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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백종원 매직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백종원이다
기사입력 :[ 2018-10-04 10:52 ]


‘골목식당’을 바꾸는 힘, 백종원일까 방송일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대전 청년구단이 꿈에도 그리던 문전성시를 이뤘다. 벌써부터 ‘백종원 매직’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럴 법도 한 게,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이 처음 이 곳을 찾을 때만 해도 손님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장 바쁘게 장사를 해야 할 점심시간에도 손님이 한 테이블 밖에 없었다. 5개 식당이 함께 하는 청년구단에 이 정도 손님이 든다는 건 이 곳이 사실상 폐업 위기에 몰려 있다는 걸 말해준다.

그런데 그렇게 시작한 한 달여 만에 대전 청년구단은 완전히 환골탈태했다. 그 종류만 많던 메뉴판들은 단순화되어 각각의 음식점이 한두 개의 시그니처 메뉴를 만들어냈고, 그 음식 맛 역시 시장 상인들도 좋아할 만큼 검증되었다. 워낙 장사가 안 되던 곳이지만, 방송을 통해 그 간의 청년구단에서 벌어진 많은 일들이 전해진 터라, 새롭게 오픈하는 날 손님들이 길게 줄지어 선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과정을 보면 실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가장 가까운 고객인 시장상인들을 고려치 않은 신 메뉴를 내놓고 그 반응을 들여다보지도 않고 히히덕거렸던 청년구단 사장들은 “장사가 장난이냐”는 백종원의 아픈 질타를 받았다. 게다가 고집을 피웠던 몇몇 사장들은 백종원과 팽팽한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자기만의 방식을 고집했던 막걸리집 사장은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서 자신이 만든 막걸리가 전혀 대중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확인해야 했다.



워낙 처음 시작하는 청년들이라 기본이 되어 있지 않은 점들이 집중적으로 부각됐다. 파스타집 사장은 교차오염 실수를 반복하는 잘못된 습관이 지적되었고, 햄버거집 청년들은 시장상인의 입맛에 맞춘다고 했지만 직화를 하거나 된장과 김치를 쓴 햄버거가 모두 낙제점을 받았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은 초밥집 사장은 자신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지만, 같이 일하는 청년들이 신 메뉴를 먹어보고 나누는 대화에서 쏟아진 혹평을 확인해야했다.

결국 이 많은 꾸지람과 혹평 세례를 겪고 나서야 드디어 솔루션들이 제공되었다. 햄버거집은 기본 햄버거를 만들 되 가격을 낮춰 가성비 햄버거를 대안으로 내놨고, 덮밥집 청년들은 잘 하는 시그니처 덮밥 두 개로 집중해 호평을 받았다. 파스타집도 많은 메뉴들을 걷어내고 대신 새로 개발한 신 메뉴 몇 개로 가격, 맛, 양까지 만족시키는 퓨전 파스타를 선보였고 초밥집 사장님은 이전에 <골목식당>이 솔루션을 제공했던 알탕집을 찾아 그 비기를 전수받았다. 마지막으로 막걸리집 사장은 고집을 꺾고 보다 대중적인 막걸리 2종을 만들어내놨고, 여기에 다른 지역 막걸리를 함께 팔면서 더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흡족해진 백종원은 막걸리에 어울리는 호박전과 부추전 레시피를 알려줬다.

과정은 참 많은 논란과 쓴 소리들이 오갔지만 결과는 해피엔딩이다. 그리고 이것은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이 해온 스토리텔링 방식이다. 백종원의 솔루션이 절대적이고, 실제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골목식당들은 그 솔루션의 큰 수혜를 입었다. 하지만 그 솔루션은 공짜가 아니다. 백종원의 아픈 질타와 쓴 소리, 수많은 손님들의 혹평 심지어는 방송에 나가기 때문에 겪을 수밖에 없는 논란들까지 감수해야 한다. 그 과정을 겪은 후에야 비로소 솔루션이 제공되고 ‘기적’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런 기적이 반복되면서 거기서 생겨나는 특이한 현상이 있다. 우리는 우리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백종원의 입맛이나 장사 스타일 그리고 요리 등에 대한 막연하지만 절대적인 신뢰를 갖게 된다. 그래서 그에게 ‘장사의 신’이나 ‘창업의 귀재’ 같은 칭호를 부여한다. 실제로 연예 뉴스의 기사들을 보면 ‘장사의 신’이라는 표현이 거의 일상적으로 버젓이 사용된다. 그런데 이런 기적(?)은 과연 백종원이 ‘장사의 신’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일일까 아니면 <골목식당>이라는 방송이 만들어내는 일종의 착시효과일까.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면 이런 프로그램에 나오는 음식점이 안 될 수 없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하물며 저녁 프로그램에서 잠깐 몇 분 동안 소개된 음식점도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의 발길이 몰린다. 과거 <백종원의 3대천왕> 시절을 생각해보라. 그 때 소개됐던 음식점들은 방송이 나가자마자 길게 줄지어선 손님들의 행렬이 이어지는 진풍경이 만들어지곤 했다. 물론 그 효과가 오래가는지는 미지수다. 방송에 화제가 되어 한 번 찾아갔지만 생각만큼은 아니었다면 그 입소문은 역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한 회 잠깐 소개되는 정도가 아니라, 몇 주에 걸쳐 거의 한 달에 가깝게 계속 소개된다. 화제가 안 될 수가 없다. 게다가 매주 방영될 때마다 논란이 벌어질 만큼의 화제가 일어난다. 물론 미숙하거나 마인드가 없는 가게 주인들이 질타를 당하게 되어 생기는 논란이지만, 이런 논란은 방송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주는 게 사실이다. 만일 이러한 생리를 잘 알고 있는 음식점 주인들이라면 기꺼이 논란 또한 감수할 수 있을 게다. 결국 이것은 기적을 위한 ‘과정’이니 말이다.



백종원 스스로도 자주 음식점 주인들에게 하는 이야기지만, ‘공짜’는 없다. 방송을 통해 집중 조명되는 대신 이들은 그만큼 아프고 부끄럽고 때론 자괴감마저 드는 그 민낯을 만천하에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그 공개 이후에 개과천선한 그들의 이야기는 하나의 스토리가 되어 손님들을 끌어 모은다. <골목식당>은 관찰카메라 형식의 리얼리티쇼에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서사가 더해졌다. 과정이 혹독할수록 짧은 기간 내에 인지도를 올리고 성장해가는 서사의 드라마틱함은 더 커진다.

백종원은 여기서 일종의 심사위원의 역할을 맡지만,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그는 이미 사업가다. 그러니 이렇게 방송을 통해 갖게 된 이미지는 자신의 사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장사의 신’이 아닌가. 프랜차이즈 체인을 수백 개 갖고 있는 사업가에게 이런 이미지는 엄청난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낸다. 프랜차이즈 체인으로 어쩌면 수많은 골목식당들이 힘겨워졌을 지도 모르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실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방송은 골목식당들에게도 ‘기적’을 행사하지만 심사위원 역할을 하는 백종원에게도 기적을 만들어낸다. 이제는 장사가 안 되는 골목식당들이 그의 솔루션(마치 신이 내리는 듯한)을 기다리게 된 상황이니 말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제목은 그래서 절묘한 의미로 읽힌다. 그간 백종원은 방송인으로 맹활약하면서 여러 이미지로 불린 바 있다. <집밥 백선생> 같은 프로그램은 ‘집밥’의 개념을 바꿔놓은 요리연구가로서 그를 세웠고, <백종원의 3대천왕>이나 <스트리트푸드파이터>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남다른 음식전문가로서 그의 이름을 알린 바 있다. 하지만 그런 방송들이 나올 때도 백종원에게는 호감과 함께 남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건 바로 프랜차이즈 사업가가 그의 본업이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골목식당들과는 불편한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그 프로그램 제목처럼 백종원과 골목식당들의 관계를 180도 바꿔 놓았다.



물론 이것은 백종원이나 골목식당들 또 이 프로그램을 비판하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다. 그건 어쨌든 긍정적인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백종원 스스로가 자신의 노하우를 골목식당들에게 전하고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그 취지는 전혀 나쁜 것이 아니고, 한편으로는 권장할만한 일이다. 또 어려움에 처한 골목식당들이 방송과 솔루션의 힘으로 다시 살아갈 수 있게 된다면 역시 좋은 일이다. 게다가 시청자들도 이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들여다보지 않았던가.

다만 방송이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는가를 우리는 알아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괜한 신격화나 이미지에 대한 오해를 하지 않는 게 현명한 일이다. 골목식당들을 살리는 것도 또 백종원을 ‘장사의 신’으로 만들어낸 힘도 어쩌면 방송이 만들어낸 기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실제가 어쩌면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이 만들어내는 ‘장사의 신’ 백종원일 수 있다는 걸 한번쯤 의심하게 될 지도 모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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