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서유기5’, 빵빵 터지는 명불허전 하지만 지나친 과신은

[엔터미디어=정덕현] 웃음의 강도로만 보면 역대급이다. 아예 작정하고 웃겨 보겠다고 나선 듯, 출연자들은 모든 걸 내려놓고 모든 걸 웃음으로 바꿔 놓으려 한다. 그것이 아마도 tvN 예능 프로그램 <신서유기>가 가진 색깔일 테니 말이다.

물론 군복무 때문에 이번 시즌에 빠지게 된 규현이 못내 아쉽다는 목소리들이 있지만, 여전한 출연자들의 캐릭터쇼는 웃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이번 <신서유기5>는 본래 이야기 캐릭터의 틀이었던 <서유기>에서 최근 엄청난 흥행기록을 남긴 영화 <신과 함께>로 그 이야기틀을 바꿨다.

<신과 함께>를 패러디해 ‘(귀)신과 함께’라 부제를 붙이고, 출연자들에게 너무도 잘 어울리는 귀신 캐릭터들을 붙였다. 보기만 해도 빵빵 터지는 강호동의 ‘강호나시’, 이수근의 ‘적은 키’, 은지원의 ‘저승이’, 안재현의 ‘강시’, 송민호의 ‘처녀귀신’ 그리고 규현의 빈자리를 채운 블락비 피오의 ‘드라큐라’가 그 캐릭터들이다. 그들은 이 분장으로 귀신 올림피아드를 치렀다.



사실 분장 하나만 갖고도 충분히 웃음을 주는 오랜 케미를 가진 출연자들이다. <1박2일> 시절부터 맞춰 온 호흡이 아닌가. 강호동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했던 가오나시 캐릭터가 귀엽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그 분장을 하면서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줬다. 덩치는 크지만 귀엽게 보이고 싶어 하는 그 상황이 주는 코믹함을 아마도 강호동은 정확히 알고 있었을 게다.

이수근은 귀신 올림피아드를 하기 직전 ‘금기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며 역시 즉석으로 만들어내는 ‘상황극’의 일인자임을 보여줬다. 이미 죽은 귀신이니, “죽을 것 같다” 같은 말이 금기어라는 것. 그래서 실제 달리기 경기를 하다 넘어진 은지원에게 나영석 PD는 의도적으로 “죽을 것 같냐?”고 묻고, 그는 “아니 살 것 같다”고 반어법으로 말하는 방식으로 코믹한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캐릭터쇼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퀴즈쇼’를 통한 ‘무식’을 드러냄으로서 웃음을 주는 부분이다. 어떤 캐릭터를 선택할 것인가를 두고 벌어진 퀴즈쇼에서는 사실 기가 막힐 수준의 답변들이 튀어나왔다. 처음 인터뷰에서부터 송민호와 절친이라며 그보다 자신이 더 무식하다고 밝혔던 피오의 방송사고급 답변이 튀어나왔다. 대동여지도를 만든 이를 “정약용”이라고 답변한 건 그나마 귀여운 수준이었다. 박혁거세가 세운 나라를 묻는 질문에 “중국”이라고 답하자 현장의 출연진들은 물론이고 제작진들까지 술렁이는 파장이 일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이번 <신서유기5>가 가진 웃음과 과신 사이의 아슬아슬한 지점을 잘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 안에서는 ‘역대급’ 출연자가 등장했다고 웃는 분위기였지만, 이를 보는 시청자들 중에서는 차마 웃지 못하는 분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식을 통해 웃음을 준다는 코드는 오래된 코미디의 요소 중 하나지만, 요즘처럼 예능에 개념이 요구되는 시기에도 여전히 이런 코드를 활용한다는 건 어딘지 잘 맞지 않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다른 것도 아니고 역사 관련 부분은 특히 민감하게 바라보는 요즘이 아닌가.



본격적인 촬영이 들어가기 전 사전 미팅 겸 회식에서 슬쩍 나온 말이지만 이수근의 MC몽 언급 역시 아슬아슬함을 안겼다. 불편한 지점을 슥 드러내 적당한 노이즈와 웃음을 의도한 것은 알겠지만, 모든 시청자들이 이런 농담까지 쉽게 공감하고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그잖아도 서로 아는 사이끼리 이 방송 저 방송을 함께 하는 출연자들이라면 더더욱 조심해야 할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중요한 건 편집이다. 출연자들이 아슬아슬한 경계의 이야기들을 쏟아낼 수 있지만, 제작진이 판단해 그 수위를 조절하는 편집을 한다면 이런 불씨들은 사전에 지워낼 수 있을 게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는 건 이 아슬아슬함을 공감하지 않거나 혹은 프로그램을 과도하게 자신하고 있다는 뜻은 아닐까. 이번 시즌이 역대급 빵빵 터지는 ‘명불허전’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도 한 편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걸 제작진은 한번쯤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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