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더 게스트’ 빙의 가족 살인과 ‘하늘에서’ 근친 소재, 어떻게 봐야 할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이건 자극의 끝인가 아니면 소재의 확장인가. OCN <손 더 게스트>와 tvN <하늘에서 내리는 1억 개의 별>을 보다보면 생기는 드는 양극단의 생각이다. <손 더 게스트>는 한국형 리얼 엑소시즘을 표방하며 ‘빙의’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거기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은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가족 살인 소재들이다. 또 <하늘에서 내리는 1억 개의 별>은 미스터리 멜로를 표방하고 있지만, 일드 원작을 본 분들이라면 이 작품에 담겨진 ‘근친상간’ 소재가 주는 불편함을 예감할 수밖에 없다.

<손 더 게스트>에서 허율이 연기했던 서윤이라는 아이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벽돌을 던져 손을 흔드는 아빠의 머리를 맞춰 죽게 만든다. 물론 아이가 본 건 아빠가 아니라 아빠에게 빙의된 귀신이다. 뺑소니를 치고 도망친 아빠가 그렇게 죽은 귀신에 빙의되고, 귀신을 보는 아이는 아빠를 귀신으로 보고 물러가라며 돌을 던진 것. 빙의라는 소재를 담고 있지만, 아이가 부모를 죽이는 끔찍한 장면이다.



역시 귀신에게 빙의된 아이는 엄마인 헤경(심이영)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찾아오라고 하고, 그렇게 온 엄마에게 건물 옥상에서 돌을 던져 쓰러뜨린다. 사실 실제로 신문 사회면에서 우리가 보기도 했던 아파트 베란다 돌 투척 사건이라 그런지, 빙의 소재를 덧씌우고 있지만 이런 소재 자체가 주는 끔찍함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가족 간에 벌어지는 불신과 미움 그리고 폭력과 살인은 <손 더 게스트>가 담고 있는 사건들의 대부분이다. 그들은 가족을 죽인다. 물론 귀신에 빙의돼서.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윤화평(김동욱)은 겨우 다시 만나게 된 아버지가 자신을 박일도 귀신이 빙의한 줄 알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확인한다. 그 아버지는 어렸을 때 귀신에 빙의된 화평을 목 졸라 죽이려 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이상한 말을 한다. 사실 빙의된 건 화평이 아니라 할아버지였다고.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다. 빙의된 아버지가 화평을 향해 칼을 들고 다가왔기 때문이다. 결국 부모 자식 간에 벌어지는 끔찍한 살인이 빙의 소재를 통해 담겨지고 있다. 게다가 빙의된 이들은 스스로 눈을 찔러 자살하는 특징을 보이는데, 이러한 자살 소재 역시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자극이다.



tvN <하늘에서 내리는 1억 개의 별>은 유명한 일드 원작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물론 지금까지는 별다른 자극적인 소재들이 등장하지 않았지만, 이미 원작을 접했던 분들이라면 이 작품이 가진 근친 소재가 과연 어떤 방식으로 리메이크될 것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 소재가 이 드라마의 핵심적인 이야기 모티브가 되고 있기 때문에 피해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들어 미드나 일드 같은 장르물들이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국내 시청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는 상황이라, 더 자극적인 소재들도 이제는 조금 무뎌져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래도 <손 더 게스트>처럼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죽이거나, 자살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15세 제한’이라는 건 선뜻 이해하기가 어렵다. 해외의 미드들도 이 정도 소재라면 19금이 되는 게 정상적이기 때문이다.

또 <하늘에서 내리는 1억 개의 별>은 스릴러에 달달한 멜로를 더하고 있어 그 근친 소재가 자칫 자연스러운 관계처럼 오인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 작품 역시 ‘15세 이상 시청가’다. 물론 <손 더 게스트>나 <하늘에서 내리는 1억 개의 별>이 그 소재는 자극적이어도 하려는 메시지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메시지보다 먼저 그 자극적인 장면들이 눈을 가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소재의 확장이라는 차원에서 이런 드라마들이 나오는 건 잘못된 것이 아니지만, 적어도 가족 살인과 근친 소재가 다뤄지는 작품이 15세 이상 시청 가능한 작품으로 분류되는 건 문제가 있지 않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OCN,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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