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가도록 만든 엑소시즘 드라마, ‘손 더 게스트’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OCN 첫 수목 드라마 <손 더 게스트>는 그야말로 그랜드 오프닝이었다. 별다른 기대와 정보 없이 맞닥뜨린 첫 화는 마치 영화 <곡성>을 보는 듯한 완성도로 호기심을 자아냈고, 한국형 엑소시즘이란 소개는 통감으로 유혹하는 매운 음식처럼 공포와 긴장감으로 시청자들을 홀렸다. 그렇게 늦여름 기대 밖의 ‘손’을 맞이하며 받은 충격과 공포는 겨울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남아 ‘박일도’란 이름을 되뇌게 한다. 이쯤 되면 무섭지만 다음 화를 기다리지 않을 수가 없다. 종영을 1회 앞두고 그간 감춰졌던 많은 부분이 밝혀졌지만 여전히 드러나지 않은 박일도에 대한 비밀은 남아 있다. 누구인지, 왜 대체 이런 짓을 벌이는지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혼란과 공포의 연속이다.

영매, 사제, 형사가 어둠의 악령 박일도가 조장하는 범죄를 쫓는 ‘한국형 리얼 엑소시즘 드라마’는 케이블의 주중 드라마임에도 3%대의 시청률을 거뒀다. TV드라마 부문 화제성 조사에서 지난 29일에 급기야 2위까지 올랐다. OCN 채널에서 주중 드라마를 편성한 것도 처음이고, 출연진의 이름값도 경쟁작 주연인 소지섭, 고수 등에 비해 그리 높지 않으며, <라디오스타>, <한끼줍쇼>, <도시어부> 등의 예능이 포진한 시간대에서 어려운 경쟁을 펼쳐야 하는 쉽지 않은 환경에서 거둔 기록이라 더욱 값지다. 드라마 자체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수목 편성 블록의 첫 타자였다는 점에서도 선두 타자가 득점권에 출루한 것만큼이나 산뜻한 출발이다.



<손 더 게스트>는 엑소시즘과 같은 오컬트 장르를 내세우면서도 한국형이란 단서를 꼭 붙인다. 일반적인 엑소시즘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는 강력한 암시다. 드라마의 스토리를 이끄는 악령, 즉 큰 귀신 박일도는 인간의 약한 마음, 악한 마음을 자극해 빙의시키고, 친족 살인 등의 범죄를 저지르게 만든다. 악령에 빙의된 사람들이 일으키는 범죄는 곧 수사물의 서스펜스와 연결된다. 엑소시즘을 앞세웠지만 범죄 수사물의 논법을 따르고 있어서 익숙한데, 사회적 불안을 야기하는 강력 범죄들을 수사 기법이나 정신분석학으로 해석하는 대신, 다른 영역에서 원인을 찾아오는 상상력을 통해 범죄 스릴러,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를 변주한다. 그러니 여기서 말하는 한국형 리얼 엑소시즘이란 장르적 현지화라기보다 결합의 의미에 가깝다.

OCN이 구축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어두운 구석을 본 딴 음습한 가상의 범죄 도시에 오컬트적인 요소를 융합했다. 그러니 단순히 무서운 공포물에 그치거나 그간 봐왔던 볼거리의 변주에 머물지 않고, 도대체 박일도가 누구인가를 뒤쫓는 추리와 추적이 요구되는 수사물의 재미와 방식으로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은유하는 시도 등등 OCN이 장르적 변신을 통해 자신들만의 가상세계를 넓혀가는 시도는 OCN의 드라마 팬들과 오컬트물 매니아들에게 후한 평가를 받을 요소가 다분하다. 게다가 15화부터 시작된 피날레는 수사물에서 가장 대중적인 오컬트 장르로 성장한 좀비물의 감수성과 설정으로 또 한 번의 기어변속을 했다. 거의 드리프트 수준의 급격한 방향전환이라 다툼의 여지는 있지만 이런 변화들을 통해 다소 뻔할 수도 있는 추적극의 결말을 새롭게 했다.



이처럼 장르물의 융합과 변주, 우리나라 무속을 결부한 엑소시즘의 드라마화 시도, 종영까지 힘을 잃지 않고 끌고 가는 원초적인 긴장감 등등 다른 장점도 많지만 <손 더 게스트>에 자꾸 손이 가도록 하는 가장 주된 요인, 이 드라마의 분위기를 지배하는 가장 큰 요소는 배우들의 연기였다. ‘손’에 빙의된 자를 찾아내고 악령의 그림자를 쫓는 영매 윤화평 역의 김동욱, 엑소시스트 사제 최윤 역을 맡은 김재욱의 <커피프린스 1호점> 듀오와 강력반 형사 강길영 역의 정은채가 이끌어가는 분위기도 좋았지만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매 에피소드마다 강렬한 연기를 남기고 산화한 부마자 역을 맡은 조연, 단역 배우들이었다.



섬뜩할 정도로 무서운 표정연기와 발작 등의 몸짓이 지배하는 공포감 조성은 이 드라마가 웰메이드 드라마의 반열에 오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혼신의 힘을 다한 귀신 연기 연출이 마지막 회에 이르러 좀비물이 된 것이 다소 아쉽긴 하나 <손 더 게스트>의 백미와 볼거리는 바로 이 부마자를 연기한 배우들의 내공과 수준 높은 분장에 있었다. 분장과 조명, 깜짝 놀라게 만드는 기존 드라마 수준에서 몇 걸음이나 진일보한 공포 연기였다. 이 드라마에 ‘본격’, ‘웰메이드’란 말을 붙일 수 있는 이유도, 우리 드라마 사에 흥미로운 시도이자 소중한 이정표로 남을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의 힘을 원동력으로 동해 바다의 박일도 이야기는 드라마 속 가상의 악령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됐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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