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한 획 남긴 ‘한끼줍쇼’, 이젠 변화 모색할 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JTBC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가 2주년을 맞아 조촐하게 기념 특집을 마련했다. 자축의 의미로 최대 시청률을 기록한 게스트 임수향과 가장 처참한 실패를 맛본 송민호를 다시 한 번 밥동무로 초대하고, 이웃과 나누는 한 끼의 힘을 처음으로 발견한 성수동(2회 촬영지)을 찾았다. 특별한 반전은 없었다. 임수향은 역시나 또 한 번의 따뜻함을 전했고, 강호동 사단의 일원인 송민호는 도합 70여 차례의 도전 끝에 드디어 한 끼를 대접받았다. 2주년 특집이라고 특별한 설정이나 스케일을 키우기보다 이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리얼리티, 일상성, 그리고 우리 주변에 살아가는 따뜻한 이웃과 가족의 존재를 담아내는 데 신경 썼다.

<한끼줍쇼>는 우리 시대의 예능의 한 지표라 할 수 있다. 기획이 경향을 담고 있고, 기존의 관습을 탈피한 캐스팅이 캐릭터를 만들었다. 우선 강호동은 ‘형님’ 예능을 버리고 쇼버라이어티에 입문 후 처음으로 동생이자 샌드백 역할로 전환했다. 그를 방송계로 인도한 이경규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문학소녀 같은 뜻밖의 감수성을 드러내고, 이경규에게 눈치와 구박을 받는 새로운 그림을 보여줬다. 여기에 지난 2~30년간 톱 MC의 자리를 지킨 인지도 최상의 연예인들이 예상 밖의 문전박대를 당하는 재미까지 더해지면서 그간 보지 못했던 상황과 재미가 피어났다. 이 둘을 붙여놓고 길거리로 내려온 것뿐인데, 모든 것이 새로웠다.



1회의 제목은 ‘맨땅에 헤딩’. 아무 계획과 섭외 없이 카메라 앞에 선 두 예능 거물은 그간 자신들을 중심으로 세팅된 전형적인 구성과 상황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의 토크와 분량확보를 즉흥적으로 만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캐릭터의 매력이 생겼다. 자신을 낮추고 망가지고,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과 어울리는 강호동의 친화력이나 만사 귀찮아하는 것 같지만 식탁 위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이경규의 능력과 매력은 <아는 형님>, <대탈출>, <도시어부> 등으로 확장됐다.

거리로 나오는 예능은 많다. 그런데 이들은 숟가락을 들고 초인종을 누르며 방송을 우리네 삶의 풍경 속으로 갖고 들어왔다. 어린 시절 벨 누르고 도망가는 장난도 연상되는 무작정 초인종을 누르면서 실제 이 시대의 살아가는 풍경을 예능의 무대로 만들었다. 이런 기회가 아니었으면 지나가볼 일도 없는 동네 분위기를 알아가고, 부동산 투어 아니면 볼 일 없을 다채로운 주거 환경을 체험하는 기회다. 오늘날 예능이 추구하는 일상성과 타인의 삶을 엿보는 데서 얻는 위로와 호기심도 충족됐다. 대가족부터 신혼부부, 동거, 1인가구 등 다양한 삶의 형태는 차려낸 밥상의 다채로움만큼이나 각기 다른 이야기가 매주 탄생했다. 그러면서도 산다는 게 모습만 다르지 별다른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위로를 얻는다.



억지로 연출하지 않아도 가족의 소중함,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같은 보편적인 가치와 온기가 모락모락 나는 밥상에 복닥복닥 둘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속에서 피어난다. 일상성, 진정성이란 오늘날 예능이 추구하는 두 가지 핵심 정서를 저녁 한 끼 청하는 콘셉트로 정확히 꿰뚫었다.

이처럼 지난 2년 간 <한끼줍쇼>는 인정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은 물론 오늘날 예능의 경향을 견인한 대표적인 예능이다. 있는 그대로의 리얼한 순간을 담아내기 위해 ‘무 섭외’의 원칙을 갖고 시작한 단순한 기획은 우리 이웃, 우리가 사는 도시의 다양한 풍경을 담은 드라마가 됐다. 물론, 연예인이 카메라를 들고 무작정 집을 찾아간다는 데 무례함이나 불쾌감, 경제적 접근, 개인정보 노출에 관련한 비판이 존재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드높았던 시청률이 말해주듯, 이웃과 웃음이 사라진 각박한 도시 속에서 뜻밖에 만나게 되는 뭉클해지는 삶의 모습들은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로 다가갔다.



이제 생일 축하는 끝났다. 지금 <한끼줍쇼>는 2주년을 자축하기보다 변화를 모색할 때다. 이경규와 강호동의 만남이나 이질적인 둘 사이에서 충돌하는 에너지는 이제 안정됐다. 다시 말해 둘 간의 티격태격하는 장면은 익숙한 재미다. 문밖에 연예인이 찾아왔다는 사실도 더 이상 놀랍지 않다. 프로그램의 인지도가 매우 높아져서 초인종을 누를 때 벌어지는 당황스러운 상황이나 예능 차원의 서스펜스는 매우 옅어졌다. 문전박대의 재미 또한 익숙하다. 누군가의 집에 들어갈 것이고 강호동과 이경규가 그들의 사연과 사는 이야기를 끄집어낼 것이다 분명히. 당연히 매번 다른 동네, 다른 사람들을 만나지만 이제 안 봐도 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따뜻함은 보일러의 외출 모드처럼 인지는 되지만 그다지 온기로 느껴지지 않는다. 너무 많이 봐서 무뎌진 탓이다.

<한끼줍쇼>는 단순함에서 나오는 수많은 다양한 갈래가 매력이었다. 본적이 없는 조합이고 어떤 풍경을 사람을 이야기를 만날지 모르겠어서 흥미로웠다. 그러나 반복과 반복이 거듭되면서 패턴이 생겼다. 한때 6% 후반까지 넘나들던 시청률이 3%대로 내려앉았다. 화제성 또한 점차 줄어들어 다음날 별달리 회자되지 않는다. 무 섭외, 순도 100%의 리얼리티를 추구했지만 어느새 패턴이 생겨버린 거다. 지금까지처럼 단순한 설정과 방식, 감수성으로만 접근하면 곤란하다. 이제 흔히 말하는 ‘시즌2’와 같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 장으로 넘어갈 때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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