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롭지 않은 ‘같이 걸을까’, 반전 만들 수 있나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목요일 밤의 JTBC 시사예능 <썰전>이 일요일로 자리를 옮기고 여행 예능 <같이 걸을까>가 첫 방송을 시작했다. 그 결과 시청률은 1.475%. 3%대 중반의 평균 시청률에서 반 토막이 났다. 소문도 크게 나지 않았던 만큼 이슈나 이야깃거리도 회자되지 않았다. <같이 걸을까>와 관련해 <썰전>의 편성 이동보다 더 많은 관심을 끈 뉴스는 없었다.

의아하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god가 오늘날 관찰 예능, 리얼버라이어티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육아일기> 이후 17년 만에 한 자리에 뭉쳤다. 최근 가장 주가가 높은 셀럽으로 올라선 박준형에서 영화배우로 성공한 윤계상까지 모두 함께한다.

그런데 시작 전부터 별다른 화제가 되지 못했다. 2014년에 이미 재결합을 해서인지 시대를 풍미한 god의 귀환이란 추억 폭탄은 크게 터지지 않았다. 2~3박 수준으로 촬영해서 뽑아내는 일반적인 여행 예능과 달리 풍광부터 남다르다는 아름다운 산티아고 순례길을 무려 열흘간 걷는 꽤나 진정성 있는 접근이었지만 알아본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오랜 친구와의 트래킹 여행이 마주한 예상 밖의 반응은 KBS가 지난 초여름 야심차게 내놓았던 탐험 예능 <거기가 어딘데>의 어려움과 겹쳐 보이고, tvN <꽃보다 청춘>과는 멀어 보인다. <거기가 어딘데>는 ‘지도와 나침반만 가지고 목적지를 향해 걷는다’는 탐험이란 설정을 내세웠다. 탐험 와중에 마주하는 난관을 멤버들이 극복해내는 과정에서 서사의 리얼함, 자연스러운 웃음과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추구한 바와 달리 탐험이 주는 감동과 성취는 인위적인 설정의 허들을 넘지 못했다. 그러자 스토리는 지극히 뻔하게 느껴졌다.

<꽃보다 청춘>의 경우 시청자들에게 몰카를 동원한 즉흥 여행이란 설정으로 설렘을 배가시켰다. 포인트는 여행을 떠난 목적과 동기가 방송 촬영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시청자들에게 건네는 사인이다. 그러면서 리얼이 인식됐다. 그리고 펼쳐지는 이야기는 사실 여타 여행 예능과 크게 다를 바가 없지만(다르기가 어렵다) 이미 정서적으로 공감대를 갖게 된 시청자들은 이야기 속으로 몰입해 들어갔다.



본격적인 트래킹 여행에 앞서 god 멤버들은 17년 전 <육아일기> 촬영으로 LA에 함께 갔던 것을 제외하곤 함께 해외여행을 해본 적도 없다고 했다. 첫 출발지인 레온 시의 한 광장에서 1집 포스터의 포즈를 재현하고, 함께 한 숙소를 쓰고 어두운 밤 트레킹의 첫발을 내딛으면서 멤버들은 각자 “다시 한 몸뚱어리가 된 것 같다”, “숙소에 같이 살던 시절이 떠올랐다”, “일산의 숙소 앞 들어가는 길 같다”고 했다. 데니안은 “각자 일이 생기고 가정이 생기면서 여행을 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추억을 회상하며 이번 여행, 이 프로그램이 갖는 의미와 기획의 당위를 부각했다.

허나 시청자들은 생각만큼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재결합만으로 볼거리가 되는 시절이 아닌데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무엇을 보여줄지, 그들이 무엇을 얻어갈 것인지가 너무나 확실히 예상되는 것에 비해 시청자들은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아예 슬로우라이프 콘텐츠의 일환으로 시청자들과 함께 걷는 것처럼 중계를 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캐릭터쇼를 기반으로 하는 예능 에피소드로 접근해서 새롭고 흥미로운 볼거리를 만들기란 도통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고비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탐험대의 걸음 속에서 서사와 에피소드를 만들려던 <거기가 어딘데>, <오지의 마법사> 등이 공통적으로 리얼함과 멀어졌다.



<같이 걸을까>가 흥미롭지 않은 건 만들고자 하는 분위기에 비해 재미를 줄만한 요소, 새로운 지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1회에서는 흥겹게 어울리는 변함없는 우애와 각자의 캐릭터를 전달하는 데 힘을 쏟았다. 비교적 차분한 데니안, 보기와 다르게 시시각각 돌변하는 윤계상을 앞세웠다. 그러나 너무 소개하는 듯 했다. 우리나라 연예인 중 유튜브에 가장 잘 정착한 박준형의 경우 TV 카메라 앞에서는 가진 매력을 십분의 일도 발휘하지 못했다. 기존 예능의 문법으로 캐릭터를 만들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다.

그럼에도 기대가 되는 지점은 열흘 간 스케줄을 빼고 동고동락했다는 데 있다. 2회, 3회 거듭되면서 보다 상황에 몰입해서 리얼한 장면들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오랜만에 완전체로 모인 god의 행복하고 즐거운 모습, 나이를 잊고 개구쟁이로 돌아간 모습은 <같이 걸을까>의 기본 값이다. 1회는 그 값의 크기를 확인한 자리였다. <와썹맨>처럼 방송의 경계를 위협하는 자유분방함, 시청자들에게 전달될 만한 어떤 성찰, 순례길의 매력을 전할 수 있는 에피소드 등 이 영적인 여정을 통해 god가 다시 뭉쳤다는 것을 제외하고 시청자들에게 어떤 선물을 남길 수 있을까. 그 여부가 아직 많은 길이 남은 상황에서 전세를 역전시킬 첫 발걸음이 되지 않을까 한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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