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걸을까’, 시청자도 모두 같은 길 위에 머물게 만들려면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17년만의 god 완전체 예능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은 <같이 걸을까>. 여행 예능이라는 다소 진부한 포맷이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는 장소는 흥미로움을 자아냈다. JTBC 대표 시사 예능 <썰전>까지 일요일로 이동시키고 금요일 밤만큼이나 치열한 목요일 밤에 편성한 프로그램이라는 데서도 방송사의 남다른 기대감이 엿보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의외로 별다른 화제를 불러오지 못하고 있다. 1회 시청률은 기존의 <썰전> 평균 시청률의 절반인 1.476 퍼센트. 2회에선 1.5 퍼센트로 조금 올랐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어 보인다. 과연 god와 제작진은 300킬로미터를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까. [TV삼분지계]가 산티아고 순례길 2일치 여행길에 함께 동행해봤다.



◆ 완주보다는 공감에 집중을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가 꿈인 사람들이 있다. 종교적인 이유로 혹은 단순한 트래킹을 목적으로, 꿈을 위해 한 푼 두 푼 저축을 하고, 꾸준히 정보를 모으고, 체력을 기르고, 오랜 준비 끝에 여정에 오른다. 그러기 위해 제주, 지리산, 서울 둘레길이며 동해안 해파랑길 등을 두루 섭렵했다는 이들도 봤다. JTBC <같이 걸을까>처럼 차려놓은 밥상에 수저를 드는 것 모양 별 고민 없이 떠나는 경우가 얼마나 될는지. 심지어 god 멤버들은 여느 여행자들과는 달리 단출한 배낭이다. 물론 다음 알베르게까지 배낭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있다지만 대부분은 짐의 무게를 묵묵히 견디며 걷는다. 어쩌면 짐의 무게를 줄이기 위한 과정 자체가 인생 공부일 수도 있기에 그 점 아쉬웠다. 사실 뜨거운 햇살 아래 하루 30km를 걷는 일정, 힘겹긴 했을 게다. 그러나 시청자는 이미 풀 한 포기 없는 사막을 걷는 KBS2 <거기가 어딘데??>를 경험하지 않았나.



공감은 의외의 대목에서 튀어나왔다. 둘째 날 god와 관련된 단어로 끝말잇기를 하며 걸었다. 중간에 등장한 ‘실망’이라는 단어. 서로의 첫 인상에 실망했고, 첫 무대에 실망했던 그들은 20년 지기로 산티아고 순례길 ‘프랑스길’을 걷고 있다. 그들이 걷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수많은 노래들이 떠올랐다. 내가 god 곡을 이렇게 많이 알고 있었던가? MBC [god의 육아일기]부터 영화 <범죄도시>의 ‘장첸’까지, 멤버 하나하나의 행보들이 머릿속에서 이어졌다. 팬이거나 아니거나 우리는 god와 많은 추억을 공유한 사이다. 데니와 윤계상이 서로에 대한 속내를 내보인 것처럼 대중과 god도 주고받고 싶은 얘기가 많으리라. 완주나 어떠한 성과보다는 공감과 소통 쪽에 초점을 두었으면.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 허공에 외친 “같이 걸을까?”

평균 나이 40대, 어느 새 20년 지기가 된 god가 17년만의 완전체 예능 프로그램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다. 콘셉트만 보면 ‘힐링 예능’을 먼저 연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첫 장면도 서로를 얼싸 안은 멤버들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모습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벌써부터 감동할 준비를 마친 시청자들에게 막상 프로그램이 주로 보여준 것은 ‘고생의 아이콘’ god였다. 작열하는 태양을 마주하고 하루에 30킬로미터를 걸어 10일 안에 300킬로미터를 완주해야 하는 빠듯한 일정 안에서 트래킹 경험이 별로 없는 멤버들은 물집이 터진 발과 끊어질 것 같은 허리를 부여 잡고 힘겨워한다.



애써 의연하게 농담을 하고 힘을 내며 발을 옮기지만, “몇 킬로 남았어?”를 반복하는 모습에서는 어쩔 수 없이 피로가 고스란히 묻어나온다. 다른 순례객 하나 보이지 않는 길에서 윤계상의 “같이 걸을까?”라는 허공의 외침이 이 프로그램에 대한 인상을 결정하는 장면이었다. 풍경도, 시청자도 모두 같은 길 위에 머물러야 할 터인데 정작 방송은 지루한 앞만 보고 가기에 바쁘다. 한 마디로, 완주한다는 목표만 있고 길을 통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지향점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회에서부터는 조금씩 풍경도, 사람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몸 상태는 더 악화됐지만 서로의 속도에 보조를 맞추며 걷는 멤버들, 이들을 불러세워 달디 단 휴식을 선사해준 ‘피카소 할아버지’, 앞만 보던 방향을 바꿔 뒤를 돌아 바라본 풍경. 길 위의 다른 세계와 이야기들이 조금씩 화면에 함께 잡히면서 비로소 이 여행의 끝이 약간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앞으로 한참 남은 여정에서도 ‘같이’에 좀 더 집중하면 좋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김선영 herland@naver.com



◆ 풍광보다는 관계성에 집중하는 양날의 칼

처음 JTBC <같이 걸을까>의 플롯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올린 프로그램은 KBS <거기가 어딘데??>였다. god 멤버들이 마냥 산티아고 순례길 위를 걷는 여정을 담아낸 프로그램이라니, 체력적인 한계에 도전하면서 기존의 예능에서 담아낸 적 없는 광경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거기가 어딘데??>의 콘셉트와 겹치는 부분이 있겠구나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본 <같이 걸을까>는 예상과는 사뭇 다른 프로그램이었다.



<같이 걸을까>의 카메라는 길 위에서 처음 마주하는 광경이나 순례길 위의 사람들에도 시선을 주지만, 그보다 더 초점을 맞추는 대상은 함께 한 지 20년을 넘긴 god 멤버들 사이의 관계다. 동갑내기여서 서로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인 윤계상과 데니 안, 멤버들이 불편한 곳은 없는지 살피는 게 습관이 된 손호영, 막내이지만 팀의 음악적인 방향을 이끌었듯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서도 리더가 된 김태우, 동생들이 이야기를 할 때면 한참을 묵묵히 들어주다가 마지막에 상황을 정리해주는 맏형 박준형이, 함께 길을 걸으며 이 익숙한 관계를 다시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같이 걸을까>의 핵심 콘텐츠다.

이러한 접근은 양날의 칼이다. 전국민이 사랑했던 그룹이라는 점 때문인지, <같이 걸을까>는 이들 사이의 역학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굳이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과거 호오가 크게 갈리지 않는 국민그룹으로서의 god를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거추장스러운 설명 없이 바로 본론으로 돌입하는 <같이 걸을까>가 반가울 것이다. 그러나 god에 각별한 애정이 없거나 이들의 초창기 활동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는 이들이라면, 생애 한번 걷기도 쉽지 않은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서 길 자체에 집중하는 대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멤버들의 모습에서 흥미를 못 느낄 수도 있다. 전자의 시청자들에겐 힘들 때마다 튀어나오는 윤계상의 ‘BT’가 귀엽고도 짠해 보이겠지만, 후자의 시청자들에겐 조금 불친절하지 않을까? 마치 나만 빼고는 이미 다 너무 친한 사람들의 모임에 깍두기로 초대된 느낌처럼. 물론 이건 좋다 나쁘다의 문제라기보다는 <같이 걸을까>가 취할 수 있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일 것이다. 그러나 이 전략만으로도 시청자층을 확장할 수 있을까? 아직은, 미지수다.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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