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각시별’ 이제훈의 장애, 그 특별함과 차별 사이

[엔터미디어=정덕현] 사고가 난 차량이 마치 요동치듯 날아오는 걸 맨 손으로 막아내면서 한여름(채수빈)을 구해낸 이수연(이제훈). 공항에서 난동을 부리는 여객을 한 손으로 제압하고, 화물을 실은 카트가 아이를 덮치려 할 때 맨손으로 그걸 막아내며 쇠막대를 팔로 막아 구부리는 괴력의 소유자. SBS 월화드라마 <여우각시별>의 이수연은 남다른 능력을 갖춘 슈퍼히어로처럼 등장한 바 있다.

하지만 중반을 지나 후반으로 달려가는 이 드라마 속에서 이수연은 더 이상 슈퍼히어로가 아니다. 대신 사고로 한쪽 팔과 다리에 1급 장애를 가진 존재이고, 그래서 웨어러블 보조기를 함으로써 괴력을 갖게 됐지만 언제 어떻게 오작동이 일어날지 몰라 마치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 같은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다.



아마도 감정에 따른 체온의 변화 같은 것 때문에 생겨난 오작동일 가능성은 이수연이 한여름을 사랑하지만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로 만든다. 갑자기 생겨난 자력은 모든 쇠붙이를 끌어당길 정도로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까지 위험하게 만든다. 그러니 한여름을 사랑하고 가까이하는 일을 그에게 위험을 감수하게 만드는 일이 된다.

게다가 한 때는 이복형이었던 서인우(이동건)는 이수연의 이런 ‘특별함’을 문제 삼아 공항에서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만들려 한다. 과거 자신 때문에 사고를 당했다는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지금 현재도 누군가에 의해 위협을 당하고 있어 또 다시 이수연이 사고를 겪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인지 알 수 없지만, 그는 어쨌든 이수연의 ‘특별함’을 위험요소로 보고 ‘차별’하는 인물이다.



보통 이런 과정을 거쳐 괴력을 갖게 된 인물이라면 슈퍼히어로물들이 그러하듯이 자신을 숨긴 채 누군가를 돕는 이야기로 그려지기도 하겠지만, <여우각시별>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대신 이 드라마는 이수연을 슈퍼히어로가 아니라, 그 특별함을 갖게 되어 차별받는 존재로 그린다. 우리네 사회가 그러하듯이 보통 사람과 다르다는 것은 종종 차별의 이유가 된다. 남다른 능력으로도 볼 수 있는 그 힘을 다르다는 이유로 ‘괴물’로 바라보는 시각이 여기서 생긴다.

공항이라는 공간은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곳이란 점에서 이수연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을 담아내는 상징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비행기가 날아오를 때는 그 거대한 힘에 마치 슈퍼히어로의 그것처럼 설렘을 갖지만, 동시에 그 비행기가 착륙할 때마다 우리는 그 거대함이 안전하게 현실에 안착할 수 있을까를 두려워한다. 그것은 괴력의 이수연을 특별하게 바라보거나 아니면 차별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닮았다.



웨어러블을 벗은 이수연은 이제 정반대로 장애인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그를 사람들은 차별적인 시선으로 흘끗흘끗 훔쳐본다. 자신이 태어난 게 여름이라 ‘한여름’이라 이름 붙여졌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계절은 부모를 만난 가을이라는 이야기로 자신의 비밀스런 가족사를 털어놓은 한여름에게 이수연은 휠체어를 탄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하지만 공항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나는 행인과 부딪쳐 떨어뜨린 휴대폰 하나를 줍지 못해 휠체어에서 떨어져 쓰러져버린 이수연은 자신의 본 모습으로는 무기력한 자신을 알게 될 것이다.

웨어러블 보조기를 했다고 그가 전혀 다른 이수연이 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존재는 한여름이다. 이수연이 자신이 달라서 두렵지 않냐고 물었을 때 한여름은 우린 어차피 모두 다 다르다고 말한 바 있다. <여우각시별>가 그리려는 건 그래서 슈퍼히어로가 아니라 바로 이 다름의 문제다. 그 특별함이 어째서 차별이 되는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는가를 공항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두 사람의 특별한 사랑을 통해 담아내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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