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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차태현·이동건·이민기, 어째서 이들 연기는 매번 똑같을까
기사입력 :[ 2018-10-30 17:07 ]


장혁·차태현·이동건·이민기가 배워야할 도경수의 행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어째 어디선가 봤던 모습 그대로다. 그래서 헷갈린다. 이 작품과 과거 그들이 출연했던 작품의 캐릭터가. 이러니 몰입감이 생길 리 없다.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신인이라면 그런대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배우들은 그래도 꽤 오래 연기 판에서 잔뼈가 굵어온 프로들이다. 그런데 어째서 새롭거나 성장한 느낌을 갖기가 어려울까.

MBC <배드파파>의 장혁은 MBC <돈꽃>의 강필주라는 캐릭터로 연기의 새로운 장을 열어놓았다. 그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추노>의 대길이 캐릭터가 아닌 훨씬 감정을 절제하며 보여준 연기가 깊이를 더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후 장혁은 다시 SBS <기름진 멜로>에서 두칠성이라는 몸을 쓰는(?) 캐릭터로 회귀하더니 <배드파파> 역시 유지철이라는 격투기 캐릭터로 돌아갔다. 절권도를 배운 장혁은 너무 이 액션이 활용되는 캐릭터가 반복되는 느낌이 강하다. 연기가 정체되어 있는 느낌을 주는 이유다.



KBS <최고의 이혼>에 출연하고 있는 차태현도 사정이 비슷하다. 일본 원작 리메이크 드라마지만 결혼과 이혼을 통해 진정한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시청률이 2%대에 머물러 있지만 호평 받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특히 휘루 역할의 배두나는 실로 감탄을 자아낼만한 섬세한 내면연기가 돋보이지만, 상대역할인 조석무를 연기하는 차태현은 어딘가 <엽기적인 그녀>의 견우가 결혼하면 보일 법한 그런 느낌을 준다. 새로운 연기도전보다는 자기에게 익숙한 연기만 반복하는 듯한 작품선택이 다소 아쉬운 지점이다.

지상파 3사의 월화극 중 8%로 최고 시청률을 내고 있는 SBS <여우각시별>에서도 아쉽게 느껴지는 건 서인우라는 캐릭터와 이를 연기하는 이동건이라는 배우의 연기다. 사실 이 작품에서 서인우라는 캐릭터는 좀체 이해하기가 어렵다. 어째서 과거 자신을 형으로 따르다 사고를 당해 장애를 갖게 된 이수연(이제훈)을 상사로서 챙겨주지는 못할망정 내치려고만 하는 지가 그렇다. 게다가 이수연이 보형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가 공항에서 일하는 데 안전상의 이유로 부적합하다는 그의 이야기도 설득력이 없다. 특수한 힘을 발휘하긴 하지만 이수연은 결국 장애인이 아닌가. 그렇다면 오히려 사측이 이를 보듬어줘야 할 판이다.



캐릭터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를 연기하는 이동건의 연기도 전혀 새롭게 다가오지 않는다. 어딘가 과거의 연기에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항상 잘생긴 외모에 폼을 잡고 등장해 신사의 역할이나 악역이나 그다지 큰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여우각시별>에서 서인우 같은 이해하기 어려운 악역 캐릭터를 왜 그가 선택했는가가 의문이다. 이렇게 비슷비슷한 이미지만을 반복하는 연기는 이제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을까.



JTBC <뷰티 인사이드>의 서도재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이민기 역시 마찬가지다. 일찌감치 이민기의 연기가 지난해 방영됐던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남세희와 판에 박힌 똑같은 연기라는 지적이 나온 건 우연이 아니다. 무표정한 얼굴에 또박 또박 대사를 읽는 듯한 그 연기는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는 참신하게 느껴졌을지 모르지만 그게 반복되는 이번 작품에서는 어딘가 식상하고 어색하게 다가온다.



이런 점들을 두고 보면 연기 신인이라고 할 수 있는 tvN <백일의 낭군님>에서 원득이와 왕세자의 역할을 오가며 사극연기라는 새로운 영역을 시도한 도경수의 연기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정신분열을 겪는 한강우 역할을 연기했고, 영화 <카트>, <형>, <신과 함께> 등을 통해 작아도 새로운 연기 영역을 들여다보려 노력해온 그 길들이 <백일의 낭군님>을 통해 활짝 만개하는 느낌이다. 이제는 원톱으로 세워도 믿고 보는 연기를 기대할 수 있는.

월화에만 무려 다섯 편의 드라마가 나오고 있고, 각 드라마들이 꽤 비중 있는 배우들을 쓰고 있지만 의외로 도경수가 전면에 나선 tvN <백일의 낭군님>이 12%(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내고 있는 게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연기만큼 중요한 것이 작품 선택이라는 걸 장혁, 차태현, 이동건, 이민기는 어쩌면 신인이나 마찬가지인 도경수에게 배워야할 상황이 아닐까. 이제 중견배우라면 한번쯤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KBS, SBS, JTBC,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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