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대첩-고수외전’, 3년 만에 돌아온 백종원의 힐링캠프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올리브TV 예능 <한식대첩-고수외전>은 한 프로그램 속에 몇 가지 층위의 맛이 겹쳐 나는 요리와 같다. 우선 SBS <골목식당>으로 더욱 인기가 높아진 백종원이 3년 만에 돌아왔다. 백종원이 빠진 시즌4의 시청률은 전 시즌 대비 삼분의 일로 토막 났음을 기억하자. 무엇보다 <한식대첩>은 그 스스로 밝힌 바 있듯 그의 여러 예능 브랜드 가운데 가장 애정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방송 준비를 위해 자비로 캐나다 시골에서 콜롬비아의 보고타까지 출연 셰프들의 업장을 직접 다녀왔다고 한다.

방송을 보면 역시나 <골목식당>에서 짓는 심각한 표정과는 전혀 다른 음식 앞에서, 출연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순수하게 행복해하는 백종원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색다른 조리법과 진귀한 식재료에 어린아이처럼 호기심을 느끼고, 조리 중에는 입맛을 다시다가 맛을 본 후 함박웃음꽃을 피우며 설명에 열을 올리는 데 표정이 살아 있다.



요리 경연 프로그램인 만큼 식욕을 돋우는 요리의 향연도 역시나 오감을 자극하는 요소다. 전통 요리의 가늘어진 명맥과 향토 음식의 옅어진 개성을 되찾자는 취지에 맞게 녹두 황장, 진간장, 꿩요리, 기러기 요리, 가오리 애 등등 한식 식재료와 요리에 대한 관심과 지식,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잊힌 한식의 멋과 맛을 찾는 <한식대첩>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치열한 대결을 펼치며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던 수십 년 구력의 향토 음식 고수, 명인들이 다시 한 번 출연한다는 점 또한 흥미 포인트다.

그러나 결정적인 맛은 한식을 배우고자 한국을 찾은 외국인 출연자들의 이력과 캐릭터에서 나온다. 세계 각지에서 이름 난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미슐랭스타 셰프, 톱 셰프 출신의 세계적인 요리사들이 우리나라에 장기간 머물며, 실제로 한식 고수들의 집과 동네에서 식재료와 전통 조리법을 배우고 체험하며 한식에 대해 제대로 접한다.



신의 한 수는 여기에 있다. 달라진 한식의 위상이다. 세계적인 셰프들을 우리나라로 부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한식이 지금 세계 요식업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얼마 전까지 한식 콘텐츠는 해외에 알리는 게 전부였다. 혹은 해외 유명 셰프나 대중들에게 이런 것도 있다는 차원에서 소개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런데 밖에서부터 한식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트렌디하고 긍정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식대첩-고수외전>은 이런 흐름을 예능으로 담아낸 시도다.

세계적인 셰프들도 거꾸로 우리네 음식과 문화에 많은 뜨거운 열정과 깊은 관심을 보인다. 배움에도 매우 적극적이다. 부모님 뻘인 우리네 명인들을 제자처럼 자식처럼 낮은 자세로 모시면서 식재료 손질법부터 전통 음식 체험까지 진지하게 우리 것을 연마하고 즐기는 모습은 우리 입장에서 관심과 애정과 자부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음식으로 범위를 좁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고도 볼 수 있다. 1회에서 세르히오가 무작정 아침을 먹으러 동네 식당을 찾아가 문화 충격을 받고, 다들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간장게장에 도전하며 즐거워하는 식의 에피소드들은 모두 이런 감수성을 바탕으로 하는 재미다. 앞으론 일본 간장 말고 한국 간장만 쓸 거라는 아말의 말처럼 우리나라와 한식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도는 그들이 재해석 해내는 요리만큼이나 그들의 캐릭터에 몰입하게 만드는 요소다.



그럼에도, 백종원이 돌아왔음에도 시즌4때 무참하게 무너진 시청률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경연 프로그램임에도 승패가 딱히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식의 세계화라는 포인트가 승패가 나뉘는 대결과 거리가 조금 있다. 고수들이 제자의 요리과정을 부모의 심정으로 긴장하며 지켜보긴 했지만 서바이벌의 스토리라인은 사실상 6회까지 발휘되지 않았다. 경연 프로그램이라기보다 한식 명인들의 지식과 구력, 해외 유명 셰프들의 기술과 창의력이 어우러지는 모두가 행복한 공연에 가깝다.



설상가상 첫 번째 탈락자 또한 긴장감 넘치는 대결이 아니라 뭔가 굉장히 기묘한 기권으로 인해 모두의 당황 속에 결정됐다. 성장스토리를 그리기도 애매하고, 서바이벌쇼만의 긴장이 발휘되지도 않는다. 세계적인 셰프를 우리나라로 불러들여 경연 이상의 것을 담고 보여줘야 하는 한 차원 더 깊어진 요리 예능이 갖는 딜레마다. 백종원도 다시 돌아오고 판도 크게 벌였지만 타깃은 보다 구체적으로 좁혀졌다. 따라서 만약 한식의 세계화라는 당위에 동의하거나 쿡방에 관심이 있는 시청자라면 행복하게 방송 촬영에 임하는 백종원처럼 매우 흥미롭고 즐겁게 이 쇼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올리브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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