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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맨’, 닐 암스트롱이 도착한 고요의 바다가 의미하는 것
기사입력 :[ 2018-10-22 16:26 ]


‘퍼스트맨’, 달 착륙 이야기가 주는 스펙터클과 감성 사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 이야기는 우리에게 상반된 두 가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하나는 저 멀리 하늘 위에만 존재해 우리가 영영 닿지 못할 세계를 향해 나아갔다는 ‘인간의 위대함’이 주는 뭉클함이고, 다른 하나는 그 상상력을 자극하는 세계에 물리적인 발길을 내딛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저항감이다. 그래서 항간에는 1969년에 구소련과의 무기경쟁 속에서 우주로 쏘아 올렸다는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 이야기를 믿지 못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사실 이것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필자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진위여부를 알 수 없다고 해서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 이야기를 담은 영화 <퍼스트맨>이 무의미한 영화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게다. 그것이 하나의 허구라고 하더라도 이 영화 속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건, 우리네 인류가 달을 보며 갖게 되는 욕망과 감정들이기 때문이다. <라라랜드>로 익숙한 데미안 셔젤 감독은 <퍼스트맨>에서 그 시끌벅적한 이벤트에 흥분, 긴장하게 되는 스펙터클과, 누구나 달을 보며 느꼈을 저마다의 의미, 감성을 닐(라이언 고슬링)을 통해 전해준다.

영화의 이야기는 이미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스포일러가 되지 않을 것이다. 닐은 결국 그렇게 달에 첫 발을 내딛고 돌아오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몇몇 ‘명언들(실제로 닐이 했을 거라 여겨지진 않지만)’이나 그 유명한 사진, 영상으로 기억되는 달 착륙의 정보들을 영화는 보다 실감나게 그려내려 한다. 첫 시퀀스에서부터 고도를 올라가며 대기권 바깥으로 튕겨져 나갈 위기에 처하다 겨우 비행선을 돌려 착륙하는 닐의 모습은 우주선을 탄다는 것이 주는 막연한 환상을 깨버린다. 대신 날아오를 때 들려오는 철판 때리는 듯한 소리들과 과열되어 벌겋게 되어버리는 쇠들, 그리고 끝없이 흔들리는 진동이 그 현실이라는 걸 보여준다.



우주니 달이니 할 때 떠올리게 되는 낭만적인 그림들은 거기에서 사라진다. 그것은 영화가 대부분 차용하고 있는 닐의 시선 때문이다. 닐의 주관적 시점으로 보여지는 우주선 내부는 낭만과는 거리가 먼 폐쇄공포증을 일으키는 공간이다. 언제 어디서 뜻밖의 비상사태가 벌어질지 알 수 없는 긴장감을 일으키는 그런 곳.

닐의 시점을 따라가면 그래서 이질적인 공간과 관계들을 만나게 된다. 하나는 우주선 안으로 들어가 달을 향해 날아오르는 그 이색적인 공간이고, 다른 하나는 다시 땅으로 내려와 돌아오게 되는 편안한 가족의 공간이다. 그런데 이 이질적인 두 공간은 사실 우리가 다르다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한 공간이다. 우리는 편안히 집안에서 지내다 느닷없이 날아온 무언가에 죽음을 맞을 수도 있는 그런 존재들이 아닌가. 그 두 공간이 하나로 이어지는 건 그래서 닐에게 큰 아픔과 충격을 주었을 어린 딸의 죽음이다.

달을 향해 나아가려는 그 발걸음 위에서 닐은 많은 동료들의 죽음을 목격한다. 어쩌면 그건 딸의 죽음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지만 닐은 이미 알고 있다. 삶과 죽음은 완전히 다른 단절된 세계이지만, 우리는 그걸 애써 감성적으로 연결 지으려 한다는 걸. 그래서 달을 향해 가는 우주선에 타기 전 이들이 미리 남기는 유서들은 혹여나 죽음을 향해 간다 하더라도 이 공간과의 연결고리를 남기려는 담담한 노력처럼 보인다.



영화 <퍼스트맨>은 닐의 달 착륙이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놀라운 스펙터클을 재연한다. 이미 닐의 시선으로 몰입하게 된 관객이라면 달에 가기까지의 그 다소 지루하고 지난한 과정들이 달에 도착한 후 펼쳐지는 엄청난 스펙터클로 용서될 수 있을 것이다. 달 착륙의 그 순간에 닐이 가족들과 죽은 딸을 떠올리는 장면들이 병치되는 건, 그래서 우리가 전혀 다른 차원으로 여기는 삶과 죽음이 얼마나 가까이 붙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고요의 바다’는 달의 특정 지역을 지칭하는 물리적인 용어이기도 하지만, 그 달에서 느껴지는 감성을 담아내는 용어이기도 하다. 그것은 물리적으로 죽음을 연상시키는 공간이지만, 영화가 보여주듯 중력이 가벼워 살살 뛰어도 통통 튀어 오르는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삶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데미안 셔젤 감독은 닐 암스토롱의 이야기를 통해, 달 착륙이라는 물리적인 스펙터클과 달 자체가 인간에게 끊임없이 만들어냈던 상상력의 감성을 병치해 보여준다. 마치 달이라는 먼 곳에 가 있는 풍경이, 닐 자신이 도달하지 못했던 ‘고요한 마음’ 속에 드디어 도착한 듯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퍼스트맨>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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