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골목식당’, 본래 취지가 죽은 상권 살리기 아니었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하루 평균 3000명이 식당을 시작하고, 하루 평균 2000명이 식당을 폐업한다. 전체 자영업 중 폐업 업종 1위가 바로 요식업! 그만큼 죽어가는 음식특화 거리도 많다는 것! 그래서!! 그동안 <3대천왕>과 <푸드트럭>으로 식문화 활성화, 창업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요식업계와 방송가의 유일무이한 캐릭터! <장사의 신> 백종원 대표와 연예인으로 꾸려진 백종원 사단이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죽어가는 거리 살리기>에 도전한다. 일명 지역경제 심폐소생 프로젝트!! 백대표의 치명적인 독설을 극복하고 <장사 필살기와 궁극의 레시피>를 전수 받아 절대 망하지 않는 거리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드라마틱한 감동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내건 기획의도다. 그런데 지난 22일 인천 중부경찰서가 인천 중구청에 ‘협찬금과 관련된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는 중앙일보의 단독보도 기사를 보면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중부경찰서가 문제로 지목하고 있는 것이 지난 7월 말부터 방송된 ‘인천 중구 신포시장 청년몰’에 대한 것인데, 이 곳이 6월에 오픈해 영업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방송된 것이라는 사실이다.



당시 방송을 봤던 분들이라면 이 프로그램이 신포시장 청년몰에 가게 된 이유가 상권이 죽어서라고 생각했을 수밖에 없다. 점심시간에 한두 테이블도 차지 않는 그 청년몰은 마치 백방으로 노력을 해왔지만 아직 장사경험이 일천해 장사가 안되는 것으로 비춰졌다. 이 청년몰이 적어도 몇 년은 했지만 영 장사가 안 돼 존폐위기에 몰려 있는 것처럼 보이는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만일 보도된 내용처럼 6월에 오픈해 7월 말부터 방송이 된 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건 ‘죽은 상권 살리기’가 아니라 새로 오픈한 청년몰을 홍보한 것이 된다. 그것도 보도 내용처럼 <백종원의 골목식당> 측이 인천 중구청에 2억 원의 협찬비를 받았다면 ‘돈 받고 해주는 음식점 홍보 방송’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볼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와는 너무나 다른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그간 여러 차례 비판받아 왔던 방송 프로그램의 음식점 홍보의 ‘새로운 버전’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여타의 방송 프로그램들도 협찬을 받고 있는데 뭐가 문제인가 하고 말할 수 있을 게다. 하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그 하나는 방송의 신뢰에 대한 문제다. 애초 시청자들이 기획의도에도 들어있듯이 ‘백대표의 치명적인 독설’을 허용한 건 ‘죽은 상권을 살린다’는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이 방송이나 거기 출연하는 백종원이 일종의 ‘재능기부’를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음식점, 그것도 하나의 음식점도 아닌 여러 음식점들을 사실상 돈 받고 홍보했다는 사실은 그것이 ‘재능기부’로 포장된 ‘비즈니스’라는 걸 보여준다. 물론 그 금액보다 훨씬 더 많은 이득을 그 상권이 가져갔을 수 있지만, 여기서 소외되는 건 시청자를 포함한 대중들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그 협찬비가 인천 중구청에서 나간 세금이라는 점에서 여타의 프로그램에서 하는 협찬과는 사뭇 다른 성격을 지닌다는 점이다. 물론 세금도 그 지역민들에게 공평하게 수혜가 가기 위해 협찬이나 광고를 했다면 문제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이건 그 많은 지역 중 하필 신포시장 청년몰에 사용된 세금이다. 세금을 낸 인천 시민들 입장에서 이렇게 어떤 기준으로 선정됐는지도 모르는 청년몰에 자신의 세금을 쓰는 걸 과연 공감할 수 있을까.



지금껏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크고 작은 잡음들이 끊이지 않았다. 뚝섬편에 방영됐던 경양식집 사장은 지금도 방송이 ‘악마의 편집’을 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고, 대전 청년구단편에서도 이른바 ‘막걸리 테이스팅’의 방송 분량에서 마치 백종원은 다 맞히고 막걸리 집 사장은 다 틀린 것처럼 편집한 내용이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래도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지지한 건 그 취지와 기획의도에 대한 공감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픈한 지 한 달도 안 된 청년몰을 세금으로 출연된 협찬금을 받고 거의 한 달 간에 걸쳐 방송을 내보냈다는 사실은 아무리 생각해도 공감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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