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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외과’ 이런 식으론 시청자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 수 없다
기사입력 :[ 2018-10-24 12:05 ]


‘흉부외과’, 시청자의 심장을 훔치기엔 턱없이 부족한 이유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비록 출연 분량이 생각보다 적긴 하지만 SBS <흉부외과-심장을 훔친 의사들>이 배우 고수의 드라마인 것은 틀림없다. 이 드라마의 주요 감정선이 배우 고수가 연기하는 태산병원 흉부외과 펠로우 박태수를 통해 확실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박태수는 모친의 심장이식을 기다리며 미친 듯이 태산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다. 무언가 배우의 그렁그렁한 눈 자체가 극진한 효자에 어울리는 이 배우는 실제로 이 작품에서도 효자의 극진한 효심을 넘칠 만큼 보여준다. 더구나 고비드란 별명으로 불리던 시기를 지나 얼굴에 적당한 세월이 느껴지기 시작한 나이에 보여주는 이 배우의 감정 연기는 꽤 수려하다. 수술을 기다리며 죽어가는 어머니에 대한 애정, 어머니가 받을 심장을 빼앗긴 후에 느끼는 비통함 등을 그는 절절하게 그려낸다.

주인공 박태수가 보여주는 것처럼 가족에 대한 극진한 애정은 다른 의학드라마와 차별화시키기 위해 이 작품이 내세운 카드다. 그렇기에 다른 의사들 역시 혈연에 대한 애정이 넘쳐흐른다. 구희동(안내상)과 그의 파파보이 아들 구동준(최대한)의 관계 역시 코믹하지만 애정이 진한 혈연으로 이어져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가 지닌 갈등의 주재료도 결국은 가족에 대한 애정이 그 근원이다.



태산의료원 이사장 윤현목(남경읍)은 과거 딸 윤수연(서지혜)의 심장수술을 위해 최석한(엄기준)에게 순서를 바꿔 급하게 수술해달라고 부탁한다. 그 때문에 윤수연은 살아나지만 수술 시기를 놓친 최석한의 딸은 죽음에 이른다. 그 때문에 최석한은 윤현목과 윤수연에게 앙심을 품고 있다.

아마도 SBS <흉부외과>는 병원에서 연애하기라는 한국 의학드라마의 클리세를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대체했는지도 모르겠다. 실제로도 최소한 우리 드라마는 병원에서 연애는 안 한다고, 라고 주장하고 싶은 욕망이 드라마 곳곳에서 배어나온다. 남녀 사이에 혹시라도 애정전선이 조금이라도 싹틀까봐 그들은 서로를 늘 냉랭한 눈으로 바라본다. 물론 <흉부외과>에는 병원에서 연애하기 빼고는 모든 의학드라마의 클리세들을 그대로 차용한다. 갑자기 등장하는 환자들, 다급한 수술 상황, 병원 내의 정치적 암투에 이르기까지.

의외로 이러한 의학 드라마의 클리세들이 껄끄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것이 의학 드라마 특유의 법칙이라는 것을 이미 시청자 누구나 알기 때문이다. 다만 클리세를 적절하게 배합했는지 흥미진진하게 풀고 있는지는 좀 의아하다. 드라마의 중반부에 이른 지금 각각의 다른 서사들이 계속해서 이야기의 수술실 주위만 빙빙 도는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에피소드들이 속속 등장하지만 딱히 끌리는 에피소드는 없는 것이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차라리 그럴 바에야 선남선녀 의사들이 연애라도 했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연애의 대체제인 가족에 대한 애정 역시 자연스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아니, 오히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멜로의 감정선을 대체한 가족에 대한 사랑인지도 모르겠다. 내 자식, 내 부모에게 품는 사랑의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흉부외과>에서는 그 감정을 그리기 위한 사건들이 너무 작위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의사들이나 의사들의 가족이 모두 심장에 문제가 있고 상황마저 전부 긴박하다. 심지어 박태수가 모친을 위한 이식용 심장을 운반하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그 상황에서 심장 탈취극까지 벌어진다. 안타깝게도 이 작위적인 전개들 때문에 박태수의 효심이 극진하게 그려져도 그것이 작품 내에서 절절하게 살아나지는 않는다. 또한 심장을 훔치는 흉부외과 의사들이 보여주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 일반적인 상황들을 넘어서 있기에 자연스러운 울림 역시 주지 못한다.

<흉부외과>에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조연 배우들이 보여주는 빼어난 연기나 흉부외과 수술에 대한 꼼꼼한 자료조사도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흉부외과>는 좀 서운한 드라마다. 아무리 지켜봐도 감동으로 시청자의 심장을 왈칵, 두근거리게 하거나 긴박감으로 시청자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지는 못할 것 같아서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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