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출연자 섭외에 좀 더 신경 써야 하는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어쨌든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화제의 프로그램이 됐다. 동시간대 시청률도 수요일 밤으로 옮겨온 후 단박에 1위로 올라섰다. 같은 시간대 주목받았던 JTBC <한끼줍쇼>나 MBC <라디오스타>가 둘 다 시청률 추락을 겪고 있는 건 이 프로그램의 영향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국감에도 참고인으로 출석하고, 최근 들어 안팎으로 소신 있는 발언을 하고 있는 백종원의 행보에 따라 화제가 집중되는 것도 이 프로그램으로서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처럼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됐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이 좀 더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출연자 섭외의 문제다. 지난 번 대전 청년구단이 논란이 됐던 것도 결국 자세히 들여다보면 출연자 섭외로 인해 발생한 일이다. 그런데 이번 성내동 만화거리의 피맥집 같은 경우 별 의지도 없어 보이는 창업자를 굳이 왜 출연시켰을까 하는 의구심이 남는다.



물론 이번 출연자 선정은 그 곳 창업자들이 요청한 게 아니라 그 곳에 사는 주민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골목식당>이 다룬 다른 골목이 활성화된 걸 보고, 자신이 사는 동네도 그랬으면 좋겠다 싶어 요청했다는 것. 그런데 이번 성내동 만화거리의 가게들을 보면 그 편차가 너무 크게 난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집에서 가족들이 좋아한다고 덜컥 분식점을 인수했다가 장사가 안 되어 가게를 내놓은 사장님의 경우는 그래도 이해가 되는 출연자 섭외다. 실제로 그런 준비 안 된 사례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해보려 노력을 해도 현실이 달라 결국은 포기하고 폐점을 하는 창업자의 현실이 이 분식집의 경우에는 잘 담겨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이 좌절해있는 이 분식집에 백종원이 찾아가 마음까지 위로해가며 멸치를 똥만 빼고 육수는 물론이고 김밥 재료로까지 뽑아내는 비법을 알려주는 일에 심적으로 지지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건 의지가 없어서라기보다는 현실을 너무 몰라서 생긴 문제이고, 그래서 그걸 뼈저리게 느낀 분식집 사장님을 돕는 차원이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분식집 사장님이 우려낸 멸치 육수로 국수를 만들어 먹으며 “맛있다”고 환하게 웃을 때 시청자들도 기분이 좋아지는 건 그래서다.

하지만 피맥집 사장님의 경우는 왜 섭외를 했는가가 궁금해진다. 백종원도 의아하게 여길 정도로 가게를 할 의지가 있는가가 궁금해지는 모습들을 보여서다. 처음에 방문했을 때 가게의 정체성이 피자집이나 맥주집이냐고 물었던 이유를 사장님은 이해하고 있었던 걸까. 피자집을 하려면 최소한 가게 바깥에서 봤을 때도 그게 피자집이라는 걸 알 수 있게 보여야 하는데 찾아온 손님이 메뉴판을 보고서야 “이런 집이야?”라고 말할 정도로 그 집은 정체성이 모호했다.



그런 이야기를 일주일 전에 들었다면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이 피맥집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게다가 <골목식당>이 섭외한 손님들이 주문하는 피자를 만드는 모습은 어설프기 그지없었다.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도우를 만드는데도 능숙하지 못해 시간이 꽤 걸렸고 손님들은 거의 30분을 기다려서야 피자를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나온 피자의 맛도 문제였다. 지난 번 백종원이 먹으면서도 그랬듯이 너무 짜다는 의견이 또 나왔다. 그 얘기는 그 때 백종원이 한 이야기를 듣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옆집에 있는 동생과 함께 가게를 터서 장사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피맥집 사장님에게 백종원은 결국 아픈 현실의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장점과 동생의 장점을 더하면 조흘 것이라는 피맥집 사장님에게 “사장님의 장점은 없고 동생의 짐만 된다”는 사실을 얘기한 것. 결국 피맥집 사장님은 혼자 가게를 일으키려는 의지는 없고 동생에 의지하려는 마음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이제 영향력을 갖게 됐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이 지나간 골목들이 상권을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출연자 선정에 있어서 그들이 왜 선정됐는가에 대한 공감대가 필요하지 않을까. 최소한 장사를 제대로 해보겠다는 의지는 있어야 시청자들도 그 선정에 납득이 될 것이다. 본인은 아무런 노력도 없이 동생에 기대고 백종원에 기대려는 식당주인을 굳이 도와줄 필요가 있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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