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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비중·시청률·정체성도 좋지만...여성 예능 진짜 성공조건은
기사입력 :[ 2018-10-29 15:19 ]


다른 듯 같은 ‘파마자 프렌즈’와 ‘주말 사용 설명서’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최근 여성을 위한 예능, 여성이 주도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늘어나고 있다. <풀 뜯어먹는 소리>, <나 혼자 산다>의 박나래나 <전지적 참견 시점>의 이영자, 송은이처럼 프로그램을 주도하는 역할을 여성 출연자들이 하는가 하면, <밥블레스유>나 <파자마 프렌즈> <주말 사용 설명서> 등등 아예 출연진을 전원 여성으로 꾸려서 여성 특유의 감수성이나 취향을 기반으로 하는 예능도 여러 편 방송 중이다. TV 예능의 여성 콘텐츠가 한동안 케이블 패션․뷰티 채널에 국한되었던 지난 수년간을 생각하면 진일보한 흐름이다.

이런 프로그램들의 특징은 <여걸식스>나 <무한걸스>처럼 기존 리얼버라이어티의 방정식에 여성 출연자들만 갖다 끼우는 여성 버전이길 거부하는 데 있다. 센 언니나 코믹 캐릭터 같은 구조화된 캐릭터 배치도 피한다. 출연진 모두 여자이기에 할 수 있는 방송을 지향하며,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대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주체적이다. 한때, 설 곳이 없어서 스스로 콘텐츠 제작사를 차리고 팟캐스트 방송을 했다는 송은이와 김숙의 사연은 이제 다른 시절의 이야기가 된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런데 토요일 밤의 <파자마 프렌즈>와 일요일 저녁의 <주말 사용 설명서>를 연이어 보고 있으면 조금은 아쉽다. 여성 예능이란 관점에서 보면 더더욱 그렇다. 장윤주라는 연결고리를 갖고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콘셉트로 시작한 두 프로그램은 약속이라도 한 듯 여행, 미식, 인위적인 친목도모가 소재의 대부분이며 재미도 예상 밖의 솔직함, 의외의 털털함 등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여성 예능, 여성을 보여주는 방식을 스스로를 제한하고 있다.

라이프타임의 <파자마 프렌즈>는 호텔에서 보내는 휴가를 뜻하는 ‘호캉스’를 콘셉트로 내세운다. 도심 속에서 혹은 짧은 여정으로도 여행을 분위기를 만끽하는 여행 트렌드이자 문화를 빌려와 서로 전혀 접점이 없는 장윤주, 송지효, 조이, 성소 등을 여행 메이트로 만들었다. 처음에는 서먹하던 이들이 여행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친해져가는 성장 스토리가 핵심이다. 물론, 숙소에서 그냥 여유를 누리는 건 아니다. 이것저것 함께 배우고, 할로윈 분장에 도전하는 등 왁자지껄 노는 과정 속에서 언니 동생하며 마음을 열고 솔직한 매력을 발산하면서 진정성과 재미를 찾는다. 흥미로운 점은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가면서 점점 자매처럼 친하게 지내는 과정은 명랑하고 부드럽지만, 맏언니부터 막내까지 수직적인 구조 안에서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만든다는 점에서 기존 예능의 문법보다 경직되어 있다.



tvN <주말 사용 설명서>는 콘셉트가 조금 다르다. 여성 출연자들이 출연하지만 여성의 무엇을 내세우지 않는다. 꿀 같은 주말을 알차게 보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김숙, 라미란, 장윤주, 이세영이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기반으로 주말 활용법을 알려주는 것이 콘셉트다. <나 혼자 산다>처럼 출연진의 주말 일상을 관찰카메라로 지켜보면서 여자로서의 무엇을 만들어가기보다 출연진 개인의 매력을 발산할 기회를 마련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관찰예능 그 이상의 무엇은 없는 데다 나머지 볼거리는 <파자마 프렌즈>와 대동소이하다. <밥블레스유>처럼 핫플레이스 탐방도 하고 강화도의 아기자기한 숙소에서 라미란의 지휘 하에 한상 가득 음식을 차려 먹는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대놓고 고민상담은 안 하지만 이들이 서로 얼마나 친하게 지내는지, 친해졌는지에 몰입하면서 재미를 만들어내는 것은 마찬가지다.

여성 예능이 늘어난 것은 새로운 경향이지만 여전히 카페에서의 수다, 맛집과 여행, 알고 보면 집순이 등 너무 한정된 소재와 볼거리가 반복된다. 여기서부터 일차적으로 신선함이 떨어진다. 그 위에 평소 얼마나 피상적인 인간관계에 지쳤는지 모르겠지만 마음 맞는 친한 이들이 모임을 갖는다는 설정이 너무나 세게 부각된다. 그러다보니 에피소드들은 대부분 방송 차원의 기획된 볼거리인데, 출연진들은 서로 정말 친해졌다며 화기애애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포인트를 둔다. 이처럼 출연진이나 시청자나 방송임을 모두가 아는 상황에서 진정성, 솔직함을 너무나 강조하는 분위기는 오히려 어색하게 만든다. 정서적 공감과 몰입 측면에서 방송이 시청자의 눈높이를 너무나 앞서간다.



<주말 사용 설명서>의 김숙이 출연하는 <밥블레스유>도 마찬가지로 여성 출연자들로만 꾸려진 맛집 탐방과 친목에 관한 예능이다. 그러나 친해져야 할 목표 없이 원래 친한 사람들끼리 함께하다보니 굳이 여성 예능으로 분류할 필요 없는 재미와 특징을 느낄 수 있다. 여성 예능이기에 느껴지는 따스함이나 아기자기한 톤은 두 번째 문제다. 여성 예능 특유의 소소한 감성, 인간관계를 다루고자 한다면 에피소드나 장소 헌팅, 출연진들의 관계 모두 자연스러움이 무엇보다 중요하단 뜻이다.

여자들만을 위한, 여성이기에 가능한 예능은 언제나 환영이다. 그러나 여성 예능의 진정한 성공은 ‘여성’이란 정체성을 떼고도 재미있다고 평가받을 볼거리가 많아야 진짜 성공적인 여성 예능이라 생각한다. 소비지향적인 소재를 벗어나, 관계에 매몰되지 않는 보다 담백한 여성 예능을 만나고 싶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라이프타임, tvN, 올리브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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