플레이로 풀어냈다. 누가 퀴즈 맞추는지 경쟁하는 기본적인 구도를 깨고, 가학적인 벌칙을 배제했다.

대신 상수동의 사람 사는 냄새 물씬 나는 고즈넉함에 옥탑방의 낭만, 그리고 편안 옷차림처럼 수더분한 친구들의 방구석 수다를 퀴즈를 모티브로 풀어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합심해서 왁자지껄 문제를 풀고 야식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밥블레스유>의 먹을 것 자리에 퀴즈가 있는 셈이다. 이에 김용만은 문제가 나오면 옆길로 새는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는 자체 점검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매번 같은 설정으로 한 공간에서 퀴즈만 푼다면 퀴즈쇼의 최대 약점인 신선도와 연속되는 스토리라인을 극복할 여지가 딱히 없어 보인다. 유재석과 조세호가 시민들과 나누는 토크는 참 맛깔나지만 기본적으로 시청률이나 화제성이 떨어지는 것은 굳이 찾아보지 않게 되는 퀴즈쇼의 한계에 있다. 지식 정보의 매력이란 측면에서도 <알쓸신잡> 시리즈와 같이 자연스레 머릿속에 남게 되고 호기심이 유발되는 폭 넓은 지식 전달 요소와 스토리를 갖춘 복합적인 교양 예능이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어서, 퀴즈쇼는 교양 예능이라고 하기보다는 단발성, 주입식 교육에 가깝다.



그러다보니 최근 예능인 중에 가장 감이 좋다는 송은이표 콘텐츠마저도 퀴즈쇼 앞에서는 물음표가 떴다. 송은이가 지향하는 것은 따뜻한 관계와 소통의 토크쇼이지만 퀴즈라는 설정이 베어링이 되지 않고 걸림돌처럼 서걱거린다. 방송을 위한 캐스팅, 방송을 위한 친분, 방송을 위한 목표가 너무 뚜렷하게 드러나서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큰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저런 사정과 성적에도 불구하고 최근 퀴즈쇼가 다시 각광을 받는 건 범람하는 관찰형 예능에 대한 반대급부로 스튜디오 예능의 한 장르인 퀴즈쇼에 주목한다는 가설과 함께 가장 전통적인 예능 제작방식에 기댈 수 있는 제작상의 용이함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든다.

<가족 오락관>, <해피투게더1>, <상상 더하기> 시절 퀴즈의 예능적 요소는 오늘날 예능의 범주가 달라지면서 유적에 가까워졌다. 인포테인먼트도 퀴즈에서, 강연을 넘어 예능 속의 스토리텔링으로까지 나아갔다. 그런 이때 가장 가벼운 퀴즈 맞추기라는 콘셉트가 오늘날 시청자들에게 어떤 지점에서 매력으로 다가올 여지가 있는지 왜 오늘날 이리 유행하는지 궁금하다. 혹시 가족 관찰 예능 이후 새로운 모색을 포기한 듯한 요즘 예능이 갖는 일종의 퇴행 증세 아닌지 심각히 고민해보게 된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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