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매력’, 점점 사라지는 매력을 어쩌나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JTBC 드라마 <제3의 매력>은 흔한 로맨스물처럼 연애 판타지 감성을 불러오는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지나간 내 연애의 기록이 담긴 ‘싸이월드’ 커플 다이어리를 펼쳐보는 기분 같은 것이 든다. 그러니까 이제는 딱지가 앉았지만, 여전히 실연의 상처가 간질간질 남아 있는 감성의 어딘가를 툭 건드리는 기분. <제3의 매력>은 그런 매력이 있는 드라마인 것이다.

당연히 주인공 온준영(서강준)과 이영재(이솜) 커플은 전형적인 로맨스 구도의 남녀주인공은 아니다. 온준영은 배려심 깊지만 순둥순둥하고 소심하다. 이영재는 따뜻한 마음을 지녔지만 본심과 달리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틱틱거린다. <제3의 매력>은 이 평범한 남녀가 스물에 만나 서로의 매력을 발견하며 사랑하는 과정들을 꼼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은 평범한 우리네 일상 속 연애처럼 일상과 사랑이 미묘하게 얽혀 있다.



스무 살의 온준영은 이영재를 어떻게 다독이고 위로해야 할지 모른다. 그는 공부만 잘하지 사랑에는 영 젬병인 녀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사가 된 온준영은 범인을 잡는 일에는 꼼꼼하고 철저하다. 그리고 다시 이영재를 만나 사랑에 빠진 뒤에도 그는 꼼꼼하게 연애한다. 이번에는 상대방의 감정이 상하지 않게 모든 것을 다 챙겨주기 바쁘다. 이영재를 좋아하는 성형외과 의사 최호철(민우혁) 때문에 본인의 마음이 상하지만 그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러다 온준영은 그 마음을 몰라준다며 토라지거나 폭발한다.

<제3의 매력>은 이 착한 남자 온준영의 연애를 결코 아름답게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남자의 연애감정이 얼마나 답답하고 피곤하게 보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안타깝게도 온준영은 이영재의 마음을 맞춰주려 노력할 뿐 상대가 갖고 있는 감정의 떨림과 일상의 고단함을 섬세하게 읽지 못한다.



결국 이 두 사람의 두 번째 연애 역시 실패하는데, 그것은 성형외과 의사 최호철 때문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영재는 일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한다. 불우한 환경을 벗어나 헤어디자이너로 성공한 영재는 더 넓은 곳에서 더 환히 빛나기를 마음으로 꿈꾼다. 반면 온준영은 영재와 함께 시골에서 알콩달콩 사는 삶을 꿈꾼다. 영재는 결국 이런 온준영이 가엽고 안타까워서 그와의 이별을 생각한다.

온준영과 이영재의 연애를 통해 <제3의 매력>은 연애의 환상이 아닌 현실을 보여준다. 특히 착한 남녀의 연애도 피곤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들의 가치관과 이상이 충돌할 때마다 사랑은 의도치 않게 서로를 힘들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온준영이나 이영재나 서로를 배려하는 이들이기에 상한 감정을 감추고 있다 마음이 비비꼬이거나 스스로 지치는 타입들이니 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이유로 연애에 실패하거나 실패한 주변인들을 한두 명쯤 알고 있다.



이처럼 <제3의 매력>은 자신의 지난 연애를 곱씹으며 주인공들의 연애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두 주연배우들의 자연스러운 호연도 드라마의 매력에 한 몫 한다. 하지만 <제3의 매력>은 딱 여기까지다. 소재와 감성이 주는 3% 정도의 매력 정도로 끝나는 것이다. <제3의 매력>은 이야기는 진부하고 빤한데 가끔은 답답할 때도 있다. 평범한 인물들의 연애를 보여주는 것은 좋지만 나열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밋밋하기 짝이 없다.

드라마의 화면구도 역시 당황스럽다. 인물의 얼굴만을 계속해서 클로즈업으로 잡는 화면구도는 배우들의 단점을 부각시킨다. 특히 뮤지컬 배우 민우혁의 연기는 과장된 표정이 클로즈업으로 잡힐 때마다 부담스러워진다. 여백 없는 화면구도 역시 너무 낡은 스타일이라 드라마의 보는 맛을 떨어뜨린다. 아무리 소박한 연애 이야기라도 드라마이니 멋진 화면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말이다. 특히 온준영과 그의 동료 형사들이 나오는 장면들은 JTBC 드라마인지 재현프로 MBN <기막힌 이야기-실제상황>의 한 장면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주인공들을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의 연애 에피소드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다. 그 상황이 진부한 데다 이들의 과거를 보여주는 회상장면도 많아 간단히 이야기가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다. 주인공 남녀의 세 번의 만남과 헤어짐에 집중하고 싶어도 곁가지가 너무 많이 쉽게 지치는 것이다.

더구나 주인공 준영과 영재의 세 번째 만남 이후의 이야기 역시 썩 흥미롭지는 않다. 형사에서 요리사로 변신한 준영을 통해 분위기 있는 장면들을 보여줘도 결국에는 그냥 식상한 아침드라마의 맛으로 다가올 따름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두 사람의 첫 번째 두 번째 만남에서 느껴졌던 풋풋한 매력은 모두 휘발되어 사라진다. 결국 <제3의 매력>은 좋은 의도와 좋은 소재가 센스 없는 감각과 만날 때 얼마나 금방 시시해지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 되고 말았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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