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 즐거움을 주기 위한 노라조 조빈의 숨은 노력들

[엔터미디어=정덕현] 머리 위에 얹어진 사이다 페트병에는 ‘나 혼자 산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그 모습으로 스튜디오에 들어온 노라조의 조빈.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MC들은 그 예사롭지 않은 분장과 의상만으로도 빵 터졌다. 치렁치렁 옷에 달린 색색의 술은 <나 혼자 산다>의 무지개 회원을 의미하는 것이었지만 마치 성황당에 늘어놓은 줄 아니냐는 멘트가 나오며 웃음을 주었다.

이것이 어쩌면 우리가 노라조의 조빈하면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일 게다. 늘 상상을 깨는 의상과 분장으로 한바탕 신명나는 무대를 선사하는 모습. 보기만 해도 우습고 그래서 더더욱 흥겨워지는 그의 노래. ‘한국의 레이디가가’라고 불릴 정도로 독특함으로 치면 따라올 아티스트가 있을까 싶은 그런 인물.

하지만 그 무대 위에서 보이는 이미지는 그냥 탄생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방 행사를 가기 위해 그가 치러야 하는(?) 준비과정들은 그 자체로 고행이나 다름없었다. 사이다 캔으로 머리를 말아 올려붙이고, 올인원 망사 슈트를 착용한 채 서너 시간이나 걸리는 지방까지 머리도 제대로 기대지 못한 채 차를 타고 가야 했다. 또 올인원으로 되어 있는 의상 때문에 화장실도 혼자 갈 수가 없어 매니저와 함께 들어가야 했고, 그래서 물을 적게 먹으려고 애쓰는 모습도 보였다.



그렇게 겨우 도착한 행사장에서 무대에 오른 조빈은 그러나 역시 프로다운 신명나는 무대를 선사했다. 가사도 적절히 그 지역행사에 맞춰 고쳐 부르며 분위기를 띄우고, 이미 정해진(?) 앵콜곡까지 소화해내고 내려온 그는 그 불편한 의상에도 불구하고 팬들과 일일이 기분 좋게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리고 차에서 겨우 머리에 만 사이다 캔을 풀어내며 하루의 일과를 끝냈다.

머리를 잡아당기는 헤어스타일이 많아 탈모가 생겼다는 조빈은 편안한 일상 속에서도 무대 소품을 준비했다. 캔과 패트병에 일일이 스티커를 붙이고 색을 칠하며 그 행사에 맞는 콘셉트의 그림을 붙여 넣는 모습에서 우리가 그저 짧게 보고 웃으며 넘겼던 그 무대가 이 예사롭지 않은 인물의 꼼꼼한 노력과 준비에 의한 거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무대 소품을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박나래가 너무나 공감했던 건, 그것이 자신 같은 개그우먼들도 매번 경험하는 일들이기 때문이었다. 유독 수염 분장을 많이 했던 박나래는 나중에는 “이식을 할까”도 생각했다는 농담으로 페이소스가 느껴지는 웃음을 주었다. 실로 웃음과 즐거움을 준다는 일이 결코 노력 없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조빈과 그의 일상을 공감하는 박나래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악성댓글에도 일일이 성실한 댓글을 달아줘 이른바 ‘보살’로 불린다는 조빈은 그 후로는 이른바 ‘까임방지권’까지 얻었다고 전한다. 이러니 안 될 턱이 있을까. 그의 빵 터지는 기이한 의상이나 분장에는 그저 표피적인 웃음만이 아닌 그 안에 깔린 팬을 위한 그의 마음까지가 담겨져 있으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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