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더 게스트’, 빙의 소재 더해 가능해진 스릴러의 새로움

[엔터미디어=정덕현] 도대체 박일도가 누구야? 드라마를 보지 않은 분들조차 이런 질문을 던진다. 박일도라는 이름은 그 실체가 누구인지 밝혀지기 전까지 계속 인구에 회자됐다. OCN 수목드라마 <손 더 게스트>가 거둔 호러 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의 성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서워서 못 본다고 하지만 시청률이 3.3%(닐슨 코리아)까지 올라온 걸 보면 그래도 찾아보는 분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일 게다. ‘한국형 엑소시즘’을 전면에 슬로건으로 내세운 드라마답게 시작부터 강렬하고 끔찍한 빙의에 의해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윤화평(김동욱)과 최윤(김재욱) 그리고 강길영(정은채)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전사로 채워 넣고, 성장한 이들이 다시 모여 박일도를 함께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흥미로운 건 빙의 소재를 담고 있어서 ‘엑소시즘’이 갖는 공포물의 성격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빙의된 이들이 살인을 저지른다는 점에서 스릴러가 들어있는 형사물의 성격 또한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엑소시즘의 공포물과 스릴러가 있는 형사물의 결합은 이 드라마가 세우고 있는 인물들만 봐도 알 수 있다. 대대로 집안 무속인이었다는 배경을 가진 윤화평과 형이 박일도에 빙의되어 살인을 저지르고 자살하게 된 충격을 가진 채 구마사제가 된 최윤은 전형적인 ‘엑소시즘’ 장르의 인물들이다. 여기에 최윤의 형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된 형사의 딸로 역시 형사가 된 강길영은 형사물 장르의 인물로 이들과 결합한다.

사실 형사물이 그간 드라마에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 장르로 여겨져 왔던 건 그 길이가 길어서(<손 더 게스트>가 그렇듯이 최소 16부작이다) 하나의 사건으로 집중력 있게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나가기가 어렵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 가지 사건이 벌어지고 해결되고 나면 또다른 사건이 벌어지는 식으로 병렬적인 구조를 갖게 되는데, 이것은 긴장감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수 없는 한계를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손 더 게스트>는 이 부분을 빙의라는 소재를 가져와 쉽게 해결해버린다. 즉 박일도라는 큰 귀신이 있고 그 귀신이 작은 귀신들을 조종해 약한 빈틈이 있는 인간들에게 빙의된다. 그래서 사건이 계속 벌어진다. <손 더 게스트>는 빙의된 자들의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윤화평과 최윤 그리고 강길영을 통해, 그 각각의 사건들이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박일도라는 하나의 큰 귀신에 의해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이라는 걸 강조한다.

이렇게 되자 여러 사건들이 흩어지지 않고 하나로 묶여진다. 보통의 형사물에서는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캐릭터로 묶여지지만, <손 더 게스트>는 형사와 구마자들과 함께 동시에 박일도라는 궁극적인 ‘범인’으로 이야기의 구심점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시청자들은 도대체 누가 박일도인지가 점점 궁금해진다. 가까이 있는 존재들이(심지어 최윤이 윤화평을 박일도라고 의심하듯)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할 때 시청자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언제 갑자기 빙의된 모습으로 섬뜩한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사실 때문이다. 결국 박일도는 가장 가까이 있던 양신부(안내상)라는 쪽으로 기울어가고 있지만.



<손 더 게스트>가 보여주는 사건들이 대부분 가족이나 가까운 사이에서 벌어진 일들이라는 점은 그래서 자극적이지만 동시에 시청자들에게 엑소시즘이 주는 공포와 형사물이 주는 누가 범인일까를 찾는 궁금증을 안겨준다. 사실 빙의라는 소재가 이 정도로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 그 누가 생각할 수 있었을까. 빙의라는 엑소시즘의 소재와 형사물의 결합. <손 더 게스트>는 이 퓨전을 통해 독특한 호러 스릴러의 성취들을 가져갈 수 있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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