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에서’ 이연복, 대가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tvN 예능 <현지에서 먹힐까?> 시즌1 태국편과 시즌2 중국편은 완전히 다른 프로그램이다. 해외로 나가 인지도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현지 음식으로 며칠 간 푸드트럭을 운영한다는 기본 콘셉트는 같지만 다루는 이야기와 정서는 전혀 다르다. 홍석천, 이민우, 여진구가 함께한 태국편은 <윤식당>의 로망에 가깝다. 일상을 벗어난 해외 어느 곳에서 친구들끼리 합을 맞춰 성취를 맛보는 일종의 예능 문법으로 풀어낸 라이프스타일 제안이었다.

반면, 중국편은 이연복 셰프를 중심으로 요리 사절단처럼 꾸려졌다. <윤식당>의 슬로우라이프 제안이나 로망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자리 잡은 짜장면과 탕수육을 원류라 할 수 있는 중국 본토로 가져 들어가는 게 포인트다. 우리식으로 개량 발전된 중화요리를 중국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중국인들도 짜장면을 좋아할까?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중화요리 대가라는 이연복의 실력이 본토에서는 통할까? 등등 살면서 한번쯤은 품었을 법한 관심사를 펼쳐놓는다. 게다가 맞닿아 있는 게 한류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처럼 그간 쉽게 생각하고 지나쳤던 우리네 일상이 다른 누군가를 통해 재발견되는 흥미가 가득하다.



그래서 친분이란 연결고리로 뭉친 태국편과 달리 중국편은 이연복 셰프에다 배우 김강우, 코미디언 허경환, 신인배우 서은수 등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는 멤버들이 함께한다. 하지만 어색함이나 예능 차원의 재미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 중화요리의 대가가 중국에서는 어떤 평가를 받는지가 핵심이자 뼈대다. 우리나라 최고 레벨의 가수이자 뮤지션인 박정현, 윤도현, 이소라가 유럽의 어느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할 때 우리가 숨죽여 지켜보는 재미와 일맥상통한다. 성장스토리는 서브 플롯이다. 김강우가 주방장의 상징인 웍을 잡아보고, 이번부터 시작된 청도 편에서는 연태에서 홀만 맡았던 허경환이 주방 식구로 합류한다. 이연복을 중심으로 함께 힘을 합쳐서 열심히 장사하고, 각자 맡은 바를 수행하며 성장한다.

이처럼 순식간에 새우 80마리를 까는 서은수, 이연복의 감탄을 자아낼 만큼 칼질이 늘은 허경환, 이제는 손님을 살필 여유가 생겼다는 넘버2 김강우까지 멤버들의 성장도 중요한 요소지만 장사가 콘셉트인 만큼 손님들의 반응을 스케치하고, 소통하는 장면들이 재미의 핵심이다. 손님들의 리액션과 반응을 경쾌한 호흡으로 담아내는 <윤식당>의 작법을 그대로 빌려오고, 제작진이 미리 섭외한 현지의 권위 있는 요리사, 요식업자들이 일반 손님으로 위장해 맛을 보고 평가하는 ‘현술러’의 평가는 호기심을 일게 만든다.



또한, 이런 과정에서 중국인들의 생활과 문화를 속속들이 엿볼 수 있었다. 모르는 사람들과도 합석은 물론 스스럼없이 말을 건네는 문화나, 노점, 시장에도 일반화된 QR코드 결제 시스템, 한류에서 비롯된 호감과 관심은 물론 냉수를 즐겨 찾는 우리와 달리 배탈을 염려해 한여름에도 미지근한 물만 마시는 식습관 차이를 알아가고, 엄청난 인기를 얻은 짜장면을 비롯한 탕수육과 멘보샤와 달리 맵다고 느끼는 짬뽕에 인색한 반응 등, 리얼한 상황에서 뜻하지 못한 문화적 충돌이 주는 재미와 정보가 있다. 여기에 현지에서 재료를 조달하는 과정과 이연복 셰프가 알려주는 요리정보와 레시피가 볼거리를 더한다.

그런데 청도로 새롭게 떠나면서 연태에서 얻은 엄청난 성공을 뒤로 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려고 한다. 낯선 음식에 머뭇거리다 믿음이 가자 밀려드는 주문, 올라가는 매상을 확인했음에도 짜장면을 계속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칠리&크림 새우, 한국식 비빔면에서 영감을 얻은 탄탄비빔면, 가지덮밥, 짜장 떡볶이 등 한국스타일의 중화요리를 중국 본토에서 선보이는 도전을 계속 이어간다.



짜장면을 내세워 문전성시를 이루고, 한류 콘텐츠화 할 수 있지만 이연복은 “짜장면을 또 하는 건 치사한 것 같다”며 이 카드는 미뤄두고 도전을 택했다. 전날 미리 멘보샤를 만들어놓았다가 폐기하는 상황도 겪고, 메뉴에 따라 방송촬영임에도 늘 장사가 잘된다고 볼 순 없지만 한국식 중국음식을 계속해 새롭게 내놓고 평가를 받는 편을 택했다.

태국편과 중국편의 가장 큰 차이는 우리 것의 존재여부였다. 외국인이 하는 태국음식에서, 한국식 중화요리라는 우리의 것을 중국 본토로 다시 가져가는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중국에서 두 번째로 찾아간 청도에서는 한류 콘텐츠보다는 멤버들의 성장이나 리얼한 장사의 묘미를 담으려 하는 듯하다. 짜장면으로 검증된 승부를 보는 반복된 포즈가 아니라 중국에서 통하는 중화요리를 계속해서 파보는 호기심이다. 그러면서 멤버들의 캐릭터 성장과 리얼한 돌발 상황 등의 예능의 맛과 역수입된 한류 콘텐츠의 재미의 맛이 한층 더 숙성된 조화를 기대하게 한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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