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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뒤에 테리우스’, 수목극 시청률 1위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기사입력 :[ 2018-10-05 16:33 ]


새 수목극 삼파전, ‘테리우스’ vs ‘일억개의 별’ vs ‘흉부외과’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계절이 바뀌면서 방송가에도 새로운 드라마가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지난주부터 새로이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만 해도 십여 편에 이른다. 장르도 다채롭다. 메디컬 드라마, 판타지 멜로, 로맨틱 코미디, 액션 느와르 등 취향에 따라 골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시청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주 [TV삼분지계]는 이 가운데 동시간대 경쟁 중인 새 수목드라마 세 편을 선택해 감상을 공유한다. 정석희 평론가는 MBC 코믹 첩보 로맨스 <내 뒤에 테리우스>를, 김선영 평론가는 일본의 전설적 작품을 리메이크한 tvN 멜로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1억 개의 별>을, 이승한 평론가는 SBS 메디컬 드라마 <흉부외과>를 골랐다. 세 편 중 추천 권유 평가를 받은 작품은 단 한 편. 과연 어느 작품일까?



◆ <내 뒤에 테리우스>, 허술함이 매력이다

MBC <내 뒤에 테리우스>는 첩보물에 코믹 요소를 더한 복합 성격의 드라마다. 어느 쪽이 더 반응을 얻을지에 따라 중심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는 코믹 쪽이 단연 우세다. 전직 NIS 블랙 요원 김본(소지섭)도 허술함이 매력이고 아파트 주민 정보통이라 할 KIS(KingCastle Information System)의 국장급 심은하(김여진)와 국정원의 권영실(서이숙)만 비교 해봐도 심은하 쪽이 훨씬 매력적이니까. 흔히 캐릭터가 확실하면 인물들끼리 서로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이야기를 만들어가기 마련이라지? KIS 요원(김여진, 정시아, 강기영, 정인선)들의 경우 이미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 반면 국정원 요원(엄효섭, 서이숙, 임세미, 성주)들의 활약은 아직 미미하기만 한데 특히 매 작품마다 씬스틸러로 활약해온 배우 서이숙의 비중이 아쉽다. 물론 이야기가 제대로 궤도에 오르고 나면 달라지겠지만.



또 하나 아쉬운 건 주인공 고애린(정인선)의 인물 설정이다. 아이 둘 있는 엄마를 왜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지 못하는 캔디형 인물로 그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직장으로 아이들을 데려가 사고를 치게 만드는 등 늘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고, 사과하고, 신세지고, 그러면서도 밝고 씩씩하고, 지금까지는 면면들이 전작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의 ‘한윤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정인선이 JTBC <마녀보감> ‘해란’ 역을 통해 보여줬던 절절한 모성애를 제작진이 부디 기억해주기를. 어쨌거나 모처럼 채널을 고정하고 싶은 MBC 드라마가 생겼다. 그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 개의 별>, 언제 적 나쁜 남자인가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 개의 별>은 일본의 전설적인 동명 원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tvN은 올해 초 또 한 편의 전설적인 일본드라마 <마더>를 성공적으로 각색해 호평 받은 전적이 있으니 이번에 관심이 더 쏠리는 건 당연하다. 특히 원작의 캐스팅이 워낙 화려한지라 리메이크 작 캐스팅에 특히 많은 이목이 집중됐다. 원작은 톱스타 기무라 타쿠야의 존재감을 빼고는 논할 수 없는 작품이다. 비교의 부담을 떨치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화려한 캐스팅으로 승부하거나 아예 안정감을 택하는 방법이 있다. tvN의 선택은 후자다. 남주인공 서인국은 tvN에서 착실하게 키운 스타이고, 여주인공 정소민 역시 최근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통해 진가를 증명한 배우다. 첫 주 방영분에서는 마주치는 신이 적지만 일단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는 좋아 보인다.



문제는 이 작품의 원작이 방영된 지 거의 20년이 흘렀다는 데 있다. 기무라 타쿠야가 연기한 남주인공 캐릭터는 지금 보면 그가 다시 전성기 모습으로 돌아와 연기한다 해도 절로 고개를 젓게 되는 ‘나쁜 남자’다. 비슷한 시기 국내 로맨스 드라마에도 KBS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차무혁(소지섭)으로 대표되는 나쁜 남자 신드롬이 불었지만, 이제 이런 캐릭터를 위해 여자들이 순정과 목숨을 바친다면 욕먹기 딱 좋다.

하지만 리메이크작에서는 시대에 맞게 남주인공 캐릭터를 수정하려는 노력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첫 회에서 무영(서인국)은 진강(정소민)과 승아(서은수)를 연이어 만나고, 두 여성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아무런 개연성도 없이 그의 말에 휘둘린다. 자신을 인형 취급하는 오만한 애인 장우상(도상우)을 싫어하는 승아가 같은 타입의 무영에게 빠지는 이유도 알 수 없고, 실장씩이나 되는 커리어우먼 진강이 무영의 지나가는 말 한 마디에 “내가 그렇게 못생겼나”를 자문하며 신경 쓰는 것도 우습기만 하다. 하루가 멀다하고 데이트 폭력, 성폭력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 시기다. 나쁜 남자 판타지의 유효기간은 진작에 끝났다는 걸 왜 모를까.

칼럼니스트 김선영 herland@naver.com



◆ <흉부외과>, 열일하는 주인공들을 둘러싼 밋밋한 세계

MBC <하얀거탑>을 기점으로 한국의 메디컬 드라마는 “병원에서 의사들이 연애하는 이야기”에 머물던 시절을 졸업했다. 그 이후 11년, 이제 의사들은 병원에서 정치를 한다. SBS <흉부외과>도 예외는 아니다. 극 중 최석한(엄기준)과 박태수(고수)는 각자 절실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태산대학병원 흉부외과에서 살인적인 강도의 노동을 견뎌낸다. 그러나 이 절실함이 무색하게도 이들을 둘러싼 세계는 온통 정치로 가득하다. 배다른 형제인 이사장(남경읍)과 병원장(정보석)은 병원의 실권을 놓고 다투고, 흉부외과 과장(안내상)과 병원 기조실장(차순배)은 병원장 라인을 타는 일에 목숨을 건다. 이사장의 딸이자 서전인 윤수연(서지혜)이 미국 연수에서 돌아온 것을 두고도 인력 부족한 흉부외과에 손이 늘었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이들보단 이제 어디에 줄을 서야 하나 고민하는 이들이 먼저 보인다.



현업 의사들조차 감탄할 만큼 의학 자문과 고증을 철저히 한 <흉부외과>가 삐걱대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흉부외과>는 전체 플래시백 구조 안에서 다시 몇 번이고 플래시백을 반복하며 주인공들의 과거사를 풀어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 복잡한 구조는 서사의 설득력이 탄탄하게 섰을 때만 지탱이 가능하다. 그러나 <흉부외과> 속 악역들은 그간 우리가 한국 메디컬 드라마에서 자주 보아왔던 악역들, 즉 “이윤과 권력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면 환자의 생명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 정치 의사들”이라는 평면적인 스테레오 타입을 거의 벗어나지 못한다.

캐리커처 수준으로 묘사된 흉부외과 과장이나 기조실장 캐릭터, 그리고 누가 봐도 한 눈에 거만한 악역이다 싶게 나비넥타이를 목에 달고 사는 병원장까지. 주인공들을 둘러싼 세계가 입체성을 잃으니 복잡한 서사를 지탱할 만한 설득력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주연 배우들의 열연과 정교한 고증으로 만들어 낸 수술 장면의 성취가 제대로 빛을 발하려면, 태산대학병원 내부에도 정교한 현실성을 부여해주는 일이 필요해 보인다. 이 정도 수준의 정치 이야기만으로 흥미를 지니기엔, 병원 내 정치 서사를 소비하는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생각보다 높다.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사진=MBC, tvN,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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