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가격에 저 음식을?”... ‘현지에서’를 보는 상반된 시선

[엔터미디어=정덕현] “이 가격에 이 퀄리티라니 밑지는 장사네.” tvN 예능 프로그램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편이 찾아간 청도 맥주 축제 현장에서 이연복이 이끄는 현지반점에서 음식을 맛본 중국인은 그렇게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날 메뉴로 내놓은 동파육덮밥과 깐풍기의 가격은 모두 20위안이었다. 원화로 치면 약 3300원 정도 되는 꼴이다.

짜장면이라면야 그 정도 가격이 이해가 될 법하다. 하지만 동파육은 이연복이 그걸 만드는 과정을 보니 그 가격으로는 안 될 엄청난 정성이 들어가 있었다. 무려 21시간 가까이 삶고 튀기고 졸이며 양념을 더하는 일을 반복해서 겨우 만들어지는 음식이 아닌가. 튀길 때는 기름 속에서 마치 폭탄 터지듯 튀어올라 위험하기까지 했다. 그 과정을 지켜보던 김강우는 “동파육은 사먹는 걸로”라는 한 마디 말로 그 요리과정의 정성과 노력이 얼마나 힘겨운가를 말해주었다.

동파육덮밥은 그렇게 정성들여 만든 동파육을 밥과 채소볶음과 곁들여 내놓은 요리였다. 처음에는 더 가격을 높이려고 했지만 이연복은 “밥이 20위안을 넘기면 사먹지 않는다”며 20위안으로 가격을 낮췄다. 물론 청도 맥주 축제의 현장에 엄청난 인파가 몰려서이기도 했지만, 20위안의 가격에 퀄리티 높은 동파육덮밥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과, 맥주 안주로도 잘 어울리는 깐풍기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은 손님들이 현지반점에 몰리는 이유가 되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방송이 나간 후 특히 가격에 민감해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이었다. 중국과의 물가 차이가 있고 또 길거리 음식이라는 걸 감안한다고 해도 동파육에 20위안이라는 가격은 너무 낮다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서 동파육을 먹으려면 몇 만 원이 들어 웬만큼 마음먹지 않으면 시도하기조차 어려운 음식이 아닌가. 그것도 이연복 셰프가 만든 동파육이라면 더더욱.

사실 예능 프로그램이니 재미로 보고 넘길 수도 있는 일이지만, <현지에서 먹힐까>는 그 제목 때문에 조금 더 가격 같은 부분에서 민감하게 다가오는 면이 있다. 역시 해외에서 한식 음식점을 하는 <윤식당>은 가격 자체를 드러내지는 않는다. 콘셉트도 먹히냐 안 먹히냐가 아니라, 현지인들과 음식을 통해 소통하는 과정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현지에서 먹힐까>는 한식(혹은 한식화된 중식)이 해외에서도 통할까하는 다소 도전적인 과제가 들어있다.



그러니 가격은 ‘먹힐까 안 먹힐까’의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다. 이연복 셰프가 직접 만든 동파육이 20위안인데 중국에서라도 안 먹힐 수가 있겠는가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여기에는 국내의 시청자들이 느끼는 부러움과 상대적 박탈감 같은 것들이 그 정서에 섞여있다. 워낙 물가가 점점 오르고 있는 우리네 사정들을 떠올려보면 중국에서 저렇게 저렴한 가격에 저 정도 퀄리티의 음식을 중국인들이 누리고 있다는 사실에 어딘지 씁쓸해지는 것.

하지만 <현지에서 먹힐까> 역시 진짜 장사를 내걸고 한다기보다는 일종의 음식을 통한 교류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동식 식당을 하는 건 그래서고, 식당을 통해 중국인들의 남다른 문화(이를테면 합석이 일반화되어 있고 그렇게 함께 앉은 이들이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같은)를 들여다보는 장면들이 담겨진 것도 그래서다. 그렇지만 워낙 국내 사정이 좋지 않다보니 느껴지는 “저 가격에 저 음식을?”하는 부러움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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